그 바다의 마지막 새
시빌 그랭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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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군림하며 모든 것을 알고, 기록하고, 자기 발 아래에 두려하는 인간이 큰바다쇠오리와 만나 삼십마리의 군집 중에 딱 한마리를 생포해왔다.
바닷사람들에게는 짜면 기름이 많이 나오는 연료로, 수집가와 박물관에게는 박제로, 몸의 일부라도 소장하고 싶은 탐나는 컬렉션으로, 젊은 생물학자 오귀스트에게는 자신의 이름을 드높여줄 연구대상일 뿐이다.

새장 속에서 그의 손길을 거부하는 그 새를 멍청하다 생각하는 오귀스트. 하지만 자신이 있던 곳이 아닌 얕은 바다임에도 터질듯한 생명력과 만족감을 심장박동으로, 표정으로 보여주는 것을 보고, 안에서 무언가가 깨어나기 시작한다. 그 큰바다쇠오리가 불쑥불쑥 머릿속에 떠오른다.

떨어질 수 있을 만큼 떨어져있던 그 둘의 거리는 점점 줄어든다. 그렇게 내려다보던 오귀스트의 시선은 점점 고개를 들어 눈높이를 맞춘다.

#그바다의마지막새 (#시빌그랭베르 지음 #열린책들 출판)속 배경인 1830년대는 ‘멸종’, ‘진화’라는 개념이 없던 시대이다. 특정 군집이 보이던 자리에 없다면 어딘가로 이주했다 생각할 뿐, 이 세상에서 사라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던 시기. 인간은 짐승을 잡아먹고 짐승은 다른 짐승을 잡아먹는것이 당연하다고, 어딘가에 또 있을 것이라는 안일함으로 폭력과도 같은 행동을 정당화한 시대. 참 많은 종들이 세상에서 사라진줄도 모른채 사라졌다.

연구대상에 불과했던 큰바다쇠오리는 오귀스트와 함께하는 시간이 쌓이며 수조를 가진 ‘프로스프’가 되고 우정이라는 감정을 공유하는 ‘눈높이가 동등한’ 사이가 된다.

비로소 있어야 할 곳에 있지않음, 이 하나만으로 본모습을 잃어버린다는 것을 깨닫는다.
한 개체로 존재하며 그 종의 다른 개체들과 유대할 때만 원래의 정체성을 띠는 것이다.

그렇게 오귀스트는 프로스프의 완전한 정체성 회복을 위해 자연 속 큰바다쇠오리를 찾으러 또 한번 모험을 떠난다.

관심을 가져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동물에게도 표정과 감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냉혹한 실험의 결과가 아니라 그 중 실험대상과 교감한 누군가의 업적일 것이다. 관심은 대상을 나와 같은 대등한 존재로 받아들여야 비로소 생겨난다.

각종 데이터에 의하면 세상은 점점 살기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세상에 큰바다쇠오리 같은 ‘지구’는 없었다.
또 어딘가에 있을 무한한 것으로, 착취해도 되는 동등하지 않은 것이었다.

이제서야 지구가 병들고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
이제서야 지구와 인간의 눈높이가 맞아진 것이다.

즐거움과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많은 것들이 본래 있어야 할 곳에서 떨어져나와 좁은 우리안에 갖혀 전시되고있다. 그것이 본래의 정체성과 행복을 여전히 지니고 있을까.

이미 많이 늦었다. 이 세상에 ‘프로스프’같은 일들이 수없이 벌어졌다. 그래도 늦음 중에서는 지금이 가장 빠른 시점이다. 또다른 ‘프로스프’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나와 동등한 눈높이를 가진 것으로 모든 ’지구‘를 바라보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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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함께 있는 느낌
이윤학 지음 / 오늘산책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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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돌보지 않고 술과 사십 여년을 살아온 시인이 도시를 벗어나 산으로 떠났다. 벽을 쌓고 창문과 문을 내어 혼자 지낼만한 집을 지었다. 마당 벤치에서 저 높이 솟은 달을 완연히 누린다. 술을 마시느라 보지 못했던 것을 또렷하게 두 눈에 담는다.

나무, 하늘, 달, 유기견, 호수, 나무옹이, 개양귀비. 그 안에 따뜻한 시가 움트리고 있는 존재들이 지천에 널려있고, 그것들은 자연스럽게 열권이 넘는 시집을 발표한 시인의 예리한 레이더에 포착되어 시가 된다, 산문이 된다, 소설이 된다, 사진이 된다.
나아가 진폐증을 앓던 아버지의 면 마스크와, 어머니가 집 나갈까 봐 걱정하던 할아버지에게까지 확장된다.

#당신과함께있는느낌 ( #이윤학 씀 #오늘산책 출판)에 담겨있는 사진과 글들은 따뜻한 햇살이 한줌 씩 묻어있다. 가슴 먹먹한 이야기를 보는 중임에도 시리지 않았다. 슬픔이라는 감정 속 내핵에는 한 줌의 따뜻함이 단단히 자리잡고 있었다. 술기운이 없는, 자신을 보듬는 세상은 예술가의 시선도 바꾸었다.

고요함에서 길어 올린 온기가, 슬프고도 아름다운 일생의 기억들이, 누군가와 함께였을 때의 온기를 대신해준다. 시인은 혼자 지내지만 외롭지 않다고. 빛바랜 사진 속 인물처럼 가물가물한 <당신과 함께 있는 느낌> 이었다고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책의 제목을 염두에 두고 글을 다시 읽어 본다.
독백같았던 글이, 읽을 사람을 위해 쉽고 일상적인 표현으로 적은 글로 다르게 보인다. ‘폭풍 흡입’같은 요즘표현(?)도 담겨있다. 이런 말도 안다고, 그렇게 잘 지내고 있으니 염려말라고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궁극적으로는 자기 스스로에게 하려는 말이 아니었을까. 괜찮다고, 좋아졌다고, 잘 지내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괜찮다, 좋다, 잘 살고 있다고 다정한 말을 건넬 수 있는 삶. 어쩌면 시인은 그런 삶을 손에 넣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스스로를 잘 보듬어가는 삶.
생각만해도 따뜻하다. 눈 앞에 정확한 이미지는 맺히지 않지만, 그 이미지 속 날씨는 맑고 따뜻하다.

보통의, 잔잔하며 다정한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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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배우다 - 소소한 일상에서, 사람의 온기에서, 시인의 농담에서, 개정판
전영애 지음 / 청림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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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한 작가에 푹빠져 그의 뒤를 따라 걷는 기분은 어떨까. 어떤 책의 저자가 비행기에서 도스토옙스키의 ‘백야’를 손에 꼭 쥐고 그의 묘지를 찾아가는 여행이라 너무 설렌다 말하는 옆자리 사람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백야>를 구입해서 읽었던 적이 있다.
이십대에 읽었음에도 이 책을 그 외국인은 왜 그렇게 좋아했을까 이해하지 못했고 알아보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릴적 막연하게 어떤 작가를 좋아하고, 국내에 정식 출간된 책들을 사모으고(읽지는 않네 그러고보니)번역되지 않은 책들은 원서를 사서 보물처럼 간직하는 꿈을 꾸었던 적이 있다. 충분히 할 수 있음에도 이런저런 핑계로 지금까지 하지 않고있다.

#인생을배우다 ( #전영애 씀 #청림출판 )을 읽고는 잊고있던 (좋아했던)작가를 떠올렸고 좋아했던 책을 한 권 구입했다. 괴테할머니로 불리는 우리나라 최고의 괴테전문가인 전영애 교수가 쓴 <인생을 배우다>에는 괴테를 비롯한 거장들의 글과 그것과 관련한 일화들이 넌지시 담겨있다. 담겨있는 내용은 가볍지만은 않다. 나도 어딘가에서 들어본 것 같은 카프카의 동심지켜주기 프로젝트(궁금하다면 책을 펼쳐라!) 유대인의 탄압을 후대에 전해주기 위해 시인한명을 살리기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리고, 그 목숨들을 짊어진 시인이 수용소에서 최선을 다해 써내 마침내 전해진 시의 이야기, 저자가 평생을 고국처럼 돌아다닌 타국 독일에서의 인연들 이야기 까지.
읽을 거리들이 매우 풍성하다.

이번에는 필사단에 참여하여 책을 읽게되었다.
필사의 단점아닌 단점이라면 필사를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필사를 염두해 두고 책을 읽으면 필사하기 좋겠다 싶은 구절을 찾으면서 읽게된다는 것이다.

글에 온전히 순진하게! 집중하기 조금 힘들달까(필사, 독서 모두 초보라 그럴지도)그래서 마음이 와닿았던 글 전체를 필사하는 것을 택했다. 나와 같이 집-일터의 루틴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신선할 수 있는 저자의 일생이 담담하지만 자상하고 강요하지 않는 필투로 내 손에 내 마음에 스며들었다.
<인생을 배우다>라는 책 제목을 보면 서울대 출신 서울대 교수가 인생이란 이런것이다 알려주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책 속에서 저자는 학생과 그 이후의 어른을 구분짓는 경우가 제법 있는데 그 기준은 무언가를 할 때 ‘계산을 하느냐 하지않느냐’이다.

계산을 하지않고 항상 100%진심을 다하는 학생시절을 어떻게 보내는가가 어른이 된 이후를 결정하는 것 같다. 저자의 수업을 들으면 끝에 자신의 글과 함께했던 친구들의 글이 묶여 ‘나의 책’이라는 결실로 맺어지는 것을 생생히 겪은 사람들은 어른이 된 후에도 여전히 최선을 다할 확률이 높다. 저자도 평생 학생들을 가르쳐온 어른이지만 평생 괴테와 독일문학을 배워온 학생이었다.
저자의 100%진심이 글에 잔잔하게 다정하게 서려있다.

나도 이래저래 계산을 끊임없이 하는 어른이지만 이 책과 저자를 보고 나도 책을 남은 평생 가까이 한다면 무언가를 배우는 학생의 입장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저자처럼 전문적으로 무언가를 업으로 삼아 배울 수도 있겠다. 인생 어찌될지 모르는 것이니까.

책이라는 물리적 성과가 내 인생에서 나오지는 않겠지만 이렇게 미흡하게나마 책을 보고 쓴 글들이 모여 나라는 사람의 지나간 길을 보여주는 E북으로 삼아도 되지 않을까.

멋진 어휘와 문장으로 감탄을 자아내는 문장도 명문장이지만 이처럼 담담하고 따뜻한 보통의 글도 받아적을 수 밖게 없게하는 명문장이 될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얼마남지 않은 내년의 목표 중 하나로 통필사가
있는데 이 책을 읽고 쓰기 전까지는 너무나 거창해보이는 목표였다. 이제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읽는 즐거움은 물론 쓰는 즐거움도 알게해준 책이랄까.

따뜻함이 필요한 요즘 같은 나날에 딱 맞는
따뜻한 책이었다.

괴테할머니처럼, 따뜻한 글을 쓸 줄 아는 할아버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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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비 이야기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비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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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호러물을 애정하는 편은 아니다.
뭐랄까 괜히 내 돈과 시간을 들여 찝찝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 맞는가라는 생각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저런 다양한 책들을 올해 읽어나가면서, 마냥 행복한 감정을 남기는 작품이 아니라도 부의 감정에서 부의 감정을 일상 생활에서 느끼지 않을 수 있는 삶으로 나아가야겠다는 반면교사反面敎師 의 가르침을 얻을 수도 있다라는 것을 배웠다. 물론 인간이라는 종과 참혹한 현실에 네거티브한 기분이 며칠 갈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런 의미로 호러도 제대로 읽어보고 싶었다.
그러다 좋은 기회로 #여름비이야기 (#기시유스케 씀 #비채 출판)를 읽게 되었다. 나는 당연히🙈 잘 몰랐지만 호러계에서 아주 유명한, 말 그대로 호러 장인으로 정평난 기시 유스케라는 대가의 작품으로 선입견없이 첫호러를 마주하게 된 것은 호러입문에 가장 최상의 상태가 아닐까.

<여름비 이야기>는 기시 유스케가 10년에 걸쳐 쓴 ‘비’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으로 ‘5월의 어둠‘, ’보쿠토 기담‘, ’버섯‘ 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5월의 어둠‘은 치매를 겪고있는, 아내가 말다툼을 한 이후로 집을 나갔지만 왜 다퉜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퇴직교사 사쿠타에게 장마와 함께 옛제자 나오가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오빠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그 비밀이 오빠가 직접 지은 하이쿠에 있을 것이라며 교사시절 하이쿠부 담당교사였던 사쿠타를 찾아온 것이다.
사쿠타는 치매임에도 열 편이 넘는 하이쿠를 전부 기억하며 전문가다운 해석을 보여준다.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보쿠토 기담>은 1930년대 일본을 배경으로, 서양문화를 탐미하고 향락에 빠져사는, 그 시대의 젊은층을 대변하는 요시타케가 주인공이다. 그는 꿈에서 검은 나비가 계속 나타나서 기이하게 여기고 있었는데 영력이 상당한 스님이 그 나비가 이끄는 곳이 지옥이라며 그 나비를 물리쳐야 한다고 강하게 말한다. 겁을 먹는 요시는 그 대사를 집에 모셔 하라는대로 따른다. 하지만 본성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나비를 절대로 따라가지 마라는 대사의 말을 뒤로하고 나비를 따라 누각에 도착한다. 누각에서 만난 7명의 오이란 중에서 하나를 (잘)선택해야 죽음을 피해갈 수 있다는 대사의 말에 그는 단서를 잡으려 식은땀을 흘리는데…

마지막 이야기 <버섯>은 세 편 중 가장 재밌게(라는 표현을 써도 되는지 모르겠지만)본 작품이다.

할아버지이게 받은 유산으로 아이에게 자연과 함께한 삶을 선물해주겠다는 이유로 고급별장지에 거처를 마련한 스기히라 가정의 이야기이다. 자신은 버섯을 사랑하는 동화작가인 아내는 아이이게 도시에서 최고의 교육을 해주고 싶어하고 스기히라와 말다툼을 하고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간다. 메신저로 연락은 된다는 것이 다행일까.
그런데 놀라운 일이 발생한다. 마당 잔디밭에서 버섯이 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점점 버섯이 퍼져가서 온 잔디를, 온 집안을 뒤덮는다. 이것을 기록에 남기기 위해 폰 카메라를 켜는 순간 깜짝 놀란다. 카메라에는 보이지 않는 것. 당연하게 만져지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가짜같지 않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이 신기하고도 소름돋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도움을 청한 곳은 ‘산악신앙’과 정신과 전문의이자 심리학자, 사촌형 두 곳이다.
그리고 사라진 딸이 걱정되어 사설탐정을 붙인 장모까지 나타나 결국 버섯의 실마리는 풀린다.
아내와 아이의 행방은?

스포일러를 하지않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다. 문장 밑줄을 보여주고 싶어도 보고나서 친 밑줄은 의미심장한 의도가 담겨있을 수 밖에 없어 문장도 공유하지 않을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런 정보 없이 고스란히 느끼는 것이 이 책을 가장 잘!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방법이리라. 호러 문외한인 나에게도 이 책은 확실히 재미있었다. 하이쿠, 나비, 버섯에 대한 방대한 지식이 읽으면서 감탄스럽다. 대체 작가는 100페이지 남짓한 이야기를 준비하느라 얼마나 공부한 것일까. 적당히 알아서는 절대로 풀어낼 수 없는 촘촘한 스토리텔링이 압권이다. 모든 페이지의 내용이 설득력이 있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반전에 그 이상의 충격을 받게 한다. 육성으로 ”?“가 터져나온다. 호러라는 단어로 가두기에는 그 안에 너무나 많은 것들이 촘촘하게 담겨있다.
그 촘촘한 모든 것들이 내 안을 빈틈없이 채워 아쉬움 없는 독서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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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하다 앤솔러지 3
김남숙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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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 -하다. 그 짧은 단어에는 생각보다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에 많은 어간이 들어가서 뜻이 바뀌는 건 당연하겠지만 무엇이 들어가는가에 상관없이 의지가 담겨있다. 비록 행위자의 의지가 아닐지라도.

#열린책들 의 #하다앤솔로지 그 세번째 #보다 는 다섯개의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김남숙 작가의 ‘모토부에서’는 삼년전 언니와 각자의 남자친구 넷이서 다녀온 모토부 여행에서 부터 시작된다. 그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보는’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모토부에서 언니의 남자친구였던 진호가 헤어지자는 언니를 폭행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 사건을 잊지못하는 나, 모두 내탓이라며 애써 웃으려는 언니, 아무일도 없었던 듯 살아가는 나의 남자친구 우형. 나만 모토부에 머물러 있다.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소설가임에도 한단어도 적지 못한 빈 화면만 ‘바라보고’있다. 그러다 모토부에서 있었던 일을 소설로 쓰면서 나는 현실을 ‘직시’했다. 우형은 이기적이라는 말을 끝까지 뱉지못하고 슬픈 표정을 짖고있다. 어쩌면 괜찮지 않인 사람은 마주하지 않은 언니와 우형. 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지 않을까.

#김채원 작가의 ‘별 세 개가 떨어지다’는 홀로 지내는 할아버지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할아버지 댁을 찾아 할아버지는 ‘살피는’ 손녀딸들이 등장한다. 할아버지의 종묘원에서 누군가의 두발을 ’보고‘ 그럼에도 행복하게 할아버지의 나무돌보는 일을 돕는다. 안타깝고 상실된 상태에서 그 와중에서도 생명의 발아, 세 조손의 행복한 보통의 일상에서 위로와 기쁨을 ‘발견’한다.

#민병훈 작가의 ‘왓카나이’는 일본 최북단, 소야곶, 왓카나이에 ‘우연히’도착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살아갈 이유를 찾기위해라는 단하나의 목적을 위해 왓카나이에 도착한 그는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바다를 ‘바라보고’있다. 도쿄에 살고있닌 친구를 회상하며 왓카나이 네글자만 친구에게 보낸다. 특별한 이유없이 온 왓카나이에서 자신을 바라보고싶어했다. 보이지않는 사할린 처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왓카나이처럼 갈 곳이 없었지만 어디로든 갈 수 있었다. #양선형 작가의 ‘하얀손님’ 은 하얀손님을 태운 운송기사의 이야기이다. 이상하리만치 이동경로가 온통 빨간색으로 칠해진 운송경로에서 ‘너’는 조각조각 나있는 과거를 떠올린다 관음보살, 혼내는 큰누나, 돌아가신 아버지, 아버지의 장례식장, 십만원만 빌려달라는 큰누나 등등 , 옆에 있던 하얀 손님는 저수지에 얽힌 자기 친구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렇게 하얀 손님의 목적지가 도착하고 그는 회사를 다시 목적지로 삼는다. 그들은 잠시 함께 여행한 것이다. 정면을 바라봐야 하는 운송기사 이기에 손님은 제대로 바라볼 수 없는 시야의 가장자리이다. 그 가장자리는 앞만보느라 미처 놓쳤던 것들로 채워져있다. 그 시선에 담긴 것까지 모두가 우리의 인생이고 우리모두 인생이라는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한유주 작가의 ‘이사하는 사이’는 산희의 이사로 시작한다. 원래살던 곳 근처로 이사를 했지만 청소기가 보이지 않아 다음날 자신이 살던 곳으로 간다. 그러자 자신과 너무나 똑같은 사람을 만난다. 그사람과의 대화 후 산희는 미국으로 향하고 에어비앤비 호스트를 만난다. 또 자신과 너무나 닮았다. 휴대폰 잠금이 열릴만큼. 그런 많은 산희들을 조우하며 여행에서 급히 귀국하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또 다시 이사를 할 것이고, 낡은 청소기를 새 청소기로 바꿀 것이라는 몇가지의 다짐을 하며. 정확히 나는 아니지만 수많은 나의 부분들 중 하나씩이라도 닮은 사람들은 세상에 아주많다. 그 닮은 부분 하나가 너무나 친근하게 만든다. 그것이 살아갈 이유가 되기도 하고 가끔.

이번 #보다 앤솔러지는 뜻이 명쾌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본 부분을 또 보게되고, 놓친 것은 없는지 또 샅샅이 보게되었다. 그렇게 우리도 익숙하고 명징한 것들만 좇느나 놓치고 있는 애매하고 모호한 것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것 까지 모두 합쳐 나임을. 내 삶임을 다시한번 생각해보았다. 두눈 크게, 샅샅이, 멀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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