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이성비판 1 - 평범하고 정확한 우리말 새번역
임마누엘 칸트 지음, 코디정 옮김 / 이소노미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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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씸한 철학번역에서의 새 시도가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새번역이라는 결실을 맞이했네요. 무언가 하나의 물줄기가 끊임없이 흘러 하나로 모여 큰 강을 이루듯이 그런 순간을 철학이 맞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너무나 기대되는 책입니다. 칸트 좀 알게 될 것 같아요 설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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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다 하다 앤솔러지 2
김솔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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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사람이 하나의 단어에 대해 글을 쓴다면 비슷할까 다양할까? 아마 글을 직업으로 할만큼 재주가 있고 고뇌와 같은 사유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정말 같은 단어를 주제로 한 글이 맞는지 글 속에서 그 단어를 찾으려 애써야할 정도로 독창적인 글을 써낼 것이다.

글쓰기 실력이 상당한 사람들이 한 단어로 만든 전혀 다른 각자의 이야기가 담긴 책. 상상 속에나 존재할 것 같은 책이 바로 ‘열린책들 하다 앤솔러지’ 두번째 이야기 #묻다 (#열린책들 출판 #김솔 #김홍 #박지영 #오한기 #윤해서 씀)이다.

묻다. 궁금증의 시작이기도 한 이 단어 하나가 각각의 이야기를 피워냈다.

김솔 작가의 #고도를묻다 는 신구, 박근형 꽃할배의 연기로 더욱 유명해진 사뮈엘 베케트 원작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재해석 했다. 고도가 사람이름이라는 것을 아는 사함이 얼마나 될까 싶은 원작에서 그래서 고도가 대체 누군데? 라는 궁금증을 자아낸다면, <고도를 묻다>에서는 고도를 궁금해 하는 것을 넘어선다. “우리가 모두 고도인데 누굴 기다린다는거야?”라는 등장인물의 대사처럼(희극 형식으로 되어있다)생각 없이 마냥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이 맞는지, 자기 스스로에 대한 질문은 하고있는지를 고도가 누구인가보다 더 중요하고 원초적인 물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김홍 작가의 <드래곤 세탁소>는 제목부터 물음표를 던진다.
꼭! 하고싶은 말이 있다던 친구가 말을 하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약속장소인 둘이 만나던 카페는 세탁소가 되어있었고 그곳으로 오다 정서는 사고로 사망했다. 그날부터 시작된 유나의 불면증. 유나는 불면증을 이기지 못하고 정선이 약속장소에 뒤늦게 왔을지도 모른다며 세탁소로 향한다. 세탁소 아주머니에게 커피를 얻어마시다 세탁소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정서가 자신에게 하려고 한말이 무엇인지만 스스로에게 묻던 유나는 또 다른 질문들을 하며 살아간다. 함몰되었던 물음들을 ‘묻어’두고 또 다른 질문들을 ‘묻는’것이 인생이 아닐까.

박지영 작가의 #개와꿀 은 우리가 언제부터, 왜 생겨났는도 잘 모르면서 꾸준히 써온 ‘개꿀’을 생각하게 한다.
누군가가 잘 된 것, 또는 다른 사람의 행동으로 인해 기대치 못한 이득을 본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완전 개꿀‘을 외친다.

우리말의 문화 속에도 개복숭아 처럼 무언가의 열화된 것, 원래의 것보다 좀 떨어지는 것에다가 ’개‘를 붙인다.
’개꿀‘은 다른 사람의 성공을, 누군가의 행동을 얕잡아 보는 뜻이 담겨있는 것이다. 실제로 무언가 잘 되었음을 고백했을 때 ’완전 개꿀이네‘라고 상대방이 반응하면 마냥 기분이 좋지 않으니 무언가 부정적 뜻이 들어가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야기 중 지적장애를 가진 수경이 ‘개꿀’이라는 말 속에 숨겨진 진의를 파악하지 못하는 장면에서 급격히 변화함과 동시에 선을 긋는 사회가 ‘주제에 맞는 일과 분수에 맞는 자리‘를 알아보라며 무시하지만 그럼에도 그런 자리를 내어주지않는 운좋게 멀쩡히 태어난 것뿐임에도 다수라는 이유로 특권을 누리려는 이들에게 경각심을 느낄 기회를 준다.

오한기 작가의 #방과후교실 은 <묻다>에 수록된 책 중 가장 위트가 담겨있다. 딸의 숙제인 공포 동화 만들기를 대신 해주는 소설가 아빠의 입장에서는 마냥 위트있는 상황은 아닌듯 하지만 말이다. 가볍게 해도 될 일에 죽자살자 부담을 느끼며 프로다운 완벽을 기하다 딸과의 관계가 소원해진다.
아이와 두런두런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아이 눈높이에 맞춰서 아이가 평생 좋은 기억으로 남을, 아빠와 같은 작가를 꿈꿀 수도 있었을 순간을 날려버린다.
그 순간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분명히 묻고있다.

마지막 작품 윤해서 작가의 #조건 은 읽는데 가장 많은 심력이 들어갔다. 무엇하나 분명하게 설명되어 있는 것이 없는, ‘묻다’라는 것을 이야기로 만들어내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은 매순간이 궁금증을 유발하는 이야기이다.

다섯개의 <묻다>라는 단어로 시작된 이야기들을 각자의 물음을 던지는 이야기들이었다.
그중에 어떤 물음이 와닿았는지는 우리들 개인마다 다르다. 그 물음을 시작으로 우리만의 물음을 끊임없이 피워나가는 삶을 살면 좋겠다.
<묻다>는 동사이니. 우리도 움직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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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 약국
김혜선 지음 / 도마뱀출판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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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약국 (#김혜선 씀 #도마뱀출판사 출판)은 프리랜서 50대의 딸과 80대의 엄마의 재결합(?)으로 인해 생기는 이야기이다. 프리랜서이지만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자기만의 확립된 루틴을 가지고 있는(프리랜서일수록 자기만의 루틴은 몹시 중요하다. 삶의 질 면에서나 업무 효율면에서나.) 딸에게 고령의 약사 엄마의 고관절 수술은 그런 루틴을 남김없이 부수는 사건이 된다.
계단을 오르내리기도, 혼자 걸어다니기도 힘들어진 엄마와 집을 합치게 된 것. 집을 합친 것 뿐만 아니라 아침 저녁 엄마의 약국으로의 출근까지 책임져야 한다.

7시간 수면후에 가지는 아침 멍, 차 한잔, 음악 한곡의 여유로움은 온데간데 없고, 엄마의 도시락을 챙기기 바쁘다. 퇴근 시간은 또 어떤가. 8시퇴근 시간, 늦으면 약국 문을 잠그고 혼자 티비를 보며 딸을 기다리는 엄마를 떠올리며 7시부터 마음이 불안하다.

희생이라 생각하고 스트레스와 역류성 식도염을 견뎌내고 있건만 그 희생을 당연한 것이라 여기고 고맙다는 말은 하지못하는, 멀리 살고 가정이 있다는 이유로 맏딸과 아들은 찾지않고 결혼하지 않고 근처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둘째딸만 찾는 엄마를 참아내는 것이 쉽지않다.
쉽지않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할만큼.

서로 허심탄회하게 조용조용 털어놓고 조율하면 될 것인데, 누구보다 더 사랑하고 위하는 것이 마땅한 가장 가까운 가족임에도 역설적으로 가족이라 막대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잔소리 약국>을 읽으면서 물론 하나의 직장에서 자신의 손때를 묻혀가며 50여년을 지켜온 주인공의 어머니가 멋지긴 했지만 나도 자식이자 K장남인지라 어쩔 수 없이 주인공에게 감정이 몰입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이듯 가족간의 다툼은 공기베기이다. 상처가 물론 더 크게 남긴 하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기저에 깔려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내 엄마, 내 자식 또래가 입고 가지고 있는 좋을 것을 보면 자연스럽게 내 엄마, 내 자식이 떠오르는 것. 몹시도 정상이다.

이 책은 그렇게 투닥투닥 거리며 언제 끝날까라며 영원할 것 같았던 두 모녀의 재결합의 실상을, 하루하루를 보여주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원래 나의 일은 냉정하게 볼 수 없다. 한발자국 떨어져서 보아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나이든 부모를, 내가 돌볼 차례가 된 것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들이 부모에 대한 고마움과 존경이 없는 것이 아니다. 먹고살기 힘드니까 푸념이 되는 것이지.

잘못된 감정은 맞지만 틀렸다하기에는 애매하다.
힘든 것은 힘들다 하고 스스로 삭이거나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술한잔 커피한잔으로 털어내고 또 살아가는게 삶이지 않나.

다만 <잔소리약국>을 읽으면
괜시리 전화기를 들게 된다.
엄마, 뭐해? 퇴근했어? 밥은? 또 대충 드셨구만?

툴툴거리지만 따뜻해지는 전화한통.
그것만으로도 <잔소리 약국>을 읽을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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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음악을 듣는가 - 삶을 연주하는 인문학 교향곡
전기홍 지음 / 상상출판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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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답답하다. 또는 날씨가 좋다.
나이를 먹어 좋은 점이 있다면 내 감정을 이유로 움켜쥘 수 있는 자동차 키가 있다는 것. 낮의 햇살, 밤의 조명불빛 무엇이든 온 세상에 골고루 나뉘어지는 것을 움직일 수 있는 나만의 공간에 담아 혼자 오롯이 누릴 수 있다는 것. 상상만해도 좋은 일이지만 지금 이 상상이 완벽해 지기 위해서는 하나가 더 필요하다. 바로 음악이다.

날씨가 싸늘해지면 따뜻한 국물이 땡기듯 이런 날씨, 이런 기분에는 이런 음악이 땡긴다.
그렇게 선곡한 음악은 나를 그 시절의 나로 데려가고 그 추억은 꼬리를 물고 그 시절 파도타기하듯 다른 음악으로 넘어간다.

적막함이 주는 맛이 있지만 뭐랄까 결국엔 잔잔한 음악이라도 틀어놓고싶어진다. 볼륨을 들릴 듯 말 듯 최대한 낮추더라도 굳이 틀어놓는다. 음악이 뭐길래. 우리는 왜 음악을 들을까.

#우리는왜음악을듣는가 (#전기홍 씀 #상상출판 출판)은 나에게 제목만으로도 펼치지 않을 수 없는 책이었다. 음악을 듣는 것을 평생 좋아해왔던 나에게 항상 따라오는 그러나 깊게 생각해보지 못한 질문이었기에 그
해답이 이 책안에 있다는 생각에 몹시 설레었다.

선화예고와 서울대 음대를 거친 저자는 자신의 주무기인 클래식은 물론 4만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새의 뼈로 만든 피리, 각 나라의 전통음악, 케이팝, 트로트와 같은 인류의 역사에 존재했던(내 생각에는 모든 음악인 것 같은데 무지한 사람이라 확신할 수는 없다)음악들을 직접들을 수 있는 QR코드까지 공유하며 들려주고 설명해 준다.
음악을 교양인문학 정도 수준으로 쉽게 풀어 설명하는 책은 제법 봐왔지만 음악의 3요소나 배음, 화성학에 대해 짧게나마 설명하는 책은 처음본지라 몹시 호기심이 일었다. 물론 음악을 음학으로 접근하면 안된다라는 말이 있지만, 대중음악이던, 클래식이던 만든 사람의 의도가 들어있을 것이고, 그 의도를 학술적인 방법을 사용해야 청중들에게 정확하게 전달 될 것이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지식은 갖춰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도 저자는 클래식이 어렵고 인기가 없게 된 이유로 감상법을 알려주는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임을 꼽는다.
복잡하고 철저하게 의도된 음악인 클래식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그를 도와주는 지식과 그 지식을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 한 것이다.

그런 음악의 특성들을 생각해보면 음악은 참 우리와 닮았다. 아마 인간이 만든 것이라 인간이 담겨있어서 그렇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음악이 인간을 만들었기 때문이라 말한다.
언어보다 먼저 우리 곁에 존재한 음악을 우리가 만들어 낸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존재했던 것을 좀 더 잘 표현하기 위해 그토록 오랜시간 음악을 배우고 만들고 들어온 것이다.

자유로워 보이지만 나름대로의 규칙과 그 규칙을 만들고 배우고 적용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며 나아가는 것. 음악과 인간 둘 다 에게 해당하는 말이지 않나.

또 중요한 음악의 특징은 무언가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려 하고 듣는 사람은 정확히 몰라도 그 무언가를 전해받고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다. 위의 음악 특징이 그랬듯, 이것도 인간과 공유하는 특징이지 않을까.

대부분의 음악이(예술이) 절망에서 비롯되어 태어난다. 그 절망을 나의 절망처럼 느끼는 것이 아닌, 그 절망을 최고의 예술로 치환해낸 그 인고의 과정을 전하고 전달받는 것. 그것에서 위안과 감동을 받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다시한번 해보았다.

그렇게 예술에 한사람의 인생에 감화되는 우리도 당연히 사람이며 그와 동시에 당연히,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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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맛
다리아 라벨 지음, 정해영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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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후회없는 선택이나 행동이 있을까.
나는 일말의 후회도 없는 행동은 없다고 생각한다.
상황도 변하고, 나 스스로도 변하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때 이럴걸, 그러지말걸 같은 후회는 어쩔 수 없이 생긴다. 우리 뇌 자체가 같은 것을 자꾸 생각하면 부정적으로 생각하도록 만들어져있다고 하지 않는가.
후회하지 않을 유일한 방법은 계속 곱씹지 않게 완전히 까먹는 것인데 그게 어디 쉽나.

#끝맛 (#다리아라벨 씀 #클레이하우스 출판)의 주인공 콘스탄틴도 그런 후회의 순간이 있다.
아버지와의 마지막일지 몰랐던 마지막 대화에서 진심이 아닌 모진 말을 뱉었던 것을 잊지 못하는 콘스탄틴은 어릴 적 부터 말 못할 특별한 능력이 하나 있다.
엄마에게 말했더니 정신과 치료까지 받게했던 그 능력. 바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끝맛’이다.
끝맛은 이미 죽은 사람이 먹었던 음식의 맛이 콘스탄틴의 입안에서 느껴지는 것으로, 이 끝맛은 맛으로 끝이 아니라 그 맛을 재현해 낸다면 죽은자를 불러낼 수 있다.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하던 바에서 손님에게 끝맛이 나는 칵테일을 건냈더니 손님과 죽은 아내의 재회가 이루어졌다. 이토록 콘스탄틴의 후회와 찰떡인 능력이 또 있을까.

우리 문화권에서는 생소한 음식들의 끝맛이 미식가가 소개해 주는 것 처럼 자세하게 적혀져있다. 그 음식들의 맛을 상상하며 맛 표현을 익히는 재미도 쏠쏠하다. ‘비빔인간’ 에드워드 리 셰프가 “마지막 페이지까지 맛있다.“라고 말하는 것이 이해가 된다.
이승과 저승을 잇는 이야기이다 보니 저승세계의 설정도 담겨있고, 이승에 갖힌 영혼들이 악령으로 변해간다는 익숙한 설정도 읽는 맛을 더해주는 흥미로운 요소이다.

이승과 저승, 음식, 끝맛이라는 능력, 두 세계를 잇는 끝맛이라는 능력, 주인공의 후회까지. 읽을거리가 매우 풍성하다. 정성스럽게 준비한 비빔밥 한그릇 같달까?
물론 다 읽고나면 잘 먹었다는 포만감 같은 만족감이 밀려오지만 저승과 후회하는 단어가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게 만든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면 온통 후회 뿐이다.
좀 더 잘해줄 걸, 이때 이럴걸 저때 저럴걸 이거 부탁했을 때 해줄걸, 좀 더 찾아갈 걸, 좀 더 같이 시간 보낼 걸 같은 후회들이 슬플 때는 물론 행복한 순간에도 불현듯 찾아온다. 그래서 그 미안함에 최대한 오래 기억하고 잊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끝맛>에서는 이것마저 과연 옳은 것인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안식을 취하는 것이 영혼들이 바라는 유일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을때면 서운함마저 든다. 머무는 세상이 달라져버렸다고 이제 잊지않고 기억하려하고 그렇게 내 곁에 두려는 것이 욕심인가 싶다.
나를 위해야 할지, 그 사람을 위해야 할지 답은 정해져 있지만, 내가 해온 것이 정말로 그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에 적잖은 충격을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결국 보내주는 것이, 놓아주는 것이, 잊어주는 것이 결국 나에게도, 남은 사람들에게도 바람직한 일임을 아픔을 겪은지 꽤 지난 사람들을 통해서 듣게 된다.
들어도 그것이 맞는 말임을, 알려준 사람만큼의 시간을 들여야 깨닫겠지만 말이다.

모든 기억을 평생 가지고 살아간다면 너무나 괴로울 것이다. 심지어 우리 뇌는 판단을 할 때 사용하는 경험은 평생동안 쌓아올린 경험이 아닌 최근의 경험만 이용한다. 에너지 효율을 위해서이다.

인간의 뇌가 이렇게 설계된 것도, 죽은 이들이 평안만을 바리는 것도 결국은 남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어떤 상황에 있는지에 따라 많이 다르게 읽혀질 책이다.
엄청 슬픈 책이 아님에도 슬프게 읽힐 수 있다.
나 또한 그러했다.

나도, 떠나간 소중한 사람도.
우리 스스로를 위해 끊어낼 용기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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