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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을 위한 애도 수업
김현수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11월
평점 :
강산이 변하는 기간을 학교에서 지내다 보면 뜻하지 않게 접하는 비보가 있다. 어느 죽음이든 안타깝고 마음 아리는 것이지만 두고 두고 마음판에 새겨지는 일이 있다. 당연하게도(?) 내게도 그런 마음판에 너덜거리는 상처가 있다.
지금도 내 데스크 위에는 그 때 그 어린 친구가 남겨둔 작은 인형이 있다. 어느날 소리없이 사라져 낯선 도시의 다리 위에서 생을 마감했던 어린 영혼, 상상조차 안 되었던 일이 막상 닥치고 보니 나는 애도의 방법도 애도자의 권리도 생각해 볼 겨를 없이 그 친구 떠나보내야 했던 일이 두고 두고 마음판의 상처가 되어 치유되지 못했다.
어쩌면 이 책을 오랫동안 기다렸던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순식간에 책을 읽어 버렸다. 당시를 떠올릴 때면 함께 하던 친구의 죽음을 제대로 알리지도 못하고 병원에 입원했다는 말로 궁금함을 덮었던 것과 타인에게 장기를 기증하며 생을 마무리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이 후회로 남아 있었는데 책 속 '애도의 여정'을 통해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게 되었다.
사회적으로도 애도가 필요한 일련의 사고,사건들이 있었다. 공분하고 공감할 일들이 많아지는데 비해 슬픔에 처한 사람을 위로하는 방법을 제대로 몰라 아쉬움이 있었다. 책을 읽는 과정에 참사의 부당함을 표출할 때, 동정받기 보다는 안전할 권리를 함께 주장하고 시민으로 연대하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 즉 동정보다 공감이 타인의 이해와 연결을 이룬다는 것을 배우게 되어 매우 기뻤다.
이제는 그 때 그 어린 친구에게 좀 더 성숙하게 슬픔과 애도의 감정을 다룰 수 있다고 말해 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