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살 결심 -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두번째 선택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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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다시 만난 친구를 읽듯 <나로 살 결심>을 읽었다. 사람은 상처를 통해 인간이 되는 것 같다. 구병모 작가이 신작 <절창>에서도 처절하게 벌어진 상처에 손을 대고 그 사람을 읽어내는 여자가 나오지 않는가? 문유석 작가는 취약한 자신의 상처를 열어 우리에게 읽게 한다.

어릴 때부터 활자중독처럼 책을 좋아하고 이야기해주기를 좋아하던 소년은 학교에 들어가자 자신이 머리도 좋고 공부도 잘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고시에 붙어 판사가 되고 빠른 승진 트랙으로 사십대에 부장판사까지 간다. 판사로 살며 사법체계의 문제점과 사회적 이슈에 대한 글을 써서 주목을 받자 그 글을 모아 책도 출판하고 심지어는 베스트셀러가 되다. <미스 함무라비>라는 책은 시나리오까지 직접 써서 드라마 작가가 되기도 한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시간을 쪼개어 쪼개어 쓴 글들은 수필집이 되고 드라마가 되어 대중들에게 닿는다. 무사히 그는 판사로서 정년을 마치고 교외의 한적한 곳에서 아름다운 집을 짓고 더욱 멋진 작품들을 쏟아낸다… 라는 것이 그의 일생이었다면 그것은 도저히 재수가 없어 읽을 수 없는 자뻑의 에세이가 되었으리라.

하지만 그는 명함만으로도 존중받는 판사라는 직업을 버리고 나이 오십에 전업 작가가 된다. 판사라는 갑옷을 던져 버리고 맨 몸으로 불안을 살아내며 사투를 하는 프리랜서 작가가 된 것이다. 특히 그의 이직은 극과 극인 성격의 직업으로의 이동임이 두드러진다.

“판사의 일은 특수성 속에서 보편성을 찾아내는 일이다. 법은 다수결로 정해진 규칙이다… 법은 항상 그 시대 그 사회의 주류에 속하는 가치관을 기준으로 삼는다… 반면 작가의 일은 보편성 속에 묻히기 쉬운 개별성을 찾아가는 작업이다. 외면당하기 쉬운 소수의 목소리를 조명하고, 다수의 기준으로 간단히 부류될 수 없는 입체적인 인간성을 탐구하고자 한다.” (p.214)

이러니 드라마 쓰면서 자꾸 선과 악의 가치를 가르치고 메시지를 전하려 하는 판사시절의 버릇이 남아 그를 박스에 가둔다고 한다. 하지만 문유석 작가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로 우리를 웃기고 울리고 의미 있는 질문을 던져 생각하게 하고, 인간 한명 한명이 소중하다고 이야기 해주는 그런 드라마를 만들어 주시길 바란다. 아니 그런 드라마가 곧 나올 것 같아 기대된다.

“글은 삶에서 나온다. 좋은 삶을 살지 않으면 좋은 글이 나오지 않는다. 땅에 든든히 발을 딛지 않은 채 머릿속에서만 꾸며내는 글은 생명력이 없다…공허와 고독, 사회적 고립감 속에서 오로지 스스로의 노력으로 치열하게 당대의 문제들을 화두로 공부하고, 고민하고, 끝까지 생각한 사람들만이 좋은 글을 쓴다. 내가 읽고 사랑했던 작가들에게 새삼 경외감을 느끼곤 한다.” (p.230)

아직 판사일 때 쓴 전작 <개인주의자 선언>과 <쾌락독서>에서 읽을 수 있었던 톡톡 튀는 유머와 ‘자뻑’이 사라지고 온실을 나와 정글을 살아내고 있는 작가의 절박함과 겸허함이 글을 채운다. 이런 치열한 고민을 고백하는 작가의 차기작이 기다려진다.

이 글은 문학동네에서 보내주신 책을 읽고 솔직하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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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소통 명상수업 - 마음근력 향상을 위한 명상 가이드
김주환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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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환 교수님은 신비주의에 둘러싸여 어렵게만 느껴지던 명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연구를 통해 그 효과를 입증해 주신 분이다. 그분의 첫번째 책 10만 베스트셀러 <내면소통>의 워크북 같은 <내면소통 명상수업>이 나왔다. 

첫번째 책 <내면소통>이 명상의 이론적 체계와 과학적 근거를 밝혀준 책이라면 새로 나온 <내면소통 명상수업>은 명상을 삶 속에서 실행해 나의 삶을 평온한 삶으로 바꾸기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이다. 첫 번째 책이 두꺼워 겁 먹고 안 읽은 사람도 그의 유튜브 강의를많이 들었을 것이다. 누적 조회수 3000천만뷰라니! 나를 포함해 우리 사회의 많은 이들이 이토록 절박하게 우울과 불안과 불면과 싸우고 있다. 잠이 안 오는 밤이면 김주환 교수의 수면유도 영상을 들으며 호흡을 알아채며 잠으로 빠져들었다. 아는게 너무 많으셔서 말이 정말 많으신 (😅)강의도 많이 들었다. 

삶의 모든 것을 내 힘으로 통제하겠다는 생각을 내려 놓아라. 태어나고 죽는 것을 포함한 인생에 정말 중요한 사건들은 ‘우연’에 의해 정해진다. 그러니 내가 겪는 이 고통이 내  잘못으로 온 것이 아니니 수용하고 내가 받은 축복을 헤아려 감사하며 나와 타인을 존중하자는 말씀이었다. 이번 새 책은 교수님의 목소리로 듣던 명상 가이드를 담고 있어서 소리 내어 읽으며 명상을 하고 녹음하여 다시 들으며 명상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내가 한 녹음을 딸에게 보내줬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고마워 했다. 

개인위생이 그다지 강조되지 않았던 시대에는 사람들이 매일 이를 닦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위생의 중요성을 교육 받아 누구나 매일 이를 닦는다. 교수님은 이제 모두가 이를 닦듯이 명상을 하는 날이 올 때까지 계속 명상을 전파하시겠다고 한다. 유튜브로 듣는 것과 책으로 읽는 것은 맛이 다르다. 이 책은 내면의 평화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 책을 펴는 순간 명상 수업이 시작되고, 이 책을 펴는 바로 그 자리가 명상 교실이 되리라 믿는다. 이 책은 그러한 내면소통 명상 ‘수업‘을 위한 것이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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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위한 메르헨 청소년 북카페 4
에리히 캐스트너 지음, 울리케 묄트겐 그림, 정초왕 옮김 / 여유당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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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 몸과 함께 바닥으로 쳐박혔던 멘탈을 끌어올리는데 힘이 되준 작은 그림책은 <행복을 위한 메르헨>이었다. 어른을 위한 이 이야기는 행복이 삶의 목표가 아니라 삶의 태도임을 전해준다. 

불평불만과 세상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했던 젊은 주인공 남자는 어느날  무엇이든 소원을 세 개 들어주겠다는 산타클로스 같은 맘 좋은 노인을 만난다. 그는 “소원을 이룸으로써 마침내 행복해져야 하네”라고 신신당부한다. 여기까지의 출판사의 소개글을 읽고 나는 댓글을 남겼다. “소원을 이룬다고 행복해지는게 아닐텐데요. 주인공이 어떻게 행복에 이르렀는지 궁금하네요.” 이 댓글을 보고 출판사에서 선물책을 보내주셨다. 

“소원이란 아직 마음속에 품고 있을 때까지만 좋은 것이라네. 잘 살게나.”

한마디만 남기고 자신이 행복한지 아닌지도 대답해 주지 않은 채 긴 여운을 준다. 에피쿠로스와 부처님이 말씀하셨듯이  행복은 고통이 없는 상태이다. 내가 이미 가진 것을 원하는 오유지족의 상태이다. 행복은 인스타그래머블한 사진 속에 있지않다. 나는 어리석게도 많이 아프고서야 이 것을 깨달았다. 이 책은 많이 아프지 않고도 그 깨달음으로 가는 길을 안내해 준다. 



"소원이란 아직 마음속에 품고 있을 때까지만 좋은 것이라네. 잘 살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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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유산
미즈무라 미나에 지음, 송태욱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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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차려입고 나가도 아무도 쳐다봐주지 않는 나이, 젊은 연적이 있다면 비교되기에도 안쓰러운 나이, 어떤 미인도 추녀도 같아진다는 미모의 평준화가 되는 나이, ”소설도 안되는 나이의 여자“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소설도 안되는 나이 오십대의 미쓰키가 주인공인 소설이라니 그 자체가 아이러니이다. 나를 포함해 오십대이거나 눈 깜짝할 사이 오십대가 될 모든 이들, 오십대였던 모든 이들이 공감하며 몰입해서 읽을 소설이다. 어머니를 보살피는 기나긴 노동 끝에 어머니를 보내드리는 지난한 과정을 그린 1부와 어머니가 남긴 유산, 그렇다. 어떤 비유도 아닌 돈이다. 그 돈으로 경제력을 확보한 후 젊은 여자와 바람이 난 남편과 이혼하는 과정을 그린 2부로 이루어져 있다.

까다롭고 허영심 가득해 요구가 많은 어머니로부터 딸들은 해방되기를 기다리지만 의학의 발달로 각종 생명 연장기구들을 연결하고 연명하는 어머니는 좀체로 죽지를 않는다. <이방인>의 첫 문장 “오늘, 엄마가 죽었다.”가 반복해 인용되며 딸들은 드디어 그 ‘오늘’을 맞는다. 이 과정을 보며 존엄한 죽음은 언제 어떻게 가는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 몇살까지 살다가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운명하는 것이 적당할까 라는 고민도 있지만 결국 어떻게 살아야할까가 문제다. 미쓰키의 엄마는 허영과 사치의 화신으로 딸들을 조정하고 끝없이 요구하는 어머니이다. 그러니 이런 어머니에게 자식이 해야할 도리를 할 뿐 그 이상의 관계를 기대하기 힘들다. 다른 가족과 어떻게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나의 죽음이 그들에게 아쉬움으로 그리움으로 남게 될까 생각하게 된다.

어머니의 죽음 후 남편과의 관계를 직시할 여력이 생긴 미쓰키가 이혼에서 받을 재산 분할과 남은 여생을 보내기 위한 돈을 철저히 계산하는 부분은 인상적이다. 결혼을 앞두고 “사랑이냐, 돈이냐” 하며 고민하는 이야기가 많지만 이혼을 앞두고는 “남편이냐, 가난이냐” 의 선택지 앞에 서게 된다는 말도 실감이 확 난다. 미쓰키의 어머니는 힘들게 했어도 그녀의 독립을 돕는 중요한 경제력을 유산으로 주었다. 소설의 후반부는 미쓰키가 혹시 자살을 하는건 아닐까,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건 아닐까 등으로 계속 궁금하게 하며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스포일이 될까봐 결말은 이야기 하지 않겠지만 하여튼 소설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혼하는 과정에서 김치 싸대기도 좀 때리고, 화 김에 다른 남자와도 자는 등 험한 드라마를 좀 보여주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싶은데 그런 역동적인 아침드라마적인 요소는 없다. 밋밋한 리얼리티를 인간의 내면까지 속속들이 파헤쳐 그려낸 프랑스 예술 영화 같은 문학작품이다. 하긴 아침드라마스러운 요소는 미쓰키의 외할머니와 어머니의 삶에서 다 나오긴한다. 돈을 보고 결혼했다가 자식의 가정교사와 눈이 맞아 도망치는 외할머니와 그녀의 딸 어머니가 노래 선생님과 바람나는 이야기 등등. 그녀들의 드라마틱한 외도는
과연 소설 전반에 얽혀있는 <마담보바리>와 <금색야차>라는 일본의 신문소설을 읽으면서 그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데 문학이 현실의 삶을 휘감아 휘두는 것을 보는 재미가 있다.

“생각건대 미쓰키 자신은 신문소설의 사생아였다.”(380)

일본인들의 프랑스에 대한 동경은 엄청나다고 하더니 이 소설 전반에 걸쳐 진진하게 전개된다. 작가 미즈무라 미나에 자신도 열두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교육받고 살았다는 배경을 보니 그런 전개가 이해가 간다.


당연 나의 어머니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말년의 어머니를 견디기 힘들어했지만 나는 어릴 때의 엄마보다 말년의 어머니를 더 그리워한다. 80대에 큰 병을 극복하고 다시 살아나신 엄마는 끝까지 위엄을 잃지 않고 독립적인 생활을 하려 애쓰시며 스스로의 루틴을 분 단위로 만들어 열심히 사셨다. 미쓰키의 엄마가 시험을 봤다가 떨어졌다는 명문 나라여자사범학교를 나오신 분 답지 않는가? 그 학교 이름이 나와서 깜짝 놀라며 반가웠다. 소설 내내 어떤 인물을 소개할 때 어느 지방 출신으로 어느 학교를 나왔다 라는 표현이 많이 나오는데 요즘 MZ 세대들이 읽으면 이 왠 구한말의 신소설인가 할 것 같다.

서양을 동경하는 동양여자들의 이야기는 내 세대에서 끝날 것 같다. 소설의 줄거리를 듣던 20대 딸은 먼 나라를 동경하기 보다는 자신의 뿌리를 찾고 나와 가까운 것들을 소중히 하고 나의 것을 구축하는 것에 관심있다고 했다. 하긴 그 딸이 이미 서양식 교육을 흠뻑 받았기에 그런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그리운 어머니가 남겨주신 유산에 감사하고, 유학 가는 딸을 보내며 <어머니의 유산>을 빠져서 읽었다. 우리 모두 끈끈하게 얽혀있지만 각각 혼자 설수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 혼자 설수 있도록 최대한 오래도록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강건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쓴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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