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스토리 - 인생의 무기가 되는
킨드라 홀 지음, 이은경 옮김 / 윌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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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녔던 학교는 지하철역에서 통학버스로 갈아타고 10분 정도를 더 가야 하는 곳이었다. 통학버스가 텀이 긴 편이라 한 대를 놓치면 부랴부랴 택시를 잡아타야 지각을 면할 수 있었다. 택시에 오르기가 무섭게 "기사님, 30분까지 빨리좀 가주세요"를 외치곤 했는데, 이때 "갈 수 있지 그정도면!" 하는 기사님을 만나면 그보다 훨씬 전에 도착했고 "학생, 그 시간까진 못 가." 하는 기사님을 만나면 어김없이 지각을 했다. 그때 알았다. 생각과 말이 사람의 가능성과 성공여부를 얼마나 크게 좌우하는지를.

《인생의 무기가 되는 히든 스토리》에서는 스토리를 내 안에 내재되어 있는 잠재된 자본인 동시에 부정적인 성향을 지닌 방해물이기도 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뇌를 자극하면 행동하는 방식마저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한 마디로 스토리가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에 따라 내 성향도 나아가 인생까지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앞서 설명했던 기사님들을 떠올려보았다. 긍정적인 답변을 줬던 기사님들은 만면에 미소가 가득했으며 차에서는 좋은 향기가 났던 것 같다. 반면 부정적으로 응대했던 기사님의 뒤통수에서는 '나 건들지 마' 하는 듯한 아우라가 풍겼다. '니가 뭐라든 내 마음대로 할 거'라는 뉘앙스와 함께 말이다. 매사 부정적인 사람들은 아마 자신도 모르는 새 부정적인 셀프스토리에 조금씩 중독되어 버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인생의 변곡점이나 대서사시가 아닌, 지극히 사소한 사건들이 모여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안에 스토리를 형성한다. 스토리는 대단한 것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지만, 우리는 그 날의 날씨와 있었던 장소, 상황까지 똑똑히 기억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좋은 기억보다도 나쁜 스토리를 즐긴다. 친절한 가게는 기억하지 못해도 불친절한 가게는 기억하듯이.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인 셀프스토리를 내버려두면 이는 점차 나를 가두는 족쇄가 되어버리고 만다.

셀프스토리는 근본적으로 습관이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기존의 스토리를 도움이 될 만한 스토리로 다시 쓰면 된다. 오래 쓴 부정적 스토리를 버리고 새로 긍정적인 스토리를 쓴 다음 이를 써먹어야 한다.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는 스토리텔러가 있으니까. 나 역시 나를 가로막던 (나도 모르는 새 생성되어버린) 셀프스토리를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꿔봐야겠다. 내 안에 세워둔 장애물에 지지 않고 천천히 셀프스토리를 변화시켜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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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관의 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허하나 옮김 / 폭스코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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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있고 누구에게나 없는 것, 미스터리. <교도관의 눈>은 예상치 못한 미스터리와 맞닥뜨리며 혼란을 겪는 평범한 사람들의 여섯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안정과 성공에 대한 보통의 욕망을 품었을 뿐인데, 범죄 사건과 조우하게 되다니?! 여섯 이야기 모두 일상 속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상황이라 더욱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다.

특히 표제작인 <교도관의 눈>은 책에서 손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다음 장이 궁금해졌다. 현경 기관지 마감을 앞두고 있는 사무직원 에스코. 이번 호 메인 기사인 퇴직자들의 수기를 정리하던 중, 유치관리계 주임 곤도 미야오가 수기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에스코는 곤도의 집으로 찾아가게 되고, 형사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은퇴를 앞둔 곤도가 1년 전 일어난 주부 실종사건의 용의자를 쫓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용의자는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 사람이었으나 곤도는 어쩐지 수상쩍은 느낌을 지우지 못한다. 용의자를 쫓는 곤도, 곤도에게 원고를 받아내기 위해 합류하게 된 에스코. 이들은 '시체 없는 살인사건'의 진실에 점차 다가가게 된다.

자서전 집필을 의뢰받은 프리랜서 작가 다다노가 의뢰인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을 담아낸 <자서전>, 가정법원의 이혼 조율 조정위원인 유키에 앞에 나타난 미스터리한 인물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 <말버릇>, 새벽녘 해킹당한 현경 홈페이지! 범인을 쫓는 정보관리과 다치하라의 추적기를 담은 <오전 다섯 시의 침입자>, 지방 신문 편집부 직원 다카나시가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조용한 집>, 현 지사의 총애를 받던 비서 구라우치가 갑자기 냉랭해진 지사의 태도에 무엇이 문제였을지 <비서과의 남자>까지,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서 의자에서 엉덩이를 뗄 수 없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은 긴장감마저 들었다. 마치 내가 쫓고 있는 사람 중 하나가 된 듯한 느낌. 요코야마 히데오식 미스테리는 촘촘해서 한 순간도 대충 읽고 넘길 수 없는 것 같다. 그게 요코야마 히데오의 매력이기도 한 듯. 아무래도 이 책을 마중물삼아 요코야마 히데오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게 되지 싶다.

단편 하나 하나가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 작품들이라 읽는 내내 감탄하며 읽었다. '지금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미스터리'라는 출판사의 서평이 아깝지 않았던 책이었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일독해보시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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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탐구 생활 - ‘진짜 취향’으로 가득한 나의 우주 만들기 프로젝트
에린남 지음 / 좋은생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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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린남 님을 처음 알게 된 건 정리수납 수업에서였다. 강사님이 참고자료로 보여준 미니멀라이프 동영상에서였는데, '내가 가진 화장품중에 사용하지 않는 것은 없다', '내가 가진 물건들은 내가 사용하는 것들이다'라는 말을 듣고 뜨끔했던 기억이 있다. 정리수납 자격증을 따며 꼭 필요한 만큼만 소유하고 쟁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중인데, 이런 행보에 에린남 님의 유튜브가 많은 도움을 주었다.

에린남 님의 신간 《에린남의 취향 탐구 생활》을 받아들고 처음에는 살짝 혼란이 왔다. 자타칭 취미 부자인 나는 방 한 개가 작업실이자 창고여서, 온갖 DIY 재료들이 산처럼 쌓여 있다. 그런데 미니멀리스트인 저자는 도대체 어떻게 미니멀리즘과 취미생활을 함께 영위할 수 있는 걸까? 그 해답을 기대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책은 (취미를 포함한) 전반적인 저자의 취향을 담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삶의 무게를 덜어 내고 가볍게 살고 싶어 계속 비우는 중이며, 꼭 필요한 물건과 좋아하는 물건만으로 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귀여운 것을 좋아하고, 강아지를 좋아하고, 뜨개질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홈카페를 좋아하며, 노래방에서 목이 터져라 노래하는 걸 좋아한다. 사실은 더 많은 취향들을 말하고 있지만 이것들만 적은 이유는 단순하다. 나와 통하는 취향이라서다. 하지만 저자와 나의 다른 점은 미니멀리스트 vs (취향에 있어서만큼은) 맥시멀리스트라는 점이겠지.

책을 읽는 동안 그런 생각을 했다. 사고 싶고 갖고 싶은 걸 양껏 사는 게 능사가 아니구나. 손으로 만드는 건 뭐든 좋아하고 잘 하면서도 왜 쉽게 쉽게 물건을 사고, 비우느라 에너지를 썼을까...그동안의 에너지와 돈과 시간이 너무 아깝고 아쉬웠다. 그리고 저자의, 나와 닮았으면서도 소박하고 빛나는 확고한 취향이 부러웠다.

아직도 우리 집엔 비워야 할 나의 취향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 취향은 현재 진행형이기도, 과거형이기도 하다. 더 이상 취향이 아니거나 들여다보지 않을 것들을 찬찬히 정리하면서 나도 저자처럼 소박하고 빛나는 취향들만 남겨둬야겠다. 그래야지만 나의 '취향 탐구 생활'이 더 윤기나고 빛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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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의 디테일 - 비슷비슷 헷갈리는 것들의 한 끗 차이
브렛 워쇼 지음, 제효영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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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리 잘 하는 사람보다 맛을 잘 아는 사람이 더 부럽다. 이 재료에는 이런 전처리가 되어야 하고, 조리법은 이런 게 어울리고, 삶으면 이렇고 구우면 이렇다며 이야기하는 사람을 보면 사랑에 빠질 것만 같다. 그래서 《미식가의 디테일》이 더욱 궁금했다. 비슷비슷 헷갈리는 것들의 한 끗 차이를 알고 나면, 나도 맛에 대해 더욱 기민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저자 브렛 워쇼는 2018년 2월부터 'What's the difference?(뭐가 다를까?)'라는 제목으로 뉴스레터를 만들어왔다. 헷갈리기 쉬운 것들의 차이점을 써보는 데에서 출발한 이 뉴스레터에는 다양한 정보들이 담겨 있었는데, 《미식가의 디테일》은 그중에서도 식음료와 관련된 정보를 모은 것이다. 이 책에서는 '한 끗 차이'를 레스토랑/요리와 식사/돼지고기와 기타 육류/해산물/소스, 페이스트, 드레싱/맥주/와인/술/커피와 음료/파스타/쌀/조리와 재료/과일과 채소/피클/제과 제빵/설탕/초콜릿/치즈와 유제품/아이스크림과 냉동 디저트 등으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심지어 내가 정말 궁금해했던 것도 나와 있었다! 얼마 전 건강한 식사를 해보려고 요거트와 곁들일 것을 사려는데, 종류가 너무 많았다. 특히 뮈슬리와 그래놀라는 그게 그거 같아서 구분이 안 갔다. 한참을 매대 앞에서 성분표를 살피며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차이점을 확실히 알았다. 뮈슬리(흔히 뮤즐리라고도 함)는 생 곡류나 구운 곡류, 말린 과일, 견과류, 맥아, 겨가 들어간 건조 혼합물이고, 그래놀라는 곡류와 과일에 식용 유지, 달콤한 감미료를 넣고 구워 만든다. 뮈슬리보다 그래놀라가 더 달콤하다는 것! 단 맛이 싫다면 뮈슬리를 선택하는 편이 낫다는 것도 말이다.

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커피에 대해서도 자세히 나와 있어서 좋았다. 카푸치노와 라테는 구분할 수 있는데, 플랫화이트나 코르타도처럼 근래 뜨기 시작한 메뉴들은 사실 차이점을 잘 몰랐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라테는 에스프레소 60ml에 스팀 우유가 180~600ml까지도 들어가고, 코르타도는 에스프레소 60ml에 스팀 우유가 30~60ml가 들어가 음료 온도가 낮은 편이며, 플랫화이트는 에스프레소 60ml에 스팀 우유를 30~120ml를 넣고 위에 벨벳처럼 고운 마이크로폼을 얹는다. 라테를 가장 좋아하는 내게 플랫화이트가 다소 진하게 느껴졌던 이유가 바로 우유 양에 있었던 거였다.

이젠 요즘 뜨는 커피숍의 메뉴판 앞에서 쭈뼛거리다 '결국 라테'를 주문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이 책으로 맛의 미묘한 차이를 정확하게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한 번 읽고 다시 읽는 일이 없어 자리만 차지하는 책도 꽤 많은데, 《미식가의 디테일》은 책장에 꽂아두고 여러 번 읽고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지식이 가득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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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지스 할머니 -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이소영 지음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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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도 자주 그림을 그린다. 거창하게 화가가 되어야겠다기보단 내 일상을 소소하게 그려내고 싶은 마음으로 그림을 그린다. 이따금씩 너무 잘 그리는 사람들에게 시샘이 날 때도 있는데, 저만치 앞서있는 젊은 사람들에 비해 난 이미 너무 늦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면 어김없이 울적함이 찾아오곤 한다.

《그랜마 모지스》는 이런 나의 편협함에 제대로 한 방을 먹여준 책이었다. 75세에 그림을 시작해 101세까지 화가로 활동한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잠깐만? 우리나라에선 보통 65세를 전후로 은퇴를 한다. 그런데 75세 데뷔? 55세나 65세라도 놀랐을 것 같은데 75세라니. 놀랍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고 존경심도 들고...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인 채 책을 펼쳤다.

75세부터 101세까지 활동하며 무려 1,600점의 작품을 남기고, 그중 250점은 100세 이후 그린 작품일 정도로 그림에 대한 열의가 대단했던 화가. 전문적인 미술교육을 받은 적조차 없었던 그녀의 그림을, 미국인들은 사랑했다. 그녀가 소소하게 그려낸 일상의 풍경들이 서툴지만 진심을 담아 사람들에게 건네는 위로와 휴식처럼 느껴져서 그런 게 아니었을까.

10남매 중 셋째로 태어나 남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기도 했고, 결혼 후에는 '버터 만들기 챔피언'으로 불리기도 했던 그랜마 모지스. 평생 자수를 놓는 것이 취미였던 그녀가 관절염으로 실과 바늘을 내려놓고 그 대신 붓과 캔버스를 들게 된 것이 그림 인생의 시작이었다.

작품 가운데 내 마음속에 들어와 콕 박힌 건 1957년작 <끄는 소년들>이었다. 온통 새하얗게 변한 마을에서 썰매를 끌고 타느라 여념이 없는 아이들의 모습. 어린시절 함박눈이 내렸던 날이 떠올랐다. 약속이라도 한 듯 동네 아이들이 모두 뛰쳐나와 서로 합심해서 어른 키만한 눈사람을 만들어 세웠드랬다. 모르는 아이들도 그날만큼은 친구가 되어 즐겁게 어울렸던 기억. 저자의 말처럼 그랜마 모지스의 그림은 '나를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주는' 유년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림을 보고 있었을 뿐인데 순식간에 행복했던 시절로 나를 이동시킨다.

분명히 시작은 독서였는데 끝은 향수에 젖었던 묘한 경험을 했다. 《그랜마 모지스》를 통해 그녀의 삶을 알고 그녀의 그림을 감상하는 동안 행복함에 젖을 수 있었던, 참 고마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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