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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의 디테일 - 비슷비슷 헷갈리는 것들의 한 끗 차이
브렛 워쇼 지음, 제효영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평점 :
나는 요리 잘 하는 사람보다 맛을 잘 아는 사람이 더 부럽다. 이 재료에는 이런 전처리가 되어야 하고, 조리법은 이런 게 어울리고, 삶으면 이렇고 구우면 이렇다며 이야기하는 사람을 보면 사랑에 빠질 것만 같다. 그래서 《미식가의 디테일》이 더욱 궁금했다. 비슷비슷 헷갈리는 것들의 한 끗 차이를 알고 나면, 나도 맛에 대해 더욱 기민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저자 브렛 워쇼는 2018년 2월부터 'What's the difference?(뭐가 다를까?)'라는 제목으로 뉴스레터를 만들어왔다. 헷갈리기 쉬운 것들의 차이점을 써보는 데에서 출발한 이 뉴스레터에는 다양한 정보들이 담겨 있었는데, 《미식가의 디테일》은 그중에서도 식음료와 관련된 정보를 모은 것이다. 이 책에서는 '한 끗 차이'를 레스토랑/요리와 식사/돼지고기와 기타 육류/해산물/소스, 페이스트, 드레싱/맥주/와인/술/커피와 음료/파스타/쌀/조리와 재료/과일과 채소/피클/제과 제빵/설탕/초콜릿/치즈와 유제품/아이스크림과 냉동 디저트 등으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심지어 내가 정말 궁금해했던 것도 나와 있었다! 얼마 전 건강한 식사를 해보려고 요거트와 곁들일 것을 사려는데, 종류가 너무 많았다. 특히 뮈슬리와 그래놀라는 그게 그거 같아서 구분이 안 갔다. 한참을 매대 앞에서 성분표를 살피며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차이점을 확실히 알았다. 뮈슬리(흔히 뮤즐리라고도 함)는 생 곡류나 구운 곡류, 말린 과일, 견과류, 맥아, 겨가 들어간 건조 혼합물이고, 그래놀라는 곡류와 과일에 식용 유지, 달콤한 감미료를 넣고 구워 만든다. 뮈슬리보다 그래놀라가 더 달콤하다는 것! 단 맛이 싫다면 뮈슬리를 선택하는 편이 낫다는 것도 말이다.
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커피에 대해서도 자세히 나와 있어서 좋았다. 카푸치노와 라테는 구분할 수 있는데, 플랫화이트나 코르타도처럼 근래 뜨기 시작한 메뉴들은 사실 차이점을 잘 몰랐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라테는 에스프레소 60ml에 스팀 우유가 180~600ml까지도 들어가고, 코르타도는 에스프레소 60ml에 스팀 우유가 30~60ml가 들어가 음료 온도가 낮은 편이며, 플랫화이트는 에스프레소 60ml에 스팀 우유를 30~120ml를 넣고 위에 벨벳처럼 고운 마이크로폼을 얹는다. 라테를 가장 좋아하는 내게 플랫화이트가 다소 진하게 느껴졌던 이유가 바로 우유 양에 있었던 거였다.
이젠 요즘 뜨는 커피숍의 메뉴판 앞에서 쭈뼛거리다 '결국 라테'를 주문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이 책으로 맛의 미묘한 차이를 정확하게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한 번 읽고 다시 읽는 일이 없어 자리만 차지하는 책도 꽤 많은데, 《미식가의 디테일》은 책장에 꽂아두고 여러 번 읽고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지식이 가득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