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지스 할머니 -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이소영 지음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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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도 자주 그림을 그린다. 거창하게 화가가 되어야겠다기보단 내 일상을 소소하게 그려내고 싶은 마음으로 그림을 그린다. 이따금씩 너무 잘 그리는 사람들에게 시샘이 날 때도 있는데, 저만치 앞서있는 젊은 사람들에 비해 난 이미 너무 늦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면 어김없이 울적함이 찾아오곤 한다.

《그랜마 모지스》는 이런 나의 편협함에 제대로 한 방을 먹여준 책이었다. 75세에 그림을 시작해 101세까지 화가로 활동한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잠깐만? 우리나라에선 보통 65세를 전후로 은퇴를 한다. 그런데 75세 데뷔? 55세나 65세라도 놀랐을 것 같은데 75세라니. 놀랍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고 존경심도 들고...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인 채 책을 펼쳤다.

75세부터 101세까지 활동하며 무려 1,600점의 작품을 남기고, 그중 250점은 100세 이후 그린 작품일 정도로 그림에 대한 열의가 대단했던 화가. 전문적인 미술교육을 받은 적조차 없었던 그녀의 그림을, 미국인들은 사랑했다. 그녀가 소소하게 그려낸 일상의 풍경들이 서툴지만 진심을 담아 사람들에게 건네는 위로와 휴식처럼 느껴져서 그런 게 아니었을까.

10남매 중 셋째로 태어나 남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기도 했고, 결혼 후에는 '버터 만들기 챔피언'으로 불리기도 했던 그랜마 모지스. 평생 자수를 놓는 것이 취미였던 그녀가 관절염으로 실과 바늘을 내려놓고 그 대신 붓과 캔버스를 들게 된 것이 그림 인생의 시작이었다.

작품 가운데 내 마음속에 들어와 콕 박힌 건 1957년작 <끄는 소년들>이었다. 온통 새하얗게 변한 마을에서 썰매를 끌고 타느라 여념이 없는 아이들의 모습. 어린시절 함박눈이 내렸던 날이 떠올랐다. 약속이라도 한 듯 동네 아이들이 모두 뛰쳐나와 서로 합심해서 어른 키만한 눈사람을 만들어 세웠드랬다. 모르는 아이들도 그날만큼은 친구가 되어 즐겁게 어울렸던 기억. 저자의 말처럼 그랜마 모지스의 그림은 '나를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주는' 유년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림을 보고 있었을 뿐인데 순식간에 행복했던 시절로 나를 이동시킨다.

분명히 시작은 독서였는데 끝은 향수에 젖었던 묘한 경험을 했다. 《그랜마 모지스》를 통해 그녀의 삶을 알고 그녀의 그림을 감상하는 동안 행복함에 젖을 수 있었던, 참 고마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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