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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난민 ㅣ 창비청소년문학 83
표명희 지음 / 창비 / 2018년 3월
평점 :
난민 하면 먼저 떠오르는 건 파도에 떠밀려온 시리아의 작은 아기 사진이다.
그래서 난민 하면 생각나는 것은 시리아,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최근 들어 종교적 이유와 권력다툼으로 인해 내전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그런 나라들에서만
난민의 이야기를 듣고, 그런 나라들에서만 조국을 떠나 새로운 삶을 살고자
고통 속에 떠돌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그런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이야기는 나에겐 매우 생소했다.
그리고 인천 공항에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는 송환대기실 이라는 곳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싶지만 자신의 나라에서는 그럴 수 가 없어서
정착할 수 있는 어딘가를 찾아 떠나는 그들의 심정이 얼마나 절박하고 절실할까.
한곳에 뿌리내려 살아가는 것이 그들에게는 왜 그리 힘든 일이냔 말이다.
하지만 우리 역시 그들과는 조금 다르지만
뿌리처럼 나를 지탱해 줄 무언가를 기대하고 찾는 것도, 의지할 무언가를 함께 찾고자 하는 면에서는 결국 난민과 다를 바 없지 않음을 작가는 얘기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싶다.
몇 년 전...
교육과 영업이 병행이 되는 업무를 할 때
공항 신도시 아니 하늘신도시라 불리는 곳으로 영업활동을 나간 적이 있다.
신도시이기 때문에 상당히 높은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그 곳은
아직 비어 있는 땅, 땅만 고르게 다져져 있는 곳들이 훨씬 많았다.
거기다 아파트 단지와 초등학교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어떻게 아이들이 등하교를 하는지가 정말 궁금했었다.
아직도 내 기억 속에 그 하늘 신도시는
초고층 아파트들이 덜렁 있는 곳 중간중간 뻘건 흙들을 드러내며 비어 있었던 땅들과
아파트 단지와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초등학교
그리고 붉은 태양빛과 햇살, 바람 이런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어느 날 난민>에서는 바로 이런 곳에 난민 보호 센터가 자리를 하게 된다.
신도시이기 때문에 주민들은 난민 보호 센터를 반대하고
공항과 가깝다는 이유로 이곳이 난민 보호 센터 입지로 적합하다는 정부.
결국 난민 보호 센터는 그 곳에 세워지고
하나 둘 찾아 드는 사연을 가진 여러 나라의 사람들과
우연찮게 그들과 함께 난민 보호 센터에 얹혀 살게 되는 난민 아닌 난민, 민이의 이야기.
인천공항에는 송환대기실이라는 곳이 있다.
그곳에는 전혀 접점이 없는 여러 나라들의 사람들이 각자만의 사연을 가지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입국허가를 받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대기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십중팔구 추방이 되기 때문에 하늘의 별따기 인 한국행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이 가슴 졸이며 기다린다는 것이다.
그러다 난민 보호센터에서 잠시 머무르며 난민 확정을 받아야 비로소 대한민국에 정착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외국인 지원 캠프'라는 조금 더 친근한 용어로 바꾸어 주민들과의 화합을 꾀하고
보호센터에서 지내는 사람들끼리 서로 품앗이 하듯 도움이 되고,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하고 만들어가며
차츰 한 가족처럼 끈끈해 지는 그들을 보며 마음이 아프면서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또 한편, 그들이 그렇게 원하는 대한민국 땅에 살고 있으면서도
일반적이고 평범한 다른 사람들 속에 뿌리 내리지 못하고 겉도는 허 경사와 해나 그리고 민이.
그들 역시도 또 다른 난민은 아닌지, 그들의 모습에 나는 없는지 자꾸 생각하게 된다.
우리 각자 나름 대로 정의하는 정착을 꿈꾸며 살아가지만 결국 원하는 정착이라는 것을 쫓기 위해 일평생 난민처럼 떠도는 인생을 사는 것이 결국 허경사나 해나와 다를 바 없는 난민 아닌 난민으로 떠돌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국경과 인종의 벽을 뛰어 넘어 스스로 정한 삶을 살고자 이 땅을 찾는 다른 나라의 수많은 사람들뿐 만 아니라, 어느 한 곳에 뿌리내리고자 하는 절박함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도 결국 난민이지 않겠냐고 우리에게 묻는 것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