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신고 길이 간다 모아드림 기획시선 121
김지향 지음 / 모아드림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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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신고 길이 간다>

어떻게 이런 특이한 발상을 할 수가 있을까? 이 책 제목을 처음에 보고 한 생각이다.

시인들은 모두가 다 이렇게 언어를 뒤집고 거꾸로 된 발상을 통해서 우리가 생각지 못한 언어를 끄집어 내고

발견해 내는 모양이다.

 

소개글에도 나와 있듯이, 김지향 그는 25권의 시집을 낸 중견시인이고 시적 상상력이 누구보다 신선하고 새롭고 활기 차다고 소개하고 있다. 처음에 이 시집을 선택하게 된것도 이런 특이하고 기발한 시적인 언어에 있었다.

웬지 모를 특이한 발상이 나올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것을 발견해 내는 일은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다.

 

 '묵상을 끝낸 하늘'에 보면 -어디서 돌멩이 한 톨 퐁, 묵상하는 하늘배꼽에 구멍을 내고 나뒹굴었다. 란 글이 나온다.

쌀만 한톨 두톨 하고 세는 줄 알았는데 돌멩이에도 이 말을 적용하며 그 다음 말-하늘 배꼽에 구멍을 낸다는 말로 이끌고 있다. 작가의 시적 상상력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누구나 사춘기 시절 시 한 소절쯤은 가슴에 채워 두었을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퇴색하고 의미를 잃어가고

시를 담아 두었던 장소마저 잃어 버린다. 언제적에 넣어둔 시어였는지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세상살이에 녹이

슬어 가고 있다. 그런 추억이나 있었기나 한것처럼....작가의 표현처럼 '꿈통에 대못을 박고 다시는 열지 않기로 한것처럼 말이다. 기억의 스크린을 한장 한장 넘기며 스크린 한 토막 뚝 잘라내어 가슴의 가마솥에 넣고 천천히 끓이면 허름한

삶 한 자락이 조청처럼  졸아들어 추억 한잔으로 남게 된다고.....

추억은 그렇게 엑기스만 나중에 남게 되는 걸까? 그렇게  귀한 엑기스를 잃어버리기를 한다면 우리의 추억은 어디로 증발하게

되는 것일까? 가슴의 추억에게 묻고 싶다.

아련한 추억 한 토막이 생각나는 분홍빛 봄날에,  나의 잃어 버리고 퇴색된 추억에 생기를 불어 넣고 싶다.

 

중견작가의 삶 속에는 얼마나 많은 삶의 흔적들이 한조각 한조각 모아져 있을까? 그 삶의 각 조각마다 아름다운 색을 입히고

삼세하고 미려한 시적인 서술을 통해서, 각자의 생에서 만나게 되는 나를 발견해 내도록 이끌어 주는 그의 힘겨운 노고-

그 수고에 우리가 힘들이지 않고 이런 아름다운 감성에 빠져들게 된다. 깊고 깊은 우물속에 침잠해서 투영된 나를 찾게 된다.

 

오랜만에 만난 뜻깊은 시집, 의미깊은 시집  너무 좋은 시집이다.

아주 작은 휴대용 사이즈로 나와서 여행할 때 보면 좋을것 같다.

 깊게 음미하면서 읽어야 할 시집이다.

가을에 만났더라면 깊이 사색하는데  도움이 되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아련한 봄날에 이 시집을 만나서

더 정감이 가고 나를 만나는 여행길에 동반자로 함께 하고 싶은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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