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할미 - 짧게 읽고 오래 남는 모두의 명화수업
할미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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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할머니가 놀러 왔다.
우리 똥강아지, 오늘은 어떤 미술 이야기해 줄까?

책 목차를 보는데 진짜 할머니가 인생에 대한 조언을 해주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목차에서부터 누군가를 해하지 않고 다 품어 줄 것만 같은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미술관, 미술, 그림 하면 떠오르는 단 한 사람 : 고흐

미술관의 그림, 미술 도서에서 빠지면 섭섭한 두 화가가 있다. 그게 바로 고흐와 고갱이다. 나는 고흐파이다. 고흐의 그림이 더 역동적이고 사람을 끌어당긴다. 고희가 살아낸 삶을 그림에 그대로 투영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 많다. 고흐는 살아생전에 작품을 팔아 윤택한 삶을 살지 못했다. 매일 아니 삶을 마감할 때까지도 동생과 함께 할 정도였다. 만약 고흐에게 테오가 없었다면 고흐는 이 많은 작품을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 고흐 작품의 지분을 따지자면 테오의 몫이 크다고 본다. 어쨌든 고흐와 테오, 그들의 가족 손에서 세상 밖으로 나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은 미술이라는 것이 대단하다.

고흐가 다시 환생에서 온다면 당신은 전혀 하찮은 존재가 아님을 말해주고 싶다. 얼마나 위대한 사람이었는지를 말이다.

이 나무는 고흐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등장하는데, 사실 사이프러스 나무는 한번 자르면 다시는 뿌리가 나지 않는다고 해서 서양에선 죽음을 상징하기도 한단다. (56p)

내가 알고 있는 사이플스 나무는 초록의 깊고 아름다운 나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별이 빛나는 밤' 그림에 아랫부분을 채운다면 어떤 그림을 넣을까 상상은 해보았던 적이 있다. 사이프러스 나무라는 것을 알고 나니 그림 밑에 청량하고 깊은 초록의 나무를 다시 자라나게 해주고 싶다. 고흐는 사이프러스 나무를 그리며 자신도 그리고 있었다.

| 내가 좋아하는 파란색 : 라울 뒤피

이번 책을 통해 새로운 화가를 알게 되었다. 바로 '라울 뒤피'라는 화가이다. 라울 뒤피는 바이올린 연주를 하고 그림도 그리는 다재다능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왜 파란색에 빠졌을까?

뒤피는 이 세상의 색깔 중에서 오직 '파란색'만이 어떤 상황에서도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는 가장 매력적인 색깔이라 생각했대. 밝아지든 어두워지든 모든 색조에서 고유한 개성을 간직하고 있었지 (249p)

나도 파란색이 주는 상쾌함을 좋아한다. 또 나와 잘 어울리는 색이라는 말을 듣고 좋아하기 시작한 것도 있다. 그런데 파란색을 좋아하는 라울 뒤피는 파란색만 본연의 색상을 잃지 않는 색이라서 개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기에 좋아했다고 한다. 나는 단순 색상이 주는 청량감, 상쾌함을 보았지만 라울 뒤피는 색상의 속성을 파악해 고유성을 보았던 것이다. 라울 뒤피는 풍족하게 자라지는 못했지만 집안에서 예술을 가까이하는 환경에서 자라 색상에 대한 접근부터가 달랐던 것 같다.

뒤피는 화가로서의 활동도 다양하게 했다. 패션 디자이너와 협업을 통해 직물 디자인도 했었다. 더 나아가서는 협업하는 작가들과 스튜디오를 함께 운영하기도 했다. 예술을 예술로 두는 것이 아니라 상업성에 연결해 자신이 추구하는 것들을 이룬 사람이라 생각한다.

나중에 누군가 나에게 좋아하는 색상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파란색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파란색이 가지는 고유한 개성에 대해 말하며 라울 뒤피를 소개하고 싶다.

|진짜 할미가 나타났다 : 모지스 할머니의 이야기

일흔이 넘은 나이에, 평생 농장에서 일하다 그림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던 모지스 할머니의 이야기다. (261p)

할미 아트의 할미 말고 진짜 할머니 화가가 나타났다. 일흔이라는 나이, 무언가를 시작하기보다는 정리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건 아닌가 싶은데, 그 모든 생각을 깨고 도전하는 생을 살았던 모지스 화가를 보며 <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 클럽>을 떠올렸다.

그런데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들을 보는데 익숙한 느낌이었다. 어디선가 본듯한 그림이었다. 내가 만약 전시회를 다녀왔다면 기억했을 텐데, 이름은 낯설고 그림은 익숙하고 마지막 책장을 넘겼으나 이 궁금함은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하니 책이 있다는 것이다. 순간 머릿속을 스쳐간 책이 있었다. 책의 이름, 작가에 대해 인지가 덜 상태여서 매칭 시키는 데 오래 걸렸다.
내가 읽었던 책은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였다.

삶이 내게 준 것들 속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봤으니까요.
인생은 그렇게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고
늘 그래왔듯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265p)

자신에게 주어진 삶 속에서 최선인 온 정성과 힘을 다해 사는 것이 최고임을 몸소 보여주었던 화가 모지스였다.

화가 선생님들은 어떻게 이리 주옥같은 말과 그림을 남겼는지 모르겠다. 만나보고 싶은 마음을 책으로 대신할 수 있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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