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의 선물 - 인생의 전환점에서 만난 필생의 가르침
에릭 시노웨이 & 메릴 미도우 지음, 김명철.유지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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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의 선물 (Howard's Gift)』

에릭 시노웨이, 메릴 미도우 지음

김명철, 유지연 옮김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출간일 : 201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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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에는 지팡이를 짚은 한 노인의 뒷모습이 나타나있다. 그는 아마 하워드일 것이다.

동양에서나 서양에서나 노인들의 지혜란 마땅히 배우고 따라야 할 가치있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책의 표지가 그 뜻을 아주 잘 전달해준 것 같다.

 

 

이 책의 뿌리가 되는 인물인 '하워드 스티븐슨'은 40년 넘게 재직한 하버드 경영대학원 최고의 교수이다. '기업가 정신'을 학문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개척자라고 한다. '경영'과 '기업'이라니. 책을 읽기도 전에 어려운 내용에 머리가 아플까 걱정이 됐다. 책 제목인 『하워드의 선물』에서 '선물'이란 그가 기업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구구절절 전략을 제시하는건 아닐까 하고도 잠시 생각했다. 그렇지만 '선물'의 어감이란 아무래도 그런 차갑고 딱딱한 것이 아니니, 더 지켜보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선물'이란 것이 내가 잠시 걱정했던 종류의 오만함이나 잘난체의 종류가 아니었다. 이 책의 제목으로 '선물'이란 단어가 적합했던 것은 바로, 하워드가 심장마비로 인한 죽을 고비를 기적적으로 넘긴 후 새 삶을 선물받았기 때문이고, 하워드를 인생의 아버지로 여기는 제자 에릭 시노웨이(저자)에게도 하워드는 선물과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 아닐까 제멋대로 추측해본다.

 

 

이 책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고는 크게 12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이렇게 파트별 제목만 쭉 읽다보면 명령조가 많아서 그런지 조금 딱딱한 느낌이 없지않아 있다. 그러나 책을 쭉 읽다보면 하워드식 말하기, 그가 사람을 바라보는 통찰력과 주의력, 깊은 지혜, 정감있는 대화, 정곡 찌르기 등에 놀라게 된다. 저런 많은 것들과 더불어 제자를 아끼고 사랑하는 하워드의 마음과, 스승을 한없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에릭의 마음까지 드러나서 훈훈하다 못해 부럽기까지 하다.

 

 

하워드와 에릭의 산책속 대화를 읽고 있자니 덩달아 산책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들의 깊은 사유와 인생의 지혜 속에서 나의 마음에도 와닿은 것들이 꽤나 있었다.

 

 

궁극적으로 이 책은 세상에 숨겨진 전환점이라는 것을 기회로 만들어 후회 없는 인생을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목표이다. 그 전환점을 얼마나 잘 '나의 기회'로 끌어올 것이냐 하는 지혜를 담은 책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PART 3. 위대한 도전자들은 용감한 것이 아니라 단지 용기를 선택했을 뿐이다

 

_p. 76 ; "용기란 원래부터 있어왔던 게 아니라 매순간 우리가 선택하는거야. 역사상 위대했던 도전자들도 초인적인 용기를 지녔던 건 아니었어. 단지 그들은 용기를 선택했을 뿐이지."

 

'용감한 것'과 '용기'는 비슷한 듯 하지만 조금 다르다. 용감한 것은 어쩌면 선천적인 습성일 지 모르나, 용기는 용감하지 않은 사람도 기꺼이 낼 수 있는 일종의 기운이다. 나는 원래 용감한 사람은 아니다. 겉보기와는 달리 은근 겁이 많다. 돌아보니 나는 매번 속으로 진땀 흘리면서도 용기는 내왔던 사람이었다. 요즈음의 내가 자주 시들시들한 것은 실패가 두려워 애초에 시도할 용기조차 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PART 4. 인생은 어려울 때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_p. 91 ; 하워드는 '더이상 노력하지 않는 상황'이야말로 실패라고 말했다.

_p. 99 ; 지금 자신의 위치와 내일 자신이 도달하고 싶은 위치에서 성공과 실패를 바라보아야 한다.

 

어찌보면 당연하다. 어렵다고 해서 내가 지금 길을 잘못 들어섰다고 할 수 있을까? 다만 괜히 남들의 시선에 맞추어 나의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실패라고 몰고가며 나 자신을 낙오자로 만들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기준에서 나만의 성공과 실패를 정해둘 필요가 있다.

 

 

 

 

PART 7. 당신을 노리고 있는 달콤한 착각들

 

다만 대책없이 낙관주의만 하기엔 내가 동심가득한 나이가 아니다. 그러니 따질 것은 따지고, 주의할 점도 숙지해두자.

 

_p. 162-163 ;

노력의 오류 : 무조건 열심히 노력하기만 하면 단점을 극복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 엄청난 시간 낭비를 불러올 수 있다.

우등생 오류 : 이것은 마치 '나는 뛰어난 헤비급 레슬링 선수니까 분명 장대높이뛰기도 거뜬히 해낼 수 이쓸 거야' 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확대해석의 오류 : 자신이 갖고 있는 역량이 그 일에 절실히 필요할 것이라 넘겨짚는 것.

'표적도 없이 화살을 쏜 뒤 화살이 꽂힌 지점에다 과녁을 그려 넣는 사람'

즐거움과 열정의 오류 : 마냥 즐겁고 열정이 솟기 때문에 실제로 일을 잘하고 있는 거라 믿는 것.

요술램프의 오류 : 노력의 오류와 정반대. 이미 성공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간절히 상상하기만 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믿음.

 

 

 

 

PART 8. 당신의 능력은 '세상의 평가'보다 더 높은 곳에 있다

 

_p. 175 ; "타인의 겉모습은 자신의 속모습보다 더 좋아 보이는 법이라네."

"...사람은 겉으로 드러난 타인의 강점과 재능만 중시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약점은 보려고 하지 않거든.

반대로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강점은 축소하고 약점은 확대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

 

 

 

 

사실 책 속에서는 '필생의 일'을 강조했지만, 난 필생의 일에 대한 해답까지는 찾지 못했다. '전진하는 삶을 살아라.'라고 했지만 후진을 하면 왜 안되는 지에 대한 이유도 찾지 못했다. 사람을 사귈 때에 롤모델과 멘토를 머릿속으로 헤아리고 따져가며 만나야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나는 '내가 남들에게 못나고 도움 안되는 사람일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으로 롤모델과 멘토는 내 인생에서 찾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나는 '나의 자리'를 찾기로 한다. 지금 나의 위치, 그리고 앞으로 내가 있을 곳을 찾기로 한다. 자존감(자아존중감)을 높이기로 한다. 무작정 내가 유능하다고 믿겠다는 것이 아니라, 먼저 나 자신을 존중하겠다는 것이다. 선물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선물을 누군가에게 주고 싶어서.

 

 

 

내 인생은 어렵지만, 그렇다고 쉬운 방향만 선택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렵긴하지만 실패한 것은 아니고, 때로 실패는 하지만 조금 더 훗날 뒤돌아봤을 때 그 실패가 마냥 싫지만은 않다. 어쩌면 하워드가 내게 전해준 선물이란 '둔화되기'가 아닐까? 순간순간, 시시때때 욱하면서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몇 분 후, 몇 시간 후, 며칠 후, 몇 달 후, 몇 년 후에 지금의 이 순간을 뒤돌아본다고 생각하면, 웬만한 일에는 '둔화되기' 그거, 어렵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짜잔! 노란색 표지를 벗기면 등장하는 속 표지. 훨씬 분위기있다. 어딘가 끊임없이 길을 걸어야 할 것 같다.)

 

 

지팡이를 든 노인.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생각이 계속 났다. 중풍에 걸리신 이후 항상 지팡이를 들고 나가 산책을 하셨었는데. 돌아가신지도 어언 십년이 다 되어가지만 날 그렇게나 예뻐하고 사랑해주시던 할아버지를 잊을 수가 없다. 점잖고, 지적이고, 교양있으셨던 우리 할아버지에게 필생의 일이란 과연 무엇이었을까?

멋지게 나이 든다는 것, 이것만큼은 이미 아주 오래전에 배웠다. 우리 할아버지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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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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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 김연수 작가님. 이번 책은 제목과 표지의 카피 문구만으로도 나를 한없이 설레게 만들었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건 나의 일이었다.' 라는.

그렇게나 당연한 일, 사람이 숨을 쉬는 것과 진배없는, 너무나 당연해서 의식조차 하지 못하는 일이 누구에게 있어서는 사랑하는 이를 생각하는 일이었다.

나는 누군가를 그렇게, 마치 바다가 파도를 일으키고, 내가 숨을 쉬고, 매초 눈을 깜빡이는 것처럼, 생각해 본 일이 있었을까?

 

 

_p. 228 ;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건 나의 일이었다. 너와 헤어진 뒤로 나는 단 하루도 너를 잊은 적이 없었다. …

네게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있는 입술이 내게는 없네. 네 눈을 빤히 쳐다보고 싶지만, 너를 바라볼 눈동자가 내게는 없네.

너를 안고 싶으나, 두 팔이 없네. 두 팔이 없으니 포옹도 없고, 입술이 없으니 키스도 없고, 눈동자가 없으니 빛도 없네.

포옹도, 키스도, 빛도 없으니, 슬퍼라, 여긴 사랑이 없는 곳이네.

 

 

 

애초에 튼튼한 뿌리를 가진 나는, 내가 어디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지 알고 있는 나는 내 존재에 대한 불안도, 불신도 없다.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찍힌 사진부터, 태어나자마자 찍힌 나의 발자국과 그 진료기록에 남은 엄마의 싸인, 아가때 입던 배냇저고리까지 모두 내가 가지고 있으니, 내가 아기였을 적 기억은 물론 없겠지만 설령 유아기 전부의 기억이 없다 하더라도, 나는 딱히 불안해 할 일도, 흔들릴 일도 없다. 그저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앞날만을 상상하고 설계하고 그릴 뿐이다.

 

그래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근본을 알지 못하기에 자신의 존재 자체에도 정착하지 못하며 표류하는 불안정적인 삶을 사는 이들에 대하여. 잠시 머물렀다 기척없이 사라지는 손님처럼,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매 순간 시간의 흐름에 그저 몸을 맡긴 채 둥둥 떠다니는 사람들에 대하여. 그들이 뿌리를 찾아가는 이유는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확인받고 싶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을.

 

 

_p. 201~202 ; 모든 것은 두 번 진행된다. 처음에는 서로 고립된 점의 우연으로, 그다음에는 그 우연들을 연결한 선의 이야기로. 우리는 점의 인생을 살고 난 뒤에 그걸 선의 인생으로 회상한다. 정상적인 사람들은 과거의 점들이 모두 드러나 있기 때문에 현재의 삶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 … 하지만 너 같은 경우는 완전히 다르다. 과거의 점들이 모두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네 인생은 몇 번이고 달라지리라. 인생의 행로가 달라진다는 말이 아니라 너라는 존재 자체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뿌리를 찾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아무래도 '엄마'를 찾는 일이다. '나'의 존재를 가능케 한 사람은 물론 어머니와 아버지 두 사람이지만, 직접 '나'를 잉태하고 약 10여 개월간 품어 세상 밖에 내어놓는 것은 어머니이기 때문에 아버지보다는 어머니를 더 찾는 게 아닐까 싶다. 10개월간 나를 책임지던 사람이 갑자기 나를 책임지지 못하게 되었을 때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아는 것이 비로소 '나'의 존재를 이해하게 되는 길 일지도.

 

책 속에서 카밀라는 '어머니'에 대해 새로운 정의를 내린다. 아마 이러한 이유로, 아주 밉고 원망스러운 엄마라도 꼭 한 번은 찾아보게 되는 게 아닐까?

 

 

_p. 88-90 ; '어머니'의 새로운 사전적 정의

1. 제일 먼저 나를 사랑한 여자

2. 날마다 한 번은 떠올리는 여자

3. 어떤 사람들에게는 평화와 비슷한 말 (책 속에서 카밀라는 '평화'란 자신에게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 무의미한 단어라고 했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을 읽는 시기와 비슷하게, 『황금 물고기』도 함께 읽었다.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하고 읽은 두 권의 책은, 신기하게도 비슷한 맥락에 놓여 있었다. 르 클레지오의 『황금 물고기』는 '라일라'라는 한 소녀가 긴 방황을 통해 자신의 뿌리가 심어져 있던 곳을 찾아 인생의 항해를 하는 내용이다. 아주 어린나이에 유괴되어 그 순간의 끔찍함은 고이 간직한 채 자신의 근본에 대해 어떤 것도 기억해내지 못하는 라일라. 어디에 있든, 누구를 만나든, 무슨 일을 하든 그녀의 불안은 해소되지 않고, 그래서 난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내내 가슴 한켠이 허전했다. 그 어떤 경험도 그녀를 충만하게 행복에 차도록 만들어주지 못하는지, 그녀의 어조는 내내 담담했으니까.

 

 

 

_p. 160 ; 그런 와중에도 나는 몹시 걱정스러워하는 기색이 담긴 시몬의 얼굴과 암소처럼 커다란 그녀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때 문득 나는 왜 그녀가 우리 둘이 서로 닮았으며 둘 다 자신의 육체를 가지지 못한 존재라고 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것은 우리가 뭔가 진정으로 원한 적이 없고 항상 타인이 우리의 운명을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존재를 온전히 이해하고 갖지 않는 이상, 무언가를 진정으로 원하고, 내 운명을 스스로의 의지로 이끌어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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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작가님, 소설가와 시인의 영혼은 다르다고 하셔놓고는, 이 책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에는 시가 엄청 나온다. 작품 속 고등학생 정지은이 쓴 시라지만, 결국은 김연수 작가님의 시... 아닌가? 모르겠다. 아무튼 난 좋았는데.

 

 

위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 작품을 읽으며 '서로의 심연에 가닿기 위한 날개'라는 말이 자꾸 머리를 맴돌았다. 그 누구도 상대방의 심연에 가닿을 수는 없는 걸까. 하긴,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그렇지만 정말, 상대방의 심연에 가 닿으려면 그 날개라는 거, 어떻게 해야 얻을 수 있는걸까?

바람이 전해준 이야기들. 귀로 듣고는 입밖으로 꺼내지 않은 말들을 모으면, 김연수 작가가 쓰지 않은 이야기를 내가 마저 읽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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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남자에게 답하다 김상훈의 히스토리텔링 1
김상훈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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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부재가 눈에 띄는 요즈음이다. 아무리 국민 모두에게 주인으로서의 권리가 있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그 의견들을 잘 조율해 낼 줄 아는 훌륭한 리더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굳이 자신이 세계를 뒤흔드는 리더가 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적어도 리더를 선출하고, 그 리더를 바라보는 올바른 판단력을 기르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실은 이 책을 단순히 리더를 위한 지침서라고 하며 ‘자기계발서’로만 규정하는 것은 무언가 부족한 느낌을 갖게 한다. 자기계발서보다는 역사서에 가까운 책이다. 다만 그 속에서 리더십에 관한 통찰을 끌어온 것뿐이지, 모든 내용은 충실히 역사를 기반으로 한다. 세계사 안에서 시간 순으로 훌륭한 영웅들을 살펴보는 것은 매우 흥미진진하여 책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작가는 서문에서 책의 집필 의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역사를 바꾼 영웅의 리더십만 이해하려 들면 안 됩니다. 세계 역사에서 그 영웅의 행적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함께 알아둬야 합니다. 그러려면 통사(通史)로서의 세계사에 대한 지식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

세계 최초로 다문화제국을 건설한 아케메네스 왕조의 건국 이야기에서부터 처음으로 진정한 의미의 민주공화국을 건설한 미국의 건국 이야기까지……. 가급적 모든 시대를 망라했습니다. …

동양과 서양을 배합했고, 고대와 중세, 근대를 적절히 섞었습니다. 물론 ‘세계를 바꾼 역사’가 아니면 수록하지 않았습니다.”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모두 알법한 인물들이니만큼, 그들의 행적에 관한 이야기들도 어찌나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다만 나 같은 여자도 깊게 통달하진 못해도 세계사를 관심 있어 하고 좋아하는데 도대체 왜 남자들만을 위한 듯 책을 쓰셨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그렇다고 해서 여자들에게 읽지 말라고는 하지 않았으니 뭐). 출간일이 2012년 12월 10일로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었는데 조금 더 일찍 출간되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에는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는데, 리더십을 ‘남성’에게 한정 짓는 것도 시기적으로 아이러니함이 남는다고 본다. (그래도 9장에서 이사벨1세는 여성이라는 점!!)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제1장 : 페르시아 제국을 일군 관용과 소통 <키루스 2세와 다리우스1세>

제2장 : 로마 제국을 완성한 소신과 겸양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

제3장 : 한(漢) 제국의 황제를 만든 겸손과 배려 <유방>

제4장 : 중세 유럽을 태동시킨 과감한 타협 <클로비스>

제5장 : 이슬람교를 창시한 개방과 포용 <무함마드>

제6장 : 후삼국을 통일한 경청과 존중 <왕건>

제7장 : 세계 최대 제국을 건설한 미래지향 리더쉽 <칭기즈칸>

제8장 : 에도 바쿠후 시대를 연 기다림과 인내 <도쿠가와 이에야스>

제9장 : 해가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한 도전정신 <이사벨1세>

제10장 : 첫 민주공화국을 세운 헌신 <조지 워싱턴>

 

 

각 시대 상황에 따라 리더십은 다르게 구현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리더로서의 공통된 자격요건들은 존재한다. 바로 관용과 겸양, 겸손과 배려, 열린 리더십, 남들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경청의 자세, 상대방에 대한 존중의 자세 등이 그러하다.

 

 

 

나는 이 중, 현재 우리나라 지도자들에게 바라는 필수 덕목과, 그 훌륭한 리더십을 보여준 영웅들의 행적 몇 가지를 뽑아 소개하고자 한다.

 

 

 

 

◆ 관용의 리더십

 

 

관용의 리더십은 모든 제국의 역사에서 나타나지만 특히나 두드러진 경우가 있다. 지금의 이란지역, 페르시아 제국을 일군 키루스2세와 다리우스 1세는 대표적인 관용의 리더십을 보여준 리더였다.

키루스 대왕은 원통 선언문에서,

“세계의 왕이자 전지전능한 왕, 바빌로니아의 왕이자 수메르와 아카드의 왕인 나 키루스는 그 어떤 민족도 위협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정복한 백성들의 전통과 종교를 존중할 것이다.

… 그 누구도 다른 민족, 다른 사람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권리와 자유, 그 어느 것도 침범해서는 안 된다. 돈을 갚지 못한다고 강제로 노예로 삼아서는 안 된다. 나 키루스는 절대 백성을 무력으로 통치하지 않으리라.” 라고 말한다.(p.26) 기원 이전의 시대. 인권의 개념이 없던 시절의 이 발언은 역사상 처음으로 탄생한 인권 선언이라는 평가까지 받는다고 한다.

 

 

 

키루스2세의 뒤를 이은 다리우스1세 역시 관용의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실은 역사 공부를 할 때 키루스보다는 다리우스를 더 많이 들어보았는데, 이는 바로 중앙과 지방의 소통의 인프라 역할을 했던 도로 ‘왕의 길’을 다리우스가 개척해냈기 때문이다. 무려 2700여 킬로미터에 이르는 길이라고 하니 왕의 리더십이 어땠을지 짐작이 가는 부분이다.

 

 

 

 

 

 

 

◆ 열린 리더십 그리고 겸손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파트를 꼽으라면 바로 ‘3장, 한 제국의 황제를 만든 겸손과 배려- 유방’ 부분이었다. 특히 남자들이 『초한지』를 통해 익히 잘 알고 있는 내용. 초나라의 항우와 한나라의 유방(고조)에 관한 이야기이다.

 

유방은 열린 리더십을 통해 성공한 지도자였다. 젊은 시절 건달로 지냈다는 내용이 조금 놀랍기는 했으나, 아마 그 경험이 그에게 열린 사고를 가져다주었음에는 틀림이 없다. 유방은 유능한 인재를 끌어들이는 데 출신 성분을 따지지 않는 등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고 철저히 열린 사고를 하며 유능한 인재를 가려냈다. 또한 부하들이 전문성을 살릴 수 있도록 직책을 부여했다.

 

 

 

 

 

-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나타난 유방의 말(p.105)

 

"전략을 짜기로 치면 나는 장량을 이길 수 없다. 내정을 다지고 민생을 챙기기로 치자면 소하를 능가할 수 없다. 백만 대군을 통솔해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는 한신을 전투력에서 앞설 수도 없다. 그러나 나는 그 셋을 모두 수하에 뒀다. 이게 내가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던 이유다.”

주변에 사람을 잘 두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또 있을까? 우리나라 지도자 분들, 제발 인맥으로만 사람을 바라보지 말고 인재를 가릴 수 있는 선구안을 지니길 바란다.

 

 

 

 

세계에서 기독교 다음으로 신도가 많은 이슬람교를 창시한 무함마드의 경우에도 관용을 보인 열린 리더십을 지닌 예로 볼 수 있다. 이는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무함마드뿐만 아니라, 그 후의 이슬람 초기 지도자들 모두가 갖추었던 자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들은 정복 지역의 원시신앙도 함부로 파괴하지 않고 가장 중요한 우상 숭배의 대상을 정화 의식을 통해 이슬람교의 상징으로 거듭시켰다. 이슬람교에 반신반의하던 많은 부족들은 이런 행동에 감동받아 자발적으로 복종하고는 했다. 또한 백성들에게 종교의 자유를 인정했다. 무리수를 두지 않고, 당시 사람들에게는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가치인 종교를 지키고 보호해줌으로써 오히려 공감을 얻어낸 것이다.

 

 

 

 

 

 

 

◆ 리더십의 총체, 카이사르

 

 

 

 

 

로마제국을 완성한 카이사르는 기업 경영자들이 리더십을 다룰 때 분석 대상 1호로 꼽는 인물이다. 그가 보여준 리더십은

첫째, 결단의 리더십 -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 신속하게 결단을 내린다.

둘째, 관용의 리더십 - 자신을 비판했던 사람이라도 능력만 있다면 등용했고, 식민지 백성들에게도 강압 통치를 하지 않았으며 그들의 문화를 존중했다.

셋째, 시스템의 리더십 -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통치. 지도자의 성향에 따라 나라가 오락가락 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했다.

넷째, 섬김의 리더십 - 한없이 낮은 데로 임하는 자세. 빈농들에게 토지와 식량을 나눠주고 귀족들에게는 솔선수범해 특권을 내놓도록 유도했다.

 

 

비록 카이사르는 황제의 자리에 앉지 못하고 양아들 브루투스와 귀족들의 반란으로 암살당하지만, 그는 이미 로마를 제국으로 만들어 놓았으며, ‘로마 시민에게 자신의 재산을 나눠주라’는 카이사르의 유언으로 죽음 이후에도 민중을 감동시켰다.

 

 

 

 

◆ 민주정치의 표본 미국, 헌신의 리더십 - 조지 워싱턴

 

 

미국은 역사는 매우 짧은 나라지만, 전세계 최초로 민주공화국을 이룩한 나라이다. 영웅의 리더십을 보는 책에서 미국만큼은 전체를 논하는 이유는, 바로 미국이 다른나라와는 달리 한 두명의 영웅이 탄생시킨 나라가 아니라 많은 민중이 목숨을 걸어 만든 국가이기 때문이다.(p.267)

아메리카라는 척박한 신대륙에서 유럽 강대국들의 식민지로 출발한 미국은 슬슬 지배국의 부당한 간섭에 맞서기 시작한다. 부당한 간섭을 거부하고 모든일을 스스로 결정하며 책임지는 이 자치의 리더십이 있었기에 최초의 민주공화국은 탄생할 수 있었다.

 

 

자치의 리더십과 더불어 식민지 지도자들은 타협을 할 줄 알았다. 지도자들 대부분은 저마다 자신이 속한 식민지의 이익을 더 중요하게 여겼음에도 불구하고, 그 욕심을 버리고 대승적으로 협력하여 '미국 혁명'을 일으켰다. 1776년 7월 4일, 대륙회의는 독립선언서를 발표했고 이 선언서는 민주와 인권 이념이 담긴 최초의 근대 문서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은 선거인 모두가 찬성표를 던진, 역사상 전무후무한 만장일치 선출이었다.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고,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불편함도 감수할 줄 알았던 조지 워싱턴의 헌신의 리더십이 그를 존경받게 했다.

 

미국 독립군 총사령관으로 독립전쟁을 이끈 조지 워싱턴은 전쟁이 끝나자 고향인 버지니아 마운트 버넌으로 돌아가 농장 일이나 하며 생을 마감하겠다고 말한다. 많은 이들이 귀를 의심했지만 그는 정말 고향으로 내려가 농장을 지켰다. 그런 그를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했기에 그는 다시 돌아왔고, 대통령직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 우리나라의 대통령들은 권력의 맛을 보고는 그 달콤함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독재를 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워싱턴은 국민이 원해서 기꺼이 연임을 하고난 후, 국민들이 다시 워싱턴에게 대통령이 되어 줄 것을 요청하자 처음에서는 3선을 수락했다가 고민 끝에 요청을 거절하기에 이른다. 권력이 특정인에게 집중된다면 피를 흘리며 싸워 얻은 민주주의가 사라질까 염려한 까닭이다.

 

 

_p.283 조지워싱턴의 고별 연설

모든 사람이 조국의 이익을 위해 일해주길 바란다. 파벌 싸움은 조국에 해롭다. 미국의 이익보다 자기 이익만을 생각하는 정치인들을 조심해야 한다. 국민 여러분. 국가를 위해 정당함과 선의를 중시해 달라. 모두가 평화를 일궈내야 한다.

 

 

 

우리나라 지도자들은 1960년대에도, 70년에도, 그리고 80년대에도 지켜내지 못한 민주주의의 정신을, 미국은 이미 1790년대에 지켜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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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각 나라의 상황에 따라 리더십이란 것은 다르게 발현될 것이다. 칭키즈칸의 경우 세계 최대 제국을 건설한 미래지향 리더십(현실을 탓하지 않고 극복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을 보이기도 했지만 그는 엄청난 냉혈인이었다. 정복지의 초토화와 잔인함을 전략으로 삼았으며 그 카리스마로 수십 년 만에 세계의 절반을 정복하고 만다.

그렇지만 카리스마만이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칭기즈칸의 경우 앞으로는 나타나지 말아야 할 리더일 수도 있다.

 

 

 

오히려 지금 우리 현대 사회에서 필요한 리더십은 위에서 말한 관용과 포용, 열린 사고, (혈연,지연,학연과 상관없이)인재를 가릴 수 있는 선구안, 남을 존경하고 자신을 낮추는 섬김의 자세, 공동체를 위한 헌신, 의견을 잘 조율하고 타협해낼 줄 아는 능력 등 일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에 만연한 독재에의 불신, 극심한 지역 갈등, 당을 넘어서지 못하는 이념 싸움 등을 부드럽게 풀어내 줄 지도자는 과연 어디에 숨어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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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통각하
배명훈 지음, 이강훈 그림 / 북하우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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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통각하』

- “이 책은 맨 뒷부분 ‘작가의 말’이 모든 것을 망쳐놓았다.”

 

 

바이센테니얼 챈슬러

새벽의 습격

* 고양이와 소와 용의 나라로부터

* 발자국

* 혁명이 끝났다고?

위대한 수습

냉방노조 진압작전

* 초록연필

내년

Char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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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소설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베르나르의 SF소설은 정말 재미있게 읽고는 했는데, 이젠 그마저도 까마득하다. 실은 굳이 SF 장르소설을 읽지 않아도, 상상력이 기발한 여러 작가들의 소설작품들을 읽으며 단편으로 SF나 다름없게 느껴지는 작품들을 접하다 보니 점점 더 SF를 찾아 읽지 않게 되었다고나 할까.

 

 자극적인 책 제목, 시퍼런 색의 책 표지 색깔, 70년대 이전의 것으로 느껴지는 표지의 글씨체. 그 때문에 우선은 책을 집어 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게다가 “지난 5년간 참 많이도 참았다! 그간 끊임없이 영감을 준 ‘나의 뮤즈’, 각하를 위한 연작소설” 이라는 표지의 자극적인 글은 내 안의 모든 궁금증 세포들을 발동시켰다. 거기에 박찬욱 영화감독이 배명훈 작가를 극찬한다는 사실까지 책 소개글을 통해 알게 되니 이 책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신선했음은 틀림없다. 난 특히 <고양이와 소와 용의 나라로부터>, <발자국>, <혁명이 끝났다고?>, <초록연필>의 네 작품이 참 좋았다. 골라놓고 보니 책에서 이 작품들이 가장 현실감 있는 작품들인 것 같다.

 

 

 10가지의 단편 작품들은 각기 다른 내용이지만 실은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그 기반에는 ‘총통이 독재하는 시대’라는 정치 상황이 깔려 있다. 자, 여기서 알 수 있다. 각각의 작품들은 하나의 작은 구역을 담당하고, 이것들이 모여 합치면 하나의 커다란 세계를 이루게 되는데, 이야기가 거기까지 도달하고 나면 이제 ‘공상과학 장르’라는 것은 이 책에 있어서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이 모든 단편 안에는 ‘위’와 ‘아래’가 명확히 존재한다. 힘이 있는 자와 힘을 가지지 못한 자, 세력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 높은 자리에 있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지배 하는 사람과 지배당하는 사람. 이런 식으로 상하구별이 뚜렷하게 나타나며 도통 중간이라고는 보이질 않는다. 지극히 흑과 백이며, 모와 도다.

 

 

 

 <바이센테니얼 챈슬러><새벽의 습격>에서는 도저히 피할 수도, 벗어날 수도 없는 강압적인 힘에 못 이겨 인물들이 사상이나 이념, 자유 등을 포기하거나 체념해버리며, 스스로의 의지를 잃어버리는 등 아주 답답하고 무기력한 모습들이 그려진다. <발자국>이나 <내년>에서는 절대 보이지도 않고, 찾을 수도 없는 세력에 맞서 저항하려 하나 결국에는 닿지도 못하고 실패로 돌아가는 좌절이 짙게 묻어있으며, 실은 그 악의 세력은 당연하게도 맨 위에서 군림하고 있음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알게 만든다.

 

 

 

 <초록연필>은 위의 세 가지 이야기에 비하면 훨씬 낙관적 이야기이기는 하다. 장인이 만든 명품 초록연필을 통해 권력구조와, 더 높은 권력을 향한 자본의 이동과 흐름을 확인해 볼 수 있다는 내용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었다. 연필이나 펜 등의 이동경로를 추적하고 보니, 계속 위를 향해 흘러간다는 내용은 신기하고 재밌기도 했지만, 굉장히 수긍이 가는 내용이기도 했다. 내가 쓰던 연필이나 펜을 들고 상사에게 결재를 받으러 가고, 그 펜이 상사의 상사에게 넘어가는 일은 직장인들이라면 한 번씩은 경험해본 내용이 아닐까?

 

 진실을 파고 들어가보니 초록연필을 만든 장인이 실은 예언가였고, 악을 처단하기 위해 죽기 전 명품 연필을 만들었다는 이야기. 결과적으로 악을 처단하고 죽기는 하나 그 악이 처단 되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우리 독자들뿐이다. 오히려 악 대신 그 예언가가 많은 이들을 희생시킨 악인이 되었다. 연필을 통해 악을 처단했다는 것은 즉 악이 아주 높은 정치권력을 지닌 자(사람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장인, 예언가는 정말 악을 처단할 자격이 있던걸까? 아직 구체적으로 아무것도 실현되지 않은 악을 막기위해 무고한 수많은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이렇게 모든 이야기들은 점차 진행되어가며 마음속에 근본적인 악의 결정에 대해 갈팡질팡함만을 새겨 놓는다.

 

 

 

 이 차갑기 그지없는 작품들 속에서 어떤 강력한 ‘힘’을 지닌 사회나 집단이 아닌, 그 사회 내에 있는 인간 개개인을 살펴볼 수 있었던 작품들은 바로 <고양이와 소와 용의 나라로부터><혁명이 끝났다고?>이다.

 

 먼저 <혁명이 끝났다고?>는 아주 유머러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참 씁쓸하고, 또 한편으로는 공감가기 그지없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때 엄청난 민주화 투사였고, 사회주의자였던 멋진 첫사랑 여 선배를 10년도 더 지나 만나고 나서, 변한 그 모습에 엄청난 실망을 하게되고,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해서 결국엔 아주 유치하게 구는 한 남자의 이야기. 이래서 첫사랑은 첫사랑으로만 남아야 하는건가 싶기도 하고. 멋대로 상상하고 기대해놓고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고 해서 화와 심술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이 상대방을 비난할 자격이 있나 싶기도 하고. 시간이란 참 무서운 놈이어서 사람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저 먼 곳으로 데려가기도 한다는 것이 날 그저 한없이 무섭게 만들기도 하고. 혁명이란 모두에게 동시에 시작해서 동시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 모두에게 달리 시작해 달리 끝난다는 점에서 참으로 상대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고양이와 소와 용의 나라로부터>는 수호신인 고양이가 대접받는 나라, 헌법상 분명히 용이 지배하는 나라, 소를 숭배하는 나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즉,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민주주의,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정치의 근간으로 삼는다면, 저 세 나라들은 인간대신 고양이가, 소가, 용이 그런 비슷한 대우를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지위가 더 낮고 동물들이 신으로서 존엄하게 숭배되느냐, 라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숭배의 개념보다는 ‘존중’, ‘공존’의 개념이 훨씬 잘 어울린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하면 이런거다. 고양이, 소, 용을 숭배하는 나라에서는 그들의 품위를 지켜주기를 원한다. 그러니 민주주의인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히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사람들)의 품위를 지켜주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_p. 81 - 시위대를 둘러싸고 쭉 늘어서 있는 경찰 병력이 바라보고 있는 방향 말이야. 광장에 모인 사람들을 향해 있더라고. 그래서 그 생각이 났지. 그 여자의 나라에서 용을 둘러싼 경찰이 어디를 바라보고 있었는지가. 어디였겠어? 당연히 용 반대쪽이었지. 그때 깨달은 거야. 지키려고 마음먹은 건 등 뒤에 두는 거구나. 시선이 향하는 쪽에는 위험해 보이는 걸 두는 거구나.

그거야, 그거. 그게 다야. 그러니까 이건 그냥 고양이랑 소 이야기라니까. 고양이와 소의 품위에 관한 이야기지. 고양이나 소나 용이 품위를 지킬 수 있다면 그 자리에 사람이 놓였을 때도 똑같아야 하지 않겠어?

 

 

 이건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시위 진압현장을 비꼬는 글일 것이다. 이 글을 읽으며 쭉,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 위의 인용문이 나오던 순간 즈음에는 정말 머리가 띵- 했다. 그동안 쭉 우리나라의 주인은 바로 국민인 '나'라는 것을 도덕, 사회, 정치, 법 등의 과목을 학창시절 내내 배워 알고 자라온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의 주인은 누구였더라?' 하며 망각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러나, 위의 동물들의 경우와 사람들의 경우는 다르다. 아마 그 점이 작가가 그리 중요치 않게 생각했던 점일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위의 고양이와 소와 용은 자신을 지켜주려는 경찰들을 위협하거나 그들에게 폭력을 행사함이 없이 그저 평온하게 지낸 다는 점. 소가 숭배되는 나라에서도 소가 가게에 들어와 물건을 훔쳐먹으면 매를 맞는 다는 점 등이 고려되지 않았다. 고양이나 소나 용이 애초에 시위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과 비교된다는 것은 바로 이 글의 잘못된 전제이다.

 

 

 물론 사람들은 모두들 주인으로서의 자신들의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고 보호받기 위하여 시위에 참여하며, 그것은 자신을 온전히 지키기위한 바람직한 방식이다. 허나 불법으로 시위를 집회하며, 먼저 폭력적인 방식을 염두에 오고 시위에 참여하는 이들이 존재하기에 문제가 생기곤 하는 것은 아닐까. 가끔 뉴스에 나오는 의경이나 전경들을 볼 때면 불쌍하게 느껴질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아무것도 안하고 서 있자니 자신들이 다치고, 그렇다고 강력한 방어나 미미한 대응이라도 할 시에는 욕을 한 바가지로 얻어먹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얌전히 말로만 한다고 아무도 귀기울여주지 않는 시위를 하자니 자신이 처한 상황 그 어느것도 달라지지 않음에 애타하는 이들을 볼 때에도 안타까울 뿐이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무엇이 잘못된걸까? 그리고 우리 모두는 이 문제를 단순히 한 국가에, 한 단체에, 한 사람에게 책임을 지우게 할 수 있는 것일까? 아, 역시나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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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얼마나 잘 읽었는지 모른다. 마지막 <작가의 말>을 읽기 전까지는.

 실은 책의 겉표지만 보아도 이책을 누구를 향해 던지는지는 다들 알고 독서를 시작하는 것이다. 책이 올해 출간되었는데 지난 5년간 쉴 새 없이 영감을 선사한 총통각하라 하면 곧 임기 마감을 앞두신 이명박 대통령님 밖에 더 있나?

 

 

 그 점을 숙지하고 읽었다고 해도 좋았다는 것이다. 내 나름의 많은 생각과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갖가지 해석을 더하며 책을 다채로운 방식으로 읽을 수 있었으니까 좋았다. 그것이 소설의 매력이고, 또한 SF의 매력이다. 그러나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너무나 직설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니 이 모든 것이 다 그분의 등장으로부터 시작된 일이다. 이 책의 첫 단편 「바이센테니얼 챈슬러」를 쓰기 시작한 날이 5년 전 선거 바로 다음날인 2007년 12월 20일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그 뒤로 나는 내가 '총통 시리즈'라고 부르게 될 몇 편의 단편을 더 쓰게 되었는데, 그 글들을 모으고 몇 편을 새로 더 써서 다행히 그분의 임기 안에 책으로 엮어낼 수 있었다."

 

 

 임기가 도중도, 끝나고 나서도 아니고, 임기가 시작된 시점부터라. 이렇게 단정적이고 극단적인 시선을 지닌 채 무작정 미운면만 찾아내려 안간힘을 쓰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니 실은 조금 많이 실망이었다. 해서, 이 작가의 글은 내가 여러갈래로 펼쳐놓은 길을 모두 싹둑싹둑 잘라버리고 한 길씩만 남겨두었다. 독자에게서, 독자로서의 재미를 앗아갔다고 본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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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인 줄도 모르고 놓쳐버린 것들 - 지금 당장 행복해지는 100가지 방법
에이미 스펜서 지음, 박상은 옮김 / 예담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책: [행복인 줄도 모르고 놓쳐버린 것들]

;지금 당장 행복해지는 100가지 방법(원제: Bright side up)

저자 : 에이미 스펜서

옮김 : 박상은

출판사 : 예담

출판일 : 2012.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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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11월 어느 날, 나의 주저리. -

 

행복, 이 단어를 가지고 하도 많이 들어서 지겹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까요? 실은 어렸을 땐 이것도 저것도 다 행복이어서 딱히 저 단어를 내뱉지 않았을 지 모르겠습니다만, 요즘엔 은근 저 단어를 언급하는 일이 많아졌어요. '우리 추운 겨울에 이불 속에서 귤까먹으며 만화책 읽을 때 정말 행복했는데~', '벚꽃 만개했을 때 그 아래서 벚꽃주 한잔 하던거 참 행복했는데~' 등등 시덥지 않던 일들도 지나고 나니 제 입을 통해 '행복'의 추억으로 내뱉어지니 말입니다. 그러고보면 나는 잘 모르겠는데 지금 이 순간이 몇년 뒤에는 행복으로 기억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역시 행복은 멀리 있는게 아니었네~' 하겠지요?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지는 행복이란 것, 놓쳐버리기 전에 모두 손에 잡아두고 싶어지는 게 사람의 욕심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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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요즘,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번 2012년 내내 '행복'이라는 놈에게 엄청나게 집착을 해왔는데,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나쁘지 않았다. 아니, 매우 좋았다. 애를 쓰면 쓸수록 힘들고 고달파 지는 게 아니라, 점점 더 삶이 즐거워졌다. 주변에 놓인 수많은 일들은 남들이 하라고 재촉하고 닥달하고 강요하면 더 하기 싫어지기 일쑤인데, 행복해지라는 말은 남에게 들어도 지겹지가 않고 들으면 들을 수록 기분이 좋아진다.

 

 

물론, 부족함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렇지만 부족하다고 해서 행복하지 말란 법이 있나? 이 책을 읽고 나는 또 한번, 부족함 속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이란 것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당장에 부족하기에, 행복할 수 없다고 하는 것 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다.

 

 

 

 

 

먹고 살기도 각박한 세상에,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으라고?

 

 

 

'아니 말이야 쉽지. 행복하게 사는 게 어디 쉽나?'라고들 많이 얘기한다. 물론 당연하고, 나도 주위 사람들과 그런 얘기를 주고받다 보면 자연스레 한숨을 내쉬게 된다. 그러고 이어지는 신세 한탄. 나 역시도 자주 그러는데 어떻게 온갖 잘난 척을 다 해가며 '뭘 어렵게 생각해? 그냥 행복해지려고 조금이라도 노력을 해봐~' 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러고 싶지도 않다. 나이가 들어 큰 병이 생겨 몸이 편찮으신 어른분께 새해나 생신 덕담으로 "건강하세요." / "아프지 마시고 빨리 나으세요." 라고 하면 "오냐 그래." 혹은 "고맙다" 하시지만, 무턱대고 "오래 사세요."라고 하면 고깝게 생각하신다. 이렇게 같은 말도, 같은 내용도 받아들이는 입장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은 내가 항상 강조하는 바이기에, 난 매번 모두에게 같은 것을 권하고 싶진 않다.

 

 

 

그렇지만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것은 어느정도 있기 마련이다. 한없이 우울해하고, 자신을 불행하다고 느끼는 상대방이 앞에 있는데 그들을 그저 보고만 있는 것이 너무나 힘들 때, 그런 순간에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행복을 상기시켜 주는 말, 행복했던 순간의 분위기로의 유도 발언이 그러하다(잠정적이고 일시적인 것이라 할 지라도). 함께했던 아주 행복했던 순간을 언급한다든가, 먹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음식을 먹으러 가자고 한다든가, 혹은 인터넷에 떠도는 아주 웃긴 동영상을 찾아 보여준다든가.

 

 

 

신기하게도, 당시에는 힘들었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제와 언급해보면 잊지못할 행복한 추억으로 남는 것들이 있다. 나로 말하자면,

"고등학교 야자시간 때, 잠 물리치겠다고 사물함 뒤에 서서 공부하다가 졸아서 몇번 씩 무릎 박았던 거 기억나?"

"우리 수능 끝나고 캄캄한 저녁이 되어서 고사장을 나왔을 때, 서로 마주치자마자 누가 뭐랄것도 없이 껴안고 엉엉 울었던 일 생각나?"

"고장난 작은 미니 자전거 타고 한강 다녀오겠다고 8시간동안 물만먹으면서 자전거 탔던거 기억나? 나는 도중에 너 가고 혼자 돌아오는데 거의 울면서 왔다."

등등 꽤나 치열했던 순간들, 고되고 힘들었던 순간들을 함께 했던 이들과 되뇌일 때 마다 행복으로 충만해지는 것 같다.

 

 

 

 

이렇게 당장에 얼굴에 미소를 띠게 할 만한 일들은 찾아보면 무수히 많다. 그런데 일상속에서 꾸준히 행복해지는 방법을 도저히 모르겠다면?

너무나 막연해서 내가 당장에 스스로 행복해지는 법을 발견해내기 힘든 사람들이라면, 에이미 스펜서의 이 책 [행복인 줄도 모르고 놓쳐버린 것들]을 읽어보는 것이 좋다. 세세하게 100가지의 방법으로 나누어 알려주므로, 적어도 골머리를 싸매지는 않을 테니까.

 

 

 

 

 

 

 

1부, 내 안에 깃든 아름다움을 찾아서

 

 

 

007. 하루에 10분만이라도 꿈꾸는 삶을 살아라.

 

 

_p.45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상적인 자아처럼 살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잊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럴 만한 시간적인 여유도 없다. 아니, 어쩌면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생각만큼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루에 10분만 시간을 내서 당신의 이상적인 자아가 꿈꾸는 삶을 살아본다면 그런 삶에 보다 가까워진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중략) 10분이면 부엌 창가에 허브를 심을 수도 있고 위대한 문학작품을 여덟 페이지가량 읽을 수 있으며 출근 전에 빠른 걸음으로 집 주위를 한 바퀴 돌 수도 있다.

 

 

- 겨우 10분? 그것도 겨우 저정도의 일? 이라고 생각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저 10분의 짬을 내서 한 행동 덕분에 몇 주 혹은 몇 달 뒤, 방안은 허브의 향긋함으로 가득 차게 될 수도 있다. 작가는 자신을 너무 나무라며 완벽한 자아에 도달하게 만들려고 하지 말고, 지키지 못할 경우 변명할 여지가 없는 목표를 설정하라고 말한다. 매일 매일, 크고 거창한 일이 굳이 아니더라도 내 이상적 자아가 할 만한 작은 일들을 한 가지씩만 해도 한 달이면 벌써 30개다.

 

 

우리가 일상 생활 속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너무나 다그치고 있기 떄문인지도 모른다. 내 하루의 아주 작은 시간을 할애해서, 작은 일부터 시작해 보는 것이 행복에 다가서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될 것이다.

 

 

 

 

019. 어떤 일이든 하고 있다는 그 자체가 중요하다.

 

 

_p. 78 때로는 얼마나 완벽하게 일을 해내느냐보다 단순히 그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양보다 질이라지만, 당신이 하는 일이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서 의기소침해져 있다면 그동안 해놓은 일의 양에 자부심을 가져라.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말이 있듯 오랜 세월 한 가지 일에 몰입하다보면 반드시 무언가를 이뤄 낼 것이다.

 

 

- 나는 이 대목에서 내 절친한 친구가 떠올랐다. 그 친구는 자신의 꿈을 위해 매일을 묵묵히 노력하지만, 성과는 나오질 않고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만 간다고 느낀다. 요즘들어 더 힘들어 하고 조바심내는 그 친구가 주변의 행복들을 모두 놓쳐버릴까 염려되어, 작은 메세지와 함께 위의 대목을 보냈다.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길 바라며.

 

 

 

 

2부, 놓쳐버렸던 내 행복의 반쪽을 찾아서

 

 

 

026. 도움을 청하지 않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다

 

 

"도움을 청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강하다는 표시"이며, 이는 그가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알고 있으며, 일을 해결하기 위해 남의 도움을 받아들일 줄 안다는 것을 말한다"는 저자의 말에 나는 크게 공감한다. 내가 남을 도울 때 기분이 좋아지는 것처럼, 남도 나를 도와주면 그럴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더 도움을 받는 일이 조금은 더 수월해 질 수 있다.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는 일도 있음을 인정"할 때, 오히려 더 성장할 것이다.

 

 

 

난 지금도 고집에 센 편이지만, 어릴 적에는 정말이지 무지막지하게 셌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일이다. 당시 학교에 과학의 날이라는 것이 있었는데(요즘도 있나?) 그날을 위한 여러개의 준비과정 중 행글라이더 만들기가 있었다. 만들어 가져가는 것이 숙제여서 집에서 혼자 만들기 시작했는데, 도움없이 스스로 완성해가고 싶었던 나는 "그거 어렵잖아. 엄마가 도와줄까?"라는 말에 답답한 내 모습이 화가 나 혼자 만들겠다며 성질을 부렸다. 덕분에 엄마까지 화가 나셔서 "네 마음대로 해"라며 나가셨다. 그러나 한 시간, 두 시간이 지나고 똥줄이 타는 건 내쪽이었다. 나중엔 마음대로 안되니까 울면서 엄마한테 도와달라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 순간이 훨씬 더 창피한 것이었다.

 

 

 

중학생 소풍 전날에는 옷을 가지고 씨름을 했다. 소풍 때 입으려고 산 옷을 꼬매야 할 상황이 발생했는데, 이번에도 엄마의 도움을 뿌리치고 혼자 바느질 하겠다고 우기다가 나중에 쩔쩔매며 다시 도움을 요청했다. 물론 우리 엄마는 호락호락하신 편이 아니라, 끝내 나를 도와주지 않으셨다. 괜한 잘난 척 하다가 내 자신에게 된통 당한 나는, 미리 도움을 요청하는 쪽이 훨씬 덜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남들의 도움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후에 남들도 부담없이 내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으리라는 점을 잊지 말자.

 

 

 

 

036. 짜증나는 상황에서 '줌 아웃' 하라

 

 

_p.127 당신은 카메라가 '줌 인' 상태라는 것을 깜박 잊고 있다가 실수로 누군가의 콧구멍을 찍은 적은 없는가?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행동도 이와 비슷할 때가 있다. 우리는 신경에 거슬리는 무언가를 발견하면 그 문제만을 확대해서 들여다보느라 전체 그림을 놓치곤 한다. 만약 어떤 사람이나 사물에 대한 당신의 느낌을 바꾸고 싶다면 당신이 들여다보고 있는 렌즈를 줌 아웃 하라.

 

 

 

 

 

 

3부. 먹구름 뒤에 숨은 푸른 하늘을 찾아서

 

 

 

062. 당신의 상상력으로 최고의 날을 만들어라

 

 

작가는 이 짧은 내용의 챕터에서, 최악이었던 날을 최고의 날로 만든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최악의 날이라고 느껴지는 날, 계속 힘든 상태로 있으려 하지 않고 늘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기로 한 것이다. 힘든 일을 끝내고 나서는 아주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간다든가, 여유롭게 낮잠을 잔 후에 여유롭게 산책을 한다든가, 사랑하는 사람과 평소에 하고싶다고 말했던 갖가지 일들을 함께 하러 나가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최악을 최고로 바꾸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최악을 최고로 변화시킴으로써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어야 하는 최악의 것들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린"다면 내 삶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4부. 세상과 함께할 수 있는 행복을 찾아서

 

 

 

074. 당신의 일에 주말을 부여하라

 

 

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쉼없이 달리라고 하는 것 보다, 때로는 여유를 가지고 휴식을 취하고, 마음껏 놀고,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 나를 가장 최상의 컨디션으로 끌어올려주는 내 나름의 비법임을 잘 알고 있다. 해야만 하는 일에 대한 피로와 스트레스로 가득 찼을 때, 오히려 나는 그 일을 잠시동안 완전 제쳐두는 편이다. 야행성인 나는 주로 많은 일들을 밤에 시작하지만, 하면 할 수록 짜증이 나고 머리를 뻑뻑하게 만드는 일이 생기면 그냥 확 덮어버리고 잠을 잔다. 차라리 아침 일찍 일어나 다시 일을 손에 잡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했을 때 능률이 훨씬 높아진다. 때로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질리도록 잠을 자고, 때로는 미친듯이 게임을 하고, 때로는 햇살과 바람을 만끽하고 들어오고, 또 때로는 칼로리 신경쓰지 않고 단 것을 막 먹다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오히려 의혹이 마구 솟구친다. 나는 이러한 여유들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알기에, '시간이 금인데 너는 지금 흘러가는 그 시간이 아깝지도 않니?'라고 다그치는 사람이 나타나면 앞에서 대놓고 '쯧쯧' 혀를 차 줄 수도 있다.

 

 

 

 

 

5부. 지금 이 순간에 담긴 즐거움을 찾아서

 

 

 

090. 당신만의 피냐콜라다를 찾으라

 

 

저자의 남편은 '피냐콜라다가 담긴 차가운 유리잔을 손에 쥐고 코코넛 향을 맡으며 파인애플 조각을 한 입 베어 물면 휴가 때의 그 느긋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마법처럼 되살아난다'고 한다. 난 피냐콜라다가 도통 뭔지 모르겠지만, 내게 있어 그런 의미를 지니는 것다. 집으로 돌아와 몸을 나른하게 만들어 주는데 필요한 믹스커피(각성제인데 먹고나면 나른해진다). 조금 촌스럽지만 밖에서 원두커피를 마시고 왔어도 집에 들어와서는 믹스커피를 마셔야 하루가 편안하게 마무리되는 기분이다. 또 추운 겨울날의 전기장판과 귤, 모두가 잠든 새벽3-4시 오로지 이어폰 너머의 음악에만 집중하는 것 등이 내게는 나만의 피냐콜라다이다. 상상만 해도 기분좋아지고 온 몸의 피로가 증발해버리는 것들! 이것만 많이 찾아도 주변에서 행복찾기의 90%는 성공한 것이 아닐까 싶다.

 

 

 

 

100. 날마다 새롭게 시작하라

 

 

어떤 다른 말이 더 필요할까! 어제 하루를 망쳤다고 해서 오늘 하루도 망치란 법이 있을까? 비록 어제는 실패했지만 오늘의 나는 성공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아침을 시작할 때, 내 눈은 빛나기 시작할 것이다. 과거의 삶이 실패했다고 해서 다가올 하루를 절망으로 시작해서는 안된다. 이미 지난 일들이 내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것만큼 억울한 일은 없으니, 매일 매일 하루를 깨끗하게 백지 상태로 시작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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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

 

올 해를 시작하며 정한 내 삶의 모토, "소소한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는 데에 성공하기"부합하는 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 올해도 이렇게 끝나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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