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남자에게 답하다 김상훈의 히스토리텔링 1
김상훈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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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부재가 눈에 띄는 요즈음이다. 아무리 국민 모두에게 주인으로서의 권리가 있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그 의견들을 잘 조율해 낼 줄 아는 훌륭한 리더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굳이 자신이 세계를 뒤흔드는 리더가 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적어도 리더를 선출하고, 그 리더를 바라보는 올바른 판단력을 기르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실은 이 책을 단순히 리더를 위한 지침서라고 하며 ‘자기계발서’로만 규정하는 것은 무언가 부족한 느낌을 갖게 한다. 자기계발서보다는 역사서에 가까운 책이다. 다만 그 속에서 리더십에 관한 통찰을 끌어온 것뿐이지, 모든 내용은 충실히 역사를 기반으로 한다. 세계사 안에서 시간 순으로 훌륭한 영웅들을 살펴보는 것은 매우 흥미진진하여 책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작가는 서문에서 책의 집필 의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역사를 바꾼 영웅의 리더십만 이해하려 들면 안 됩니다. 세계 역사에서 그 영웅의 행적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함께 알아둬야 합니다. 그러려면 통사(通史)로서의 세계사에 대한 지식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

세계 최초로 다문화제국을 건설한 아케메네스 왕조의 건국 이야기에서부터 처음으로 진정한 의미의 민주공화국을 건설한 미국의 건국 이야기까지……. 가급적 모든 시대를 망라했습니다. …

동양과 서양을 배합했고, 고대와 중세, 근대를 적절히 섞었습니다. 물론 ‘세계를 바꾼 역사’가 아니면 수록하지 않았습니다.”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모두 알법한 인물들이니만큼, 그들의 행적에 관한 이야기들도 어찌나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다만 나 같은 여자도 깊게 통달하진 못해도 세계사를 관심 있어 하고 좋아하는데 도대체 왜 남자들만을 위한 듯 책을 쓰셨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그렇다고 해서 여자들에게 읽지 말라고는 하지 않았으니 뭐). 출간일이 2012년 12월 10일로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었는데 조금 더 일찍 출간되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에는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는데, 리더십을 ‘남성’에게 한정 짓는 것도 시기적으로 아이러니함이 남는다고 본다. (그래도 9장에서 이사벨1세는 여성이라는 점!!)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제1장 : 페르시아 제국을 일군 관용과 소통 <키루스 2세와 다리우스1세>

제2장 : 로마 제국을 완성한 소신과 겸양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

제3장 : 한(漢) 제국의 황제를 만든 겸손과 배려 <유방>

제4장 : 중세 유럽을 태동시킨 과감한 타협 <클로비스>

제5장 : 이슬람교를 창시한 개방과 포용 <무함마드>

제6장 : 후삼국을 통일한 경청과 존중 <왕건>

제7장 : 세계 최대 제국을 건설한 미래지향 리더쉽 <칭기즈칸>

제8장 : 에도 바쿠후 시대를 연 기다림과 인내 <도쿠가와 이에야스>

제9장 : 해가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한 도전정신 <이사벨1세>

제10장 : 첫 민주공화국을 세운 헌신 <조지 워싱턴>

 

 

각 시대 상황에 따라 리더십은 다르게 구현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리더로서의 공통된 자격요건들은 존재한다. 바로 관용과 겸양, 겸손과 배려, 열린 리더십, 남들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경청의 자세, 상대방에 대한 존중의 자세 등이 그러하다.

 

 

 

나는 이 중, 현재 우리나라 지도자들에게 바라는 필수 덕목과, 그 훌륭한 리더십을 보여준 영웅들의 행적 몇 가지를 뽑아 소개하고자 한다.

 

 

 

 

◆ 관용의 리더십

 

 

관용의 리더십은 모든 제국의 역사에서 나타나지만 특히나 두드러진 경우가 있다. 지금의 이란지역, 페르시아 제국을 일군 키루스2세와 다리우스 1세는 대표적인 관용의 리더십을 보여준 리더였다.

키루스 대왕은 원통 선언문에서,

“세계의 왕이자 전지전능한 왕, 바빌로니아의 왕이자 수메르와 아카드의 왕인 나 키루스는 그 어떤 민족도 위협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정복한 백성들의 전통과 종교를 존중할 것이다.

… 그 누구도 다른 민족, 다른 사람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권리와 자유, 그 어느 것도 침범해서는 안 된다. 돈을 갚지 못한다고 강제로 노예로 삼아서는 안 된다. 나 키루스는 절대 백성을 무력으로 통치하지 않으리라.” 라고 말한다.(p.26) 기원 이전의 시대. 인권의 개념이 없던 시절의 이 발언은 역사상 처음으로 탄생한 인권 선언이라는 평가까지 받는다고 한다.

 

 

 

키루스2세의 뒤를 이은 다리우스1세 역시 관용의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실은 역사 공부를 할 때 키루스보다는 다리우스를 더 많이 들어보았는데, 이는 바로 중앙과 지방의 소통의 인프라 역할을 했던 도로 ‘왕의 길’을 다리우스가 개척해냈기 때문이다. 무려 2700여 킬로미터에 이르는 길이라고 하니 왕의 리더십이 어땠을지 짐작이 가는 부분이다.

 

 

 

 

 

 

 

◆ 열린 리더십 그리고 겸손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파트를 꼽으라면 바로 ‘3장, 한 제국의 황제를 만든 겸손과 배려- 유방’ 부분이었다. 특히 남자들이 『초한지』를 통해 익히 잘 알고 있는 내용. 초나라의 항우와 한나라의 유방(고조)에 관한 이야기이다.

 

유방은 열린 리더십을 통해 성공한 지도자였다. 젊은 시절 건달로 지냈다는 내용이 조금 놀랍기는 했으나, 아마 그 경험이 그에게 열린 사고를 가져다주었음에는 틀림이 없다. 유방은 유능한 인재를 끌어들이는 데 출신 성분을 따지지 않는 등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고 철저히 열린 사고를 하며 유능한 인재를 가려냈다. 또한 부하들이 전문성을 살릴 수 있도록 직책을 부여했다.

 

 

 

 

 

-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나타난 유방의 말(p.105)

 

"전략을 짜기로 치면 나는 장량을 이길 수 없다. 내정을 다지고 민생을 챙기기로 치자면 소하를 능가할 수 없다. 백만 대군을 통솔해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는 한신을 전투력에서 앞설 수도 없다. 그러나 나는 그 셋을 모두 수하에 뒀다. 이게 내가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던 이유다.”

주변에 사람을 잘 두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또 있을까? 우리나라 지도자 분들, 제발 인맥으로만 사람을 바라보지 말고 인재를 가릴 수 있는 선구안을 지니길 바란다.

 

 

 

 

세계에서 기독교 다음으로 신도가 많은 이슬람교를 창시한 무함마드의 경우에도 관용을 보인 열린 리더십을 지닌 예로 볼 수 있다. 이는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무함마드뿐만 아니라, 그 후의 이슬람 초기 지도자들 모두가 갖추었던 자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들은 정복 지역의 원시신앙도 함부로 파괴하지 않고 가장 중요한 우상 숭배의 대상을 정화 의식을 통해 이슬람교의 상징으로 거듭시켰다. 이슬람교에 반신반의하던 많은 부족들은 이런 행동에 감동받아 자발적으로 복종하고는 했다. 또한 백성들에게 종교의 자유를 인정했다. 무리수를 두지 않고, 당시 사람들에게는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가치인 종교를 지키고 보호해줌으로써 오히려 공감을 얻어낸 것이다.

 

 

 

 

 

 

 

◆ 리더십의 총체, 카이사르

 

 

 

 

 

로마제국을 완성한 카이사르는 기업 경영자들이 리더십을 다룰 때 분석 대상 1호로 꼽는 인물이다. 그가 보여준 리더십은

첫째, 결단의 리더십 -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 신속하게 결단을 내린다.

둘째, 관용의 리더십 - 자신을 비판했던 사람이라도 능력만 있다면 등용했고, 식민지 백성들에게도 강압 통치를 하지 않았으며 그들의 문화를 존중했다.

셋째, 시스템의 리더십 -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통치. 지도자의 성향에 따라 나라가 오락가락 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했다.

넷째, 섬김의 리더십 - 한없이 낮은 데로 임하는 자세. 빈농들에게 토지와 식량을 나눠주고 귀족들에게는 솔선수범해 특권을 내놓도록 유도했다.

 

 

비록 카이사르는 황제의 자리에 앉지 못하고 양아들 브루투스와 귀족들의 반란으로 암살당하지만, 그는 이미 로마를 제국으로 만들어 놓았으며, ‘로마 시민에게 자신의 재산을 나눠주라’는 카이사르의 유언으로 죽음 이후에도 민중을 감동시켰다.

 

 

 

 

◆ 민주정치의 표본 미국, 헌신의 리더십 - 조지 워싱턴

 

 

미국은 역사는 매우 짧은 나라지만, 전세계 최초로 민주공화국을 이룩한 나라이다. 영웅의 리더십을 보는 책에서 미국만큼은 전체를 논하는 이유는, 바로 미국이 다른나라와는 달리 한 두명의 영웅이 탄생시킨 나라가 아니라 많은 민중이 목숨을 걸어 만든 국가이기 때문이다.(p.267)

아메리카라는 척박한 신대륙에서 유럽 강대국들의 식민지로 출발한 미국은 슬슬 지배국의 부당한 간섭에 맞서기 시작한다. 부당한 간섭을 거부하고 모든일을 스스로 결정하며 책임지는 이 자치의 리더십이 있었기에 최초의 민주공화국은 탄생할 수 있었다.

 

 

자치의 리더십과 더불어 식민지 지도자들은 타협을 할 줄 알았다. 지도자들 대부분은 저마다 자신이 속한 식민지의 이익을 더 중요하게 여겼음에도 불구하고, 그 욕심을 버리고 대승적으로 협력하여 '미국 혁명'을 일으켰다. 1776년 7월 4일, 대륙회의는 독립선언서를 발표했고 이 선언서는 민주와 인권 이념이 담긴 최초의 근대 문서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은 선거인 모두가 찬성표를 던진, 역사상 전무후무한 만장일치 선출이었다.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고,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불편함도 감수할 줄 알았던 조지 워싱턴의 헌신의 리더십이 그를 존경받게 했다.

 

미국 독립군 총사령관으로 독립전쟁을 이끈 조지 워싱턴은 전쟁이 끝나자 고향인 버지니아 마운트 버넌으로 돌아가 농장 일이나 하며 생을 마감하겠다고 말한다. 많은 이들이 귀를 의심했지만 그는 정말 고향으로 내려가 농장을 지켰다. 그런 그를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했기에 그는 다시 돌아왔고, 대통령직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 우리나라의 대통령들은 권력의 맛을 보고는 그 달콤함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독재를 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워싱턴은 국민이 원해서 기꺼이 연임을 하고난 후, 국민들이 다시 워싱턴에게 대통령이 되어 줄 것을 요청하자 처음에서는 3선을 수락했다가 고민 끝에 요청을 거절하기에 이른다. 권력이 특정인에게 집중된다면 피를 흘리며 싸워 얻은 민주주의가 사라질까 염려한 까닭이다.

 

 

_p.283 조지워싱턴의 고별 연설

모든 사람이 조국의 이익을 위해 일해주길 바란다. 파벌 싸움은 조국에 해롭다. 미국의 이익보다 자기 이익만을 생각하는 정치인들을 조심해야 한다. 국민 여러분. 국가를 위해 정당함과 선의를 중시해 달라. 모두가 평화를 일궈내야 한다.

 

 

 

우리나라 지도자들은 1960년대에도, 70년에도, 그리고 80년대에도 지켜내지 못한 민주주의의 정신을, 미국은 이미 1790년대에 지켜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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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각 나라의 상황에 따라 리더십이란 것은 다르게 발현될 것이다. 칭키즈칸의 경우 세계 최대 제국을 건설한 미래지향 리더십(현실을 탓하지 않고 극복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을 보이기도 했지만 그는 엄청난 냉혈인이었다. 정복지의 초토화와 잔인함을 전략으로 삼았으며 그 카리스마로 수십 년 만에 세계의 절반을 정복하고 만다.

그렇지만 카리스마만이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칭기즈칸의 경우 앞으로는 나타나지 말아야 할 리더일 수도 있다.

 

 

 

오히려 지금 우리 현대 사회에서 필요한 리더십은 위에서 말한 관용과 포용, 열린 사고, (혈연,지연,학연과 상관없이)인재를 가릴 수 있는 선구안, 남을 존경하고 자신을 낮추는 섬김의 자세, 공동체를 위한 헌신, 의견을 잘 조율하고 타협해낼 줄 아는 능력 등 일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에 만연한 독재에의 불신, 극심한 지역 갈등, 당을 넘어서지 못하는 이념 싸움 등을 부드럽게 풀어내 줄 지도자는 과연 어디에 숨어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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