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탄생
이재익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끈적하고 야하며 숨가쁘게 시작된 첫 장면.

 천하의 나쁜 놈 주제에 '이봐, 친구. 넌 지금까지 잘해왔으니 앞으로도 그럴 거야.'라며 자기암시를 거는 주인공 석호.

 학벌, 외모, 사회적 지위나 명성 혹은 명예, 행복한 가정, 이 모든 것을 갖춘 남자가 뒤에서는 불륜이나 잔뜩 저지르고 다니면서 가정에 돌아와서는 아내와 자식을 가장 사랑하는 최고의 남편, 최고의 아버지 흉내를 낸다? 여자라면 치를 떨고 손가락질하며 욕하기 딱좋은 상황이다. 그래서 이 책은 한번 펼치면 좀처럼 책을 덮을 수가 없다. 초반에는 주인공 한석호의 이중성이 언제 밝혀질까, 어떤 벌을 받고 어떤 손가락질을 받을까 하는 생각에. 중반에는 인물간의 숨막히는 접전과 긴장감 넘치는 전개에, 후반에는 욕하면서도 빠져들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애처로운 발버둥에.

 

 

 

*

 

 '웨이트트레이닝의 또 다른 원리는 상처와 회복입니다.

자기 힘보다 더 무거운 바벨을 들 때 근육의 근섬유가 찢어지죠.

다친 근섬유는 회복되면서 원래보다 더 커집니다. 그러면서 근육이 더 커지고 강해지는 거죠.

고난을 극복하면서 더 강해지는 우리 인간의 모습과도 닮지 않았나요?' (82쪽)

 

 자신만만, 모든 일에 자신감이 넘치던 한석호 아나운서.

그런데 이거 어쩌나, 인생이 어디 이론처럼, 생각한 것처럼 흘러가나? 

고난을 극복하면서 자신이 강해질 거라고만 생각했지 지옥을 다녀올 줄 알았을까.

 

 *

 

 

 

 표면적으로 복수를 진행해 나가는 것으로 드러나는 조태웅은 복수의 주체가 아닌, 하나의 '도구'에 불과한 인물이었다. 조태웅의 이유없는 잔인함과 잔혹함 덕분에(?) 석호에게 연민을 느껴가는 것을 보면서, 어쩜 이렇게 선과 악이 부침개 뒤짚 듯 뒤짚히는 걸까, 하고 생각했다. 그 상대성을 아무렇지 않게 이해해버린 날 보면서도. 아무튼 조태웅이라는 인물이 너무 베일에 쌓인 인물이었고, 마지막까지 크게 알려진 것 없이 끝나서 아쉬움이 남기는 했지만 이재익 작가왈 영화화 될 때를 대비해서 태웅의 존재를 아껴두었다고 하니 기대감을 가지고 영화를 기다릴 수밖에.

 

 

 태웅이라는 인물이 있기는 했지만 이야기의 후반부가 될 때까지 복수를 진행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이 책의 제목이 『복수의 탄생』이지만 복수가 탄생되는 시점의 이야기는 보여주지 않고 복수를 끝마치는 순간, 실제 복수를 시작하고 진행시킨 인물을 짠! 하고 등장시킨다는 점이 재미있다. 몸 속에서 아주 오래 묵은 숨을 토해내 듯 튀어나와버린 복수의 탄생과 그 정체.

 

 

 

 *

 

 '인간이 왜 인간인 줄 알아?

사람 인, 사이 간. 사람들 사이에서 살기 때문에 인간이야.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다 나를 저버린다면 삶이 무슨 소용이 있겠어?

난 지금 그렇게 되기 일보직전이라고.' (156쪽)

 

 

 주위 사람들을 잔뜩 기만하고 다닐 땐 언제고, 이제와서 주위 사람 타령이다.

말 그대로 사람들 사이에서 살기 때문에 인간이다. 그러나 내가 그들 모두를 기만했다면, 모두가 나를 저버린다고 해서 딱히 할 말이 있을까.

그래서 복수를 시작한 정체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고, 주위 모든 사람을 잃을 위기에 처한 주인공이

정말 삶 전체를 잃은 듯한 지옥을 맛보았으리라 공감하고 말았다.

 

 *

 

 

 

 『복수의 탄생』에서 '욕망'을 주체하지 못한 인물은 한 명이 아니다. 자신의 채워지지 않는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끊임없이 다른 여성들과의 섹스를 갈망하고 행하고자 했던, '성적 욕망'을 주체하지 못한 주인공 한석호, 석호의 부인 미선, 잔혹함 속에서 재미를 통해 쾌락을 추구하는 조태웅, 긴 세월 속에서 엇갈린 사랑만을 오롯이 갈망하는 연이 그리고 재우. 누군가에게 욕망이라는 것은 단순히 원하는 것, 끌리는 것, 하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목숨과 뒤바꾸어서도 갖고 싶은, 갖지 못하면 삶이 더이상 빛나지 않고 아무 의미를 지니지 못하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욕망이었다. 저마다에게 모두 다른 것. 하지만 쉽사리 손에 쥐지 못하는 것.

 엄청난 욕망을 손에 쥐고자 할 때에는 감당해야 할 몫이 있는 모양이다. 욕망은 때로 사람의 눈을 멀게 한다. 오로지 단 하나만을 보게 하기 때문에. 주위를 살필 틈을 주지 않는다. 욕망을 어느정도 이루고 눈을 떴을 때, 그제서야 내가 배신하고 상처준 사람들이 보이기 마련이다.

 

 

 어쩌면 '배신'이라는 말은 '믿음'의 부속물일지 모른다. 믿음이 없으면 배신도 있을 수 없으니까. 결국 욕망은 복수의 원인이 되었고, 믿음에 대한 배신은 복수를 부추겼다.

 

 

*

 

 "그거 아실란가 모르것네.

사람한테 제일 깊이 남는 기억이 모욕당한 기억이랍니다.

근데 사람이 제일 쉽게 잊어버리는 게 뭔지 압니까? 남을 모욕한 기억이랍니다.

 … 원한 관계라는 게 그럴 때가 많아요.

당시의 가해자 쪽에서는 까맣게 잊고 있는데

모욕을 당했던 쪽에서는 평행 못 잊고 복수를 꿈꾸는 거지." (165쪽)

 

 

끝났다 싶은 순간 갑자기 진정한 나락으로 끌고가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그것은 욕망과 믿음, 배신과는 다른 종류의 것 때문이었다.

그러고보면 복수는 참으로 여기저기에서 탄생한다.

종잡을 수 없는 복수의 감정, 끝을 내는 방법이 도대체 뭘까.

감정 컨트롤을 제대로 하든가,

미리 눈치 채고 진정한 고백과 사과를 하든가,

아니면 시작된 복수가 깨끗하게 끝나든가.

 

 *

 

 

 

가장 무서운 복수는 자기 자신을 잃게 만들고 그와 동시에 주위의 모든 사람을 잃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나만이 간직하고 싶은 모든 치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날까봐 전전긍긍한 한석호를 보며,

만약 이와 비슷한 상황이 내게 닥친다면 나는 나의 치부를 들키지 않고 조용히 묻는 것과

한때 배신감을 선사할지언정 모든 것을 밝혀  내 주위사람을 지켜내는 일 중에 어느쪽을 선택하게 될까 생각했다.

막상 상황이 닥친다면, 어느쪽도 쉽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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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의 목적
다나베 세이코 지음, 조찬희 옮김 / 단숨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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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침대는 어땠어?"

 "혼자 자기엔 너무 넓지?"

 

 서른한 살 동갑내기 싱글 두 여자의 노골적인 멘트로 시작되는 올드미스의 은밀한 이야기!  

 

 

 

 개인적으로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굉장히 좋아한다. 영화를 먼저 접한 경우, 원작인 책은 읽지 않는 편이라 소설로 읽으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기는 하지만, 아무튼 그 원작 소설의 작가가 이 『침대의 목적』을 쓴 다나베 세이코다.

 

 읽기 시작하자마자 든 첫 느낌은, '아, 역시 일본 소설같네. 일본 느낌이 물씬 나네.' 였다. 그 생각은 책을 다 읽은 지금도 변함 없다. 그렇다고 해서 나쁘다는 것은 아니니까. 그저 일본 소설 특유의, 고유의 감성이 있다고 해야할까.

 

 제목만 읽고 정말 순수하게 '침대의 목적'을 생각하기에는, 맨 첫 페이지부터 사람 당혹스럽게 만드는 재미가 있다. 부모에게서 독립해서 나온, 나이는 먹을만큼 먹은 여성이 마음에 쏙 드는 침대를, 그것도 1인용이 아닌 더블 침대를 샀다는 것을 그저 '편안하게 잠을 자기 위해서' 라고만 생각할 수 있을까?  모 침대 광고 멘트처럼 '침대는 가구가 아닌 과학이니까' 신중하게 골라본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에이- 뭐 그런 사람이 있을 수는 있겠다만 적어도 주인공 와다 아카리는 그렇지 않은 듯하다.

 

 여성에게는 나름의 로망이 있다. 성인이 되면 부모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자립하겠다는 로망, 독립된 공간 내에서 남에게 침해받지 않는 성역을 만들겠다는 로망, 백마탄 왕자와 사귀고 내 성역 안에서 즐기겠다는 로망, 그리고 여자로서 아직 예쁠 때 백마탄 왕자와 결혼하고 싶다는 로망. 나 또한 모두 가지고 있는 로망이다. 그러나 꿈과 현실이 다르듯, 로망이 로망으로 그치는 일이 부지기수다. 요시코는 엄한 부모님덕에 자립은 꿈조차 못꾼다. 그 나이에 이른 시각 통금이 있을 정도면 말 다했다. 아카리는 자립은 했지만 남자가 없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주위를 맴도는 몇몇의 남자는 있지만 백마탄 왕자가 없는 거다.

 

 

 여자들도 실은 다 알고있다. 백마탄 왕자는 개뿔. 내 자신이 가만히 누워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백설공주라고 생각하는 여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실은 모두가 암암리에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조용히 외쳐본다. 남자들은 왜 이걸 몰라주는거지? 왜 매번 '여자들, 정말 이해 안가'하고 말하는 거지? 싶다. 이런 주제를 가지고 수다를 떨자면, 여자끼리는 밤이 새도록 열띤 토론을 할 수 있다. 뭐 주로 그렇다는 거지. 

 

 

 와카리에게 엄청난 감정이입을 하며 책을 읽었다. 실은 감정이입을 넘어서서 와카리에 몇년 후의 내 모습을 대입해서 보고 있었달까. 뭐랄까 성격도, 상황도 비슷한 것 같다. 그녀의 자유분방한 연애관까지 닮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내가 서른 한 살에 저런 모습의 올드미스가 되어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이 불안하기도 하고, 초조하기도 하면서 얼른 맨 뒷페이지를 읽고싶어지는 것이었다. 이미 머릿속은 침대의 목적이고 뭐고 다 사라지고 오로지 '결혼'과 '올드미스' 단 두개의 단어만이 지배하고 있었다. 와카리 자신은 이것저것 사소한 것까지 재면서도, 막상 남자가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무척이나 싫어한다. 남자에게 '그럴 마음'이 들지도, 남자와 '그럴(갈) 생각'이 들지도 않으면서 자신의 주위에 묶어두고 싶어하는 본심을 드러낸다면 남자도 그리 대놓고 비난할텐데.

 

 

 남자와 여자는 왜이렇게 다를까.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에게 맞춰가며 함께 앞날을 꿈꿀 수 있을까. 아무리 상대적인 개념의 백마탄 왕자라지만, 왜 내 주위에는 없을까. 결혼에 골인한 사람이 그렇게나 많은데 왜 내겐 그 일이 사막에서 바늘찾기보다 힘들까. 주위사람 모두 짝을 찾아가는데 유독 나만 그 일이 어려운 거라면 내 문제는 아닐까, 그렇다면 그 치명적인 문제는 도대체 무엇일까.

 

 

 머릿속에는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이 생겨난다. 일단 저런 생각은 한 번 시작되면 멈추기가 힘든데, 동시에 점점 우울해지고 자신감이 사라지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간달까. 도무지 '그럴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조차, 모두 내 문제로 끌어안아버린다. 마음이 한결 여유로울 수 있으면 좋을텐데, 여자에게 나이라는 것은 적어도 결혼에 있어서만은 무시 못할 사안이니까 말이다. 그래도 나만의 '백마탄 왕자'에 대한 로망만큼은 버리지 말자. 남들이 도무지 '그럴 마음'을 갖지 못하는 사람에게 어느 날, 문득, '그럴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이건, 왕자의 이렇고 저렇고의 문제가 아니라 어쩌면 내 마음이 제일 중요시되는 로망이랄까.    

 

 

 

 http://blog.cyworld.com/lovecoboong/93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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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들리는 순간 - 인디 음악의 풍경들
정강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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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인디음악에 알게 된 건 언제부터 였을까. 지금도 그렇지만 내가 처음 인디 뮤지션을 접한 당시에도 나는 인디의 개념은 잘 몰랐다. 그저 가수는 가수인데 TV에 나오는 가수는 아니구나, TV에 나오는 가수들보다 인기가 없는 사람들이구나,  언더그라운드에서 음악이 좋아 음악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들이구나, 했다.

 

 

 1. 고 2 여름방학, 백화점 앞 작은 무대에서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밴드를 봤다. 밴드공연을 눈 앞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하나같이 개성 가득한 사람들 집단이었다. 나는 혼자서는 밥도 못먹고, 영화도 못보는 사람인데 그날은 혼자서 팔 흔들고 소리지르고 노래를 따라부르면서 공연을 봤다. 어느덧 맨 앞까지 나가 있었다. 그날 이후 그 밴드에 푹 빠져서 인터넷 검색하고, 싸이 일촌맺고, 몇 곡 없는 노래 다 찾아서 들었다. 하루 4시간만 자면서 공부하던 고등학생 시절, 가득 쌓인 스트레스를 속 시원히 날려 줄 유일한 음악이었고, 그래서 더 빠졌던 듯하다. 그 밴드는 '슈퍼키드'다. 슬프게도 이 책에는 소개되어있지 않네.

 

 

 

 2.  2010인가 2011인가. 나를 다시 미치게 만들었고, 내 삶을 엄청나게 변화시킨 것이 틀림없는 인디 뮤지션을 만난 때는. 보컬의 노래하는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야한 영화 한 편은 족히 본 것처럼 느껴졌다. 온갖 기계음에 지쳐있던 내 귀에 갑자기 휴식이 되어 찾아왔다. 새벽 한 시, 불 끄고 방 안 침대에 누워 그들의 노래를 들으면 세상이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었고, 그렇게 세상의 모든 것이 내 것일 수가 없었다. 음악을 듣다보면 '새벽 4시'는 금방 다가와 있었다. 어쿠스틱의 매력에 빠져 쭈뼛쭈뼛 기타 학원으로 내 발걸음을 옮기게 한 장본인들, '십센치' . <새벽 4시>, <Good Night>, <그게 아니고>,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우정, 그 씁쓸함에 대하여>, <Healing>, <Nothing Without You>... 특히나 나를 미치게 만들었던 노래들. 지금 들어도 좋네. 밤도, 별도, 진득한 날씨도 다 내것 같고. 잊고있던 기억도 불러 일으키고.     

 

 

 

 3.  내게 '청춘'이라는 단어와 '힐링(healing)'이라는 단어 두 개를 툭, 던져 놓고, 떠오르는 뮤지션을 대라고 하면 내가 단박에 떠올릴 유일한 언니들.    

  사랑할 때,  쓸쓸할 때, 추억팔이 하고 싶을 때 십센티의 노래를 들으며 일부러 더 쓸쓸해지게 만들었다면, 의도하여 센치해졌다면,

  힘들고, 벅차고, 슬프고, 아프고, 쓸 데 없는 생각에 괴롭고, 미칠 것 같은 때는 옥상달빛의 노래를 들으며 위로를 받았다. 힘을 얻었다. 치유됐다.   

 

p. 176 - 옥상달빛이란 이름은 아무렇게나 붙인 이름이다. 김윤주와 박세진이 밴드를 꾸리기로 하고, 각자 좋아하는 걸 늘어놓기로 했다. 그렇게 계속해서 좋아하는 것을 떠올리다 보니 '옥상'과 '달빛'에서 일치를 봤다. 해서 이 두 단어를 나란히 붙여봤는데, 은근히 근사했던 것이다. 옥상달빛은 흔히 옥상에서 바라보는 달빛으로 이해되지만, 이들의 음악을 듣다 보면 그 반대가 돼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예컨대 '달빛옥상'은 어떤가. 깜깜한 밤하늘에 홀로 내리쬐는 달빛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 달빛의 옥상에 다다르지 않을까.

 

 어쩜, 책의 저자가 대중음악 분야 취재기자 아니랄까봐 말하는 센스가 장난 아니다.

 

 

 

 4. 구걸하지 않아도 '한'이 저절로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담담해서 더 눈물짓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들을 때마다 날 미치게 만드는 노래가 있다. 과거의 한 순간으로, 가슴이 아릿하던 순간으로 타임머신 태워 보내는 노래가 있다. 어쩜 그렇게 당시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게 하는지, 저릿함이 불러오는 소름까지 닮게 하는지. <International Love song>, <젊은 우리 사랑>가 그렇다. 검정치마, 본명 조휴일.

 

 p. 203 - 저 사랑의 노래들을 발라드라고 불러도 좋을까. 그렇게는 안 되겠다. 우리에게 '발라드'란 감정 과잉의 노래들이다. 슬픈 것을 더 슬프게, 행복한 것을 더 행복하게 과장하는 힘이 한국식 발라드에 있다. 그러나 검정치마는 사랑의 사태를 과장하여 노래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나도 누구의 버림을 받겠지/ 그래도 나는 아무 상관 없는 걸"이라며 담담하게 뱉어버린다.   

 

 

 


 

 

 인디를 사랑하고,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반가운 책이 될 수 있겠다. '뭐 별거 있을까?' 하고 읽어봤는데 읽는 내내 음악을 찾아 듣게 만들었다. 관심있고 좋아하는 뮤지션들의 인생담, 경험담, 고생담도 재미있었고.

 

 한 가지 아쉬움은 남는다. 책 제목이 『당신이 들리는 순간』인데, 들리는 게 없다. 음악적 예술성보다는 뮤지션들의 이야기나 곡의 가사를 통한 문학적 예술성을 다룬 부분이 주가 됐다. 저자가 책에 수록된 인디 뮤지션들과 어느 정도 친분이 있을텐데, 그를 이용해 OR코드를 넣어 곡이나 공연 영상 하나씩만 보여주었어도 훨씬 좋지 않았을까 싶다. 재즈 가수 윤희정이 지은 『이 노래, 아세요?』(출판사 '나비')에서는 글 읽으면서 바로 OR코드 이용하여 재즈 공연 영상 보고 그랬는데, 그때 워낙 좋았어서 음악관련 많은 책들이 그렇게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나만의 아쉬움이랄까.  

 

 

 

 

자음과 모음 공식 리뷰단 1기 강정민.

마지막 도서 『당신이 들리는 순간』

책은 지원받아 읽었지만 서평 내용은 온전히 저만의 생각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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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도의 내일 - 내 일을 잡으려는 청춘들이 알아야 할 11가지 키워드
김난도.이재혁 지음 / 오우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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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난도 선생님의(이하 김난도) 책을 세 번째로 접했다. 이번에 읽은 책은 『김난도의 내:일』. 책표지가 정말 예뻐서 자꾸만 보게된다. 푸른 하늘에 기분이 뻥 뚫리는 것만 같고, 그림처럼 언젠가 새가 되어 훨훨 날았으면 싶고.

 

 

 이전에 읽은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가 주로 우울한 사회적 현실 속에서 고달픈 청년층을 향한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고 한다면, 이번 책 『김난도의 내:일』은 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책이라고 볼 수 있다.

 

 『김난도의 내:일』은 세계적 관점에서 일자리 트렌드를 분석하고, 그를 통해 독자들이 내일을 위한 자신만의 구체적인 길을 모색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청년실업이 늘어가고, 제대로 된 대우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넘쳐난다. '월요병'에 걸려 주말이 끝나감과 동시에 우울증을 겪는 직장인은 수도 없이 많으며, 일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방구석으로 숨어들어가는 히키코모리나 늦은 나이에도 부모에게 의지하여 사는 캥거루족은 점점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사회. 막상 구직자만큼이나 구인자도 많지만,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이 책은  막연한 자신의 앞날을 두려워하지만, 막상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뚜렷하게 정하지 못한 청춘에게 천직을 찾기 위한 전략을 제시한다. 뿐만 아니라 미래형 직업 트렌드를 세계 여러 젊은이들의 행복한 노동 사례에 비추어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이미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많은 청년들에게도 유익한 전략서가 되어줄 것이다.

 

 김난도는 연구년을 이용해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을 직접 찾아다니며 미래형 일자리에 대한 의견을 듣고, 이미 그러한 일자리를 찾아 만족한 삶을 보내고 있는 청년들을 만나 직접 인터뷰하고 관찰한 취재 결과를 이 책에 상세히 담아냈다.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의 편협한 세계관과 협소한 직업관을 느끼기만 해도 책읽기에 반 이상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다.

 

  

 

 이 책에서 김난도는 내일(Tomorrow)을 위한 내 일(My job)을 찾기 위한 전략적 키워드로 11가지를 제시했다.

 

 * 1부 - 일자리의 미래, 잡트렌드를 읽어야 '내:일'을 잡는다!  :  F U T U R E

F : From White-Collar to 'Brown Collar'  브라운칼라 청년들이 몰려온다

 

U : Utopia for 'Nomad-Workers'  당신은 노마드 워커입니까?

 

T : Towards Social Good  착한 일 전성시대, 소셜 사업을 주목하라

 

U : Unbelievable Power of Fun  여유경영의 힘, 적게 일하고 많이 번다

 

R : Return to Local Places  컨트리보이스의 시대가 온다

 

E : Entrepreneurship for Micr-Startups  마이크로창업이 뜬다

 

 

 * 2부 - 나만의 천직을 찾기 위한 일자리 전략  : M Y J O B

M : Mismatch, Good-bye!  굿바이, 미스매칭! 구인구직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Y : Your Brand is Your Power  당신만의 브랜드는 무엇입니까?

 

J : Joy of Learning  배움은 계속돼야 한다, 쭈욱!

 

O : Over the Global Border   일자리 혁명, 글로벌 잡마켓을 잡아라

 

B : Business for Happiness  돈을 위해 일하지 말라, 행복을 위해 일하라

 

 

  

 

 각 전략을 키워드에 짜 맞추느라 번거로웠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사람마다 관심가는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이 다르기 때문에 위의 전략들 중 흥미롭게 읽는 부분도 각자에게 차이가 있을 것이다.

 

 나는 '브라운칼라' 챕터를 읽으며  내 마음까지 끓어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과거 블루칼라 노동으로 폄훼되던 육체노동에 새로운 전문성과 부가가치를 가미함으로써 화이트칼라를 능가하는 새로운 블루오션을 창출"(p.36)해내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의 이분법적 경계를 무너뜨린 직업"이 바로 브라운칼라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가장 놀라웠던 것은 영국에 '집사학교'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두 나라간에 문화적 차이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흔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 상으로 집사라는 직업은 가사도우미로 여겨지며 젊은 사람들이 원하는 직업군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연봉이 최고 24만 달러에 이르기도 하는 전문직으로 집사를 양성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정년도 없고, 엘리트들을 보필하는 일에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매력적인 직업, 집사! 직업에 있어서 이미지를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자부심을 가지고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에 내 열정또한 솟아났다.

 목사가 되기 위해 3년간 다니던 의대를 그만두고 목수 전문학교에 입학한 유리안의 이야기 역시 감동이었다. 모두들 색안경을 끼고 직업을 바라보지 않는구나, 싶어 정말이지 멋있게 느껴졌다.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이 '타인의 시선'에서 '자신의 행복'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p.56) 라고 답한 목수학교 교사 아이노의 말이 옳았다.

 

 P_64 ;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 누군가에게 가벼운 동정을 건네는 것은 어쩌면 그 직업을 폄하하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는 모습만 믿고 그가 불행할 거라고 속단하는 것, 직업을 향한 편견은 이처럼 우리의 마음속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브라운칼라- '아띠 인력거'편 中)

 

 

 반면 '노마드 워커' 챕터는 내가 꿈꾸는 미래상과 많이 닮아있어서 주의깊게 보았다. 유목민이라는 뜻의 'Nomad'와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이동하며 일한다는 'Working'의 합성어. 출근 퇴근 시간인 아침 아홉시에서 저녁 다섯시(물론 우리나라는 야근도 밥먹듯.....)라는 시간 제약과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이다. 특히나 나처럼 낮보다는 밤이나 새벽에 머리가 굴러가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그래서 어렸을 때에는 장래에 무슨 일을 하든 '프리랜서'가 되겠다고 다짐했는데, 요즈음에는 IT인프라 확대에 따라 '이랜서'라고 한다고도 하니 더 탐이 나는 근무형태가 아닐까 싶다. 내가 현재 꿈꾸는 분야에서 경력을 충분히 쌓고 능력을 인정받는 날이 오면 나는 꼭 이랜서가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를 비롯한 주위의 많은 청년들이 이 책속 인물들처럼 꿈과 희망에 부풀어 열뜬 마음으로 취업 준비를 하고,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느끼며 즐겁게 일을 해나가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을 계속해서 했다. 그렇지 않다는 신세한탄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꾸만 머리속에 떠올라 안타깝기만 했다. 여기에 나온 많은 직업군들이 모두 '미래형 직업'에 속한다고는 하지만, 실은 그 중 많은 것들은 기존부터 쭉 존재해오던 것들이다. 즉, 무슨 일을 하든 자신이 즐겁다고 느끼고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 제일 중요할 것이다.

 물론 나의 천직을 일찍 파악하는 것,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 우리는 김난도의 말처럼 '배움을 계속해야'하며, '돈을 위해 일하지 말고 행복을 위해 일해야'할 것이다.

 

 아무튼, 당장에 해답을 알려주는 책은 될 수 없을지 몰라도 '자극제'가 되기에는 충분한 책, 몰랐던 세계를 접하게 해서 '꿈'이나 '희망' 하다못해 '열정'이라도 심어줄 수 있는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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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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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정 작가의 신간 장편소설이 나왔다. 『28』. 책 제목인 28은 살아남기 위한 투쟁이 고스란히 담긴 날짜를 의미한다. 생존을 위해 애쓰지만 미처 손도 대기 전에 모든 것이 소멸되어버리는 상황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무기력한 지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어디까지 무너져내릴 것인가를 보여주기도 한다. 채 한 달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지만, 작품 속에서 화양 시민들의 삶이 송두리째 뿌리 뽑히기에는 28일은 충분한 시간이다.

 

 

 

 책의 서사는 치밀한 짜임새를 갖추었다.  정유정의 지난 작품 『7년의 밤』에서 이미 느낀 바 있다.  정유정은 다른 작가들에 비해 훨씬 더 강력한 힘이 느껴지는 문장을 구사한다. 그녀의 문장은 그 힘을 지지할만한 속도감 또한 지니고 있는데, 숨 쉴 틈 없이 문장을 내리 읽어가는데도 놓치는 것 없이 이야기를 모두 이해하게 되는 것을 보면 그녀의 문장이 단순히 기교에 그치고 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문장력과 치밀하고 압도적인 서사 구성력은 작가로서의 그녀의 노력에서 나온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말하는 작가로서의 노력이라는 것은 단순히 글을 많이쓰고, 글을 열심히 쓰려고 하는 것을 넘어서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기 위한 노력을 말한다. 현실 세계와는 또 다른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기 위해서 작가는 아마 수많은 시간을 취재하는 일에 쏟았을 것이 분명하다. 119구급대나 병원 응급실 상황, 알래스카의 개썰매 경주, 개의 상태 묘사 등의 서술은 작가가 이 책을 써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료 조사와 취재를 해왔는가를 읽는 모든이로 하여금 깨닫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개의 행동으로부터 메시지를 읽어내 개의 심리 묘사를 해낸 작가의 탁월한 관찰력과 표현력이 인상적이었다. 궁지에 몰린 개들의 상황이 안쓰러워 마음이 너무 아팠고, 가족이라 여기던 애완견들을 쉽게 버리던 인간의 이기심에 치를 떨었으며, 자신들도 살기위해 발버둥치며 변해가는 개들을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읽는 내내 자꾸만 우리 붕붕이를 쳐다보게 되었다. 미안한 마음을 가득 담아.) 

 

 

 

    『28』은 '불볕'이라는 뜻의 도시 '화양'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인간들만의 것으로 보지 않는다. 이 작품은 '생명'을 가진 것들의 이야기이다. 우선 이 작품의 시점이 5명의 인물과 1마리의 개를 중심으로 한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

 

 

 

 알래스카에서 아이디타로드(Iditarod Trail Sled Dog Race, '최후의 위대한 레이스'라 불리는 세계 최대의 개썰매 경주) 레이스 중 자신의 썰매 개 여덟 마리를 사지로 몰아넣고 한국으로 돌아와 백운산 드림랜드에서 유기견 센터를 운영하는, '인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재형, 제보를 받고 재형에 대해 폭로성 기사를 쓴 윤주, 화양 동부 소방서에서 일하는 기준, 백운 병원의 간호사 수진, 가족의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자란 후 개를 잔혹하게 살육하여 군에서 쫓겨나서는 소방서 근무를 하게 된 싸이코패스 동해(백운병원 원장 아들), 그리고 늑대의 피를 물려받은,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 개 링고.  

 

 

 

 이렇게 5명의 인물과 1마리의 개의 시점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처음에는 천천히, 각자의 삶의 영역을 자세히 비춰주다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여섯개의 시점은 점차 빠른 속도로 교차하며 그 연결고리들을 드러낸다. 악행을 일으키는 자, 그를 막으려는 자, 인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생을 앗아가는 공포 속에서 끝까지 생존을 갈망하며 투쟁하는 이들의 이야기.

 

 

 

 재앙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대충 짐작은 가지만, 그 어떤 정확한 원인 규명도 할 수 없고, 대처법도 찾아내지 못한 채, 사람들은 공포와 경악 속에서 수없이 많은 목숨을 잃어간다. 개들의 분노의 씨앗에서 생겨난, 사람과 개 사이에서만 전염되는 바이러스. 어쩌면 좀비 이야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공포이다.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이 그토록 허망할 수 있을까. 인간이 자초했다고 할 수 있을 지는 몰라도 그 결과는 너무나 참혹했다. 심지어 화양 시민들은 결국에는 다른 인간들에게조차 버림을 받는다.

 

 

 

 

 

 

 

 

 p. 346 - 그것이 삶이 가진 폭력성이자 슬픔이었다. 자신을, 타인을, 다른 생명체를 사랑하고 연민하는 건 그 서글픈 본성 때문일지도 몰랐다. 서로 보듬으면 덜 쓸쓸할 것 같아서. 보듬고 있는 동안만큼은 너를 버리지도 해치지도 않으리란 자기기만이 가능하니까.

 

 

 p. 434 - 저들은 가슴에 성배를 품은 자들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배신을 잘하는 '희망'이라는 성배. 

 

 

 

 

 2013년 후반기를 최고의 소설로 시작했다는 느낌이 든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열심히 나의 생존과 너의 생존, 남의 생존을 생각하고 걱정해본 일이 있었을까. 이제 나의 시선은 옮겨가야 한다는 것을, 나의 태도는 변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만드는 책. 나의 생존을 확인받고자 한다면 약한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이제 '생'을 가진 모든 것들의 쉽게 표현될 길 없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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