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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밤의 클래식 - 하루의 끝에 차분히 듣는 아름다운 고전음악 한 곡 ㅣ Collect 2
김태용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8월
평점 :
‘클래식’이란 음악 용어는 ‘대중음악’의 대척점에 위치한 오래된, 고루한, 격식이 중요한 음악이란 편견이 있다. 그러나 누군가 말했듯이 지금의 클래식 음악은 그 시대의 대중음악이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당시의 대중에게는 널리 사랑받던 음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편견을 가진 사람 중에 한 명으로서, 클래식 음악을 선호해서 듣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우연히 본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중 여름 3악장의 격정적인 연주와 음악을 듣고 바이올린을 배우고 싶다는 욕심을 가지게 되었다. 여전히 바이올린 협주곡 위주로 음악을 듣는 편식쟁이지만 조금씩 다양한 음악을 듣다 보니 광고, 영화, 드라마 등 우리가 쉽게 접하는 영상매체 속의 삽입되어 은연중에 많이 접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하루에 하나의 곡에 대해서 그 작곡가에 대한 이야기 또는 곡에 얽힌 이야기 등에 대해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해당 곡에 대한 소위 명반이라고 불리는 음반들을 소개하고, QR코드를 통해 해당 곡을 들어볼 수도 있다. 서두에는 우리가 클래식 곡에 대해 궁금해할 수 있는 고전음악, 낭만음악 등 시대별 흐름에 대해 소개하고 있으며, 클래식 작품 목록에 표시되는 약자 등이 어떤 뜻인지 설명하고 있다.
90일 동안 매번 다른 작곡가가 소개되는 것은 아니다.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하이든과 같은 유명한 인물들은 워낙 좋은 음악들을 많이 만들었기에, 몇 번이고 반복되어서 소개되고 있다. 반면에 골리아드, 쉬츠, 텔레만과 같은 잘 모르던 음악가들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어 다양한 음악가들에 대해서 알 수 있었고, 새로운 음악들을 접할 수 있었다.
어떤 음악을 들을 때면 그 음악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에도 떠올려지는 장면들이 있다. 소위 추억 보정의 영향으로 그 곡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고, 그 추억들도 아름답고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52일차에 소개된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은 <러브 오브 시베리아>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에 개봉되었던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그 영화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광활한 대지를 가로지르며 전나무 숲 옆을 지나가는 모습에서 가보지도 못한 러시아의 풍경으로 기억되었고, 그 영화를 봤던 순간의 기억이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에 나왔던 음악은 모차르트의 음악인데, 차이콥스키가 모차르트를 선망했다는 점에서 굳이 연관성을 찾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클래식 음악도 결국 대중의 선택을 받았던 음악임에 틀림없고, 시대가 흘러 지금의 사람들에게도 사랑받을 수 있는 힘이 있다. 다만, 편견으로 인해 가까이하기 먼 음악임에 조금 더 다가가려는 청자의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 이 책은 큰 욕심 없이 하루에 하나의 곡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를 통해 우리가 클래식과 조금 더 친해지며, 음악과 관련한 다른 이야기들을 설명해 줘서 배경지식을 통해 더 풍부한 상상력을 가지고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도와준다. 클래식과 친하지 않지만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사람, 음악 외의 이야기들도 알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90일간 이 책을 통해 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