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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물리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 이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정확한 관점
짐 알칼릴리 지음, 김성훈 옮김 / 윌북 / 2022년 5월
평점 :

학창 시절 물리학은 수학과 더불어 공부해야 할 과목 중에서 그나마 내가 좋아했던 과목이다. 누군가는 이상한 인간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물리학을 좋아했던 이유는 우리나라의 과학 교과 과정에서 물리학이 가장 암기와 먼 과목이었던 것이 이유다. 그리고 수학에 비해서는 현실에 대응할 여지가 많았던 점이 물리학 공부가 가장 할 만하게 느껴진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은 과학이란 단어와 멀리 떨어져 오랜 시간을 보내서 이 책을 통해 다시 만난 물리학과 앞으로 어떤 관계로 지낼 것인지는 미지수다.


짐 알칼릴리가 보기에 현대물리학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된 10가지 주제를 꼽아 다룬다고 한다.
이름만은 익숙한 내용들도 있지만, 꽤나 낯선 주제들을 목차에서 접하였다. 그러나 물리학자들이 그러하듯 앎의 과정을 즐기기 위해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저자가 이야기하기로 물리학자들조차 물리학의 목적에 대해 크게 2가지로 나누어진다고 한다. 궁극의 진리 내지 앎의 본질에 대해서 양자 모두 현재 우리는 모르고 있다는, 무지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한 쪽은 그 무지에 대해서 언젠가는 궁극적인 진실을 밝혀낼 수 있다고 보고, 반면에 다른 한 부류는 궁극의 진리는 절대 밝힐 수 없는 것이지만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설명을 끌어내기 위한 앎의 과정을 물리학이 추구한다는 것이다.
진리라 믿었던 내용이 새롭게 등장한 다른 이론에 의해 반증되었을 때, 누군가는 새로운 이론에 탐닉하고 누군가는 절대적인 진리가 없음을 탄식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의 1장에서는 과학자들은 언제든 오랜 시간 검증에서 살아남은 진리들에 대하여 신뢰하고, 언제든 새로운 이론에 의해서 태산같이 굳건하게 믿어왔던 이론들도 한순간에 뒤집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다고 한다. 인생을 바쳐 연구해 온 이론이 새로운 이론에 의해 무용하게 된다고 해도 “언제라도 무지에서 오는 경외감보다는 이해에서 오는 경외감을 택하겠다”라고 말한 소설가 더글라스 애덤스의 말과 같이 그 앎에 대한 추구는 멈출 수가 없는 것이다.
10가지 주제의 이야기들에 대해서 지은이는 분명 물리학이 낯선 사람들이 읽기 쉽게 글을 썼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의 이야기가 마냥 쉽게만 읽히지 않는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스스로 아이러니하게 생각한 것은 이 물리학이란 과학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삶에 대한 태도 등 어떻게 보면 철학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미세한 변수들로 인해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다지만, 정해진 삶을 열심히 살 이유는 무엇인가? 해당 부분을 읽으면서 미래가 정해져 있는 삶, 소위 무속인들이 이야기하는 사주대로 살아간다는 그런 삶을 우리가 살아간다면 대체 우리가 인생의 순간마다 선택과 포기를 반복하는 일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싶기도 하였다. 그러나 내가 그런 생각으로 어떤 결정을 한다면 그것 역시 나란 존재가 살아온, 또 살아갈 정해진 미래를 나아가는 데 필요한 예측하지 못한 미세한 변수들이 아닌가 싶다. 결국 알 수 없는 미래가 정해져 있다고 해도 그 미래를 보지 못한 사람으로서는 순간마다 변수들을 충실하게 쌓아갈 이유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