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미술사 - 현대 미술의 거장을 탄생시킨 매혹의 순간들
서배스천 스미 지음, 김강희.박성혜 옮김 / 앵글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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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을 단순하게 생각했을 때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로 아무런 정보 없이 작품과 맞닥뜨렸을 때 느껴지는 최초의 원초적 감정을 받아들이며 감상하는 방법이다. 여행지에서 너무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보게 되었을 때 순수하게 감탄하고 그 장엄한 장경에 빠져드는 것과 같이 미술 작품을 아무런 정보 없이 받아들일 때도 그런 황홀한 순간을 경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미술 작품에서 그런 감정을 얻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은 우리가 그 작품들에 바라는 자연 경광에 비견되는 아름다움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는 자연 그 자체를 옮긴 듯한 모습에 감탄하고, 엄청난 크기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위압감을 느끼고, 강렬한 색채감에 눈을 떼지 못하는 등 사람마다 감탄의 포인트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포인트를 자극하지 못하는 작품들에 의미를 부여하여 감상하는 방법으로 학습이 그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화가의 기법에 대해 공부하고, 화가의 인생에 대해 알아보고, 그 당시의 역사나 환경 등에 대해서 습득하는 것이다.


이 책은 특히 19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유명한 8명의 화가들을 2명씩 묶어서 그들 간의 관계를 그들의 작품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그렇기에 총 4개의 장으로 나누어진 책은 1장에서 마네와 드가, 2장에서 마티스와 피카소, 3장에서 플록과 드쿠닝, 마지막으로 4장에서는 프로이트와 베이컨의 관계를 중심으로 그들의 작품 활동에 서로 간의 영향을 주고받은 것인지 설명하고 있다. 그들 간의 관계는 단순히 라이벌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그 이상의 관계인 경우도 있고, 때로는 선의의 라이벌이 아닌 관계가 되기도 하였지만, 확실한 것은 그들이 서로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영향이 서로의 미술작품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또한 책에서는 그들과의 관계뿐이 아니라 많은 여인들이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연인이 아니더라도 후원자나 친구, 가족과의 관계가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다양하게 설명하고 있다.




마침 8명의 예술가 가운데 피카소의 전시회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그렇기에 책에서 읽은 내용을 토대로 작품을 살펴볼 수 있었다. 마티스와 같은 길을 걷고 싶지 않았기에 마티스의 화려한 색채와 비견되는 피카소의 어두운색 위주의 작품들의 실체를 감상할 수 있었다. 반면에 마티스가 소개해 준 아프리카 작품들의 영향이 강렬하게 남은 아프리카 풍 조각들을 볼 수 있었다. 특히 피카소가 자신의 기법을 정립한 시발점이 된 <아비뇽의 여인들>에서 아프리카 가면과 같은 얼굴을 한 2명의 여인들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관계의 미술사>를 읽으면서 특징적인 개인들이 화가들에 미치는 영향들이 신기했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러면서 개인이 아닌 대중과 화가의 관계가 미치는 영향들도 크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카소가 가진 열등감과 흡사한 감정을 이겨내지 못하면서도 내재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그려낸 작품들이 대중들에 의해 소비되지 않는다는 것은 예술가들에게 큰 아픔이었을 것이다. 피카소는 "그림은 보는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라고 말했었기에 아무리 평론가들이 중심이 되었다지만, 대중의 선호에 선택되지 않은 작품들을 이어가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흔들리는 피카소의 마음이 대중들이 선호하는 순간이 다가왔을 때 어떻게 달라졌을지도 궁금해진다.

단순하게 화가에 대해서 알고 작품을 감상할 때와 달리 그들에게 영향을 크게 미친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고 나니,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가 더해진 느낌을 받았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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