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2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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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바스테트의 이름이 고양이의 얼굴을 가진 고대 이집트의 여신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대에는 고양이의 눈이 태양과 비슷하다고 여겨 태양신 '라'와 동일시되기도 하였고, 흉포한 성질로 인해 전쟁이나 폭력을 대변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 이름에는 단순한 한 마리의 고양이라기보다는 적극적이지만 때로는 집단에게 육체적이진 않지만 언어로 정신에 압력을 가하는 흉포한 성질을 가진 주인공과 잘 어울린다고 보였다.


2편에서는 바스테트 역시 인간의 지식을 탐할 수 있는 제3의 눈을 갖게 되면서 진정한 고양이의 세상을 꿈꾸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인간 중심의 관점에서 살아온 지난날들에 대한 비판을 드러내고 있다. 소가 제기한 재판을 지켜보면서 어김없이 등장한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서는 프랑스에서 중세 시대부터 동물 재판이 열렸던 여러 사례들을 열거하였는데, 이러한 내용들은 과연 그 동물이 정말 재판에 선다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반려동물, 운송수단, 사육의 대상인 동물들에게 언제부터 동등한 격으로 여겼다고 인간의 재판을 받게 한다는 것인지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인간의 필요에 의해 동물들의 삶의 목적을 규정하였고, 인간들의 필요에 의해 인간의 죄를 뒤집어 씌우는 극한의 인간 중심적인 사고가 드러난다.




한편 바스테트가 가지게 된 제3의 눈이란 것은 고대 인도 문헌에 따르면 인간에게도 비슷한 '호루스의 눈'이라고 불리는 것이 존재했다고 한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정보를 주는 그것에 관심을 가졌지만, 그런 눈을 가진 존재가 실재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소설 속에서는 피타고라스나 바스테트가 제3의 눈을 통해 인간들의 지식과 정보를 얻게 되지만, 인간은 오히려 그것을 잃고, 잊어버렸기에 지식과 정보를 전달할 수단을 발전시켰던 것은 아닌가 싶다.


1억 마리의 고양이들이 살며, 강력한 쥐약을 가진 아메리카로 향하는 배에서 바스테트는 집사인 나탈리에게 스스로의 위치를 깨닫고 바스테트의 격에 맞춘 대우를 해주길 원한다. 즉, 인간은 이제 고양이 중심의 세상에서 아류일 수밖에 없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모든 것이 바스테트의 주도 하에 해결될 것이라고 스스로 다짐하지만, 그들이 마주한 뉴욕은 동족인 고양이들의 세상이 아닌 또 다른 쥐들의 세상일뿐이었다. 희망이 사라지고 절망만이 가득한 세상을 맞이하게 된 것일까? 왠지 바스테트라면 좌절하지 않고 해결책을 강구할 것이라는 감정을 품게 되었다. 책은 더 이상 보여주지 않지만 오히려 자기중심적인 바스테트에게 최정 결말을 남에게 의지하게 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것이 아닌가 싶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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