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 살고 있습니다
김혜지 지음 / SISO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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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내가 가장 좋아했던 여행지이며 다시 한번 꼭 방문할 것이라고 다짐하며 관심을 가지는 나라이다. 첫 해외여행으로 혼자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해서 겪었던 당황스러웠고, 슬펐고, 화났고, 재미있었고, 놀라웠고, 신났던 기억들이 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게 만들었다.


저자인 김혜지 씨는 한국에서 화장품 관련 일을 하다가 말 그대로 어쩌다 보니 이탈리아 로마에 살게 되었고, 결혼 이후에는 베네치아에서 살아가고 있다. 책은 크게 4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처음 그녀가 이탈리아에 정착하게 되면서 겪었던 이야기들로 시작하여, 여행사 일을 하던 남편이 백수가 된 코로나19 사태의 삶을 이겨내기 위한 노력을 두 번째 장에서 다루고 있다. 코로나19로 여행은 멈췄지만 일상을 이탈리아에서 살아가는 그녀의 이야기가 3번째 장에 다뤄진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베네치아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며 떠나지 못하는 우리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들어준다.




그녀가 서문에서부터 이탈리에 다뤘던 이야기들은 비록 그녀처럼 거주하며 겪은 이야기들은 아니지만 잠깐의 여행에서도 비슷한 경험과 느낌을 받았기에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인종차별보다 무서운 언어 차별이란 말을 처음 도착하는 순간 역무원, 기차 안내 데스크의 외국인 전용 창구 직원에게까지 느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정말 놀랍고 신기했던 게 2000년대 초반 처음 이탈리아에 갔을 때 떼르미니역 외국인 전용창구 직원과도 영어가 통하지 않아서 심히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또한, 갑작스러운 기차 파업으로 일정이 마구 꼬이기도 했었다. 행정업무의 지연과 파업은 빨리빨리 서비스에 익숙한 우리에게 가장 적응하기 힘든 문화가 아닌가 싶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면 올드카에 탑승하면서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거슬러 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나온다. 그런데 로마는 그냥 밖으로 나와서 걷기만 하면 시간을 뛰어넘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로마의 야경을 즐기며 걷는 밤 산책은 그 자체로 낭만적이고 즐거웠다. 그런데, 그렇게 과거의 유산을 지키기 위한 이탈리아인들의 노력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그녀는 말한다. 유적들을 지키기 위해 지하철 노선을 확장하지 않는다거나 새로운 건물을 짓지 않는 그들의 노력을 보며 저자는 이탈리아인들이 절대 조상 덕분에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 역시 과거의 유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보다 앞서는 것이 주거 편의 교통 편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해서 어떤 관점이 더 올바르다고 말하지 못하겠지만, 과거의 모습들이 점점 사라지는 주변을 둘러보면 조금 아쉬운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저자 역시 코로나19로 힘겨운 상황을 겪지만 극복하려는 의지로 이렇게 숙원이었던 출판까지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예기치 않게 찾아온 팬데믹 상황이지만 이것이 위기가 아닌 새로운 미래를 나아갈 디딤돌로 삼길 바란다고 말한다. 이제 백신 접종이 진행되면서, 우리는 1년 넘게 이어온 지금의 삶에서 벗어날 준비를 하게 될 것이다. 시간이 흘러 미래에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것인지 모르겠지만, 일상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끼고, 여행에 대한 갈망을 깊숙이 간직하였었다. 저자와 같이 이탈리아에서의 삶을 선택하지는 못하겠지만, 저자가 경험하고 느꼈던 일상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오길 바라며 재미있게 읽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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