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파리의 플로리스트
이정은 지음 / Lik-it(라이킷)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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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처음부터 파리에서 살게 된 것은 아니었나 보다. “1년만 다녀올게요.”라며 캐리어 하나를 들고 일본 도쿄로 떠났던 저자는 5년간 도쿄에서 그 이후부터 파리에 살면서 저 말을 한 지 11년간 해외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여행으로 떠난 것이 아니기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든든하게 한국식 음식을 먹고 싶다는 마음에 일본인이 운영하지만 한국식 식당에서 첫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는 그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집 밥, 어머니의 음식이 국내에서 떨어져 있음에도 생각나고 그리울 때가 있다. 하물며 해외에서는 그런 마음이 더 강하지 않을까 싶다.



그녀의 삶처럼 인생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것 같다. 몸의 이상신호를 느끼고 친구와 떠난 유럽여행에서 작가는 몇 년간 이어온 일본의 삶을 이어가지 않기로 결심한다. 짧은 여행, 전혀 계획하지 못했던 변화를 겪게 된 것이다. 그리고 프랑스로 가서 학생의 신분, 유학생으로 살아갈 결심을 하게 된다. 작가의 나이 29일 때의 이야기다.



어린 시절 30살이 되면, 아저씨, 아주머니라고 불리며 소위 진짜 어른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 우리가 본 어른들도 진짜 어른은 아니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는 확실히 어린 시절 생각했던 어른의 모습은 아니다. 아직 취업을 하지 못해서 여전히 부모님 집에서 살며, 학원이나 도서관으로 공부를 하러 가던 내 서른 살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렵게 취업해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공부를 해서 이직을 하게 되었고 내게는 그 결심, 도전, 변화가 너무나 크게 다가왔던 순간이다. 그런데 저자의 결정은 더 어려운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한순간에 쉽게 결정했을 수도 있겠지만, 해외에서의 삶과 다시 학생의 삶을 시작한다는 것이 마냥 새롭고 즐거운 마음으로 가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파리에 머물면서 플로리스트로 일하기 우해 필요한 자격증을 따기 위해 세포학이라는 난해한 학문까지 배우면서 작가는 무조건 그 자격증을 따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그것을 위해 온 유학은 아닐지라도 그 자격증이 프랑스 유학의 상징, 훈장, 기념, 열정의 증거로 남길 원했던 마음이었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인종차별이나 파리 특유의 ‘사데펑’이란 문화에 힘겨워했지만, 6년간 살아가면서 작가는 어느새 그 문화에 익숙한 파리지앵이 되었다. 이 책은 누군가에게 해외에서의 삶을 보여주거나, 파리에서 플로리스트로 살아가기 위한 안내를 위한 책은 아니다. 작가가 본인의 열정적인 삶을 돌이켜보며 지금의 순간을 기억하기 위한 기록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작가의 삶이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조금은 특별한 것일지라도, 지금 이곳의 나와 다르지 않은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파리지앵을 살펴보았다고 생각한다. 일상이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마음에 자존하는 마음 한 스푼을 더하며 내일을 살아가기 위한 위로를 얻어간다. 마지막으로 나의 어제와 지금을 조약하겠지만 기록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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