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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비아 ㅣ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52
모르텐 뒤르 지음, 라스 호네만 그림, 윤지원 옮김 / 지양어린이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어린이와 모두를 위한 책이다.
「제노비아」
그림을 보는 것 만으로도 가슴아픈 책을 만났다. 책 속엔 그다지 많은 글밥이 들어 있지 않았다. 그림도 화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글밥들 보다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휘 저었으며, 그림에서 느껴지는 두려움이 그 어떤 책보다 강하게 느껴졌다.
시리아 난민 소녀 아미나는 엄마와의 숨바꼭질을 좋아하던 평범한 소녀였다. 우리 주위의 그런 평범한 소녀는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부모님을 잃게 되고, 삼촌과 함께 집을 나선다. 삼촌을 따라 나선 아미나는 처참한 도시의 모습을 보며 길을 걷는다. 그리고 낯선 어부들을 만나게 되는데, 돈이 부족한 삼촌은 아미나만 배에 태우며 작별인사를 한다.

'난 괜찮을 거예요, 삼촌. 제노비아를 기억할 거예요.
제노비아가 할 수 있었다면, 나도 할 수 있어요!
난 괜찮을 거예요, 삼촌.' (78쪽)

삼촌과 헤어지며 아미나는 어머니가 해주셨던 이야기 속 여전사를 떠올린다. 하지만 그 말을 밖으로 뱉지 못한 채 삼촌과 헤어지게 되고 아미나는 혼자 작은 배에 몸을 싣는다. 배의 크기에 비해 너무 많은 사람들이 탔던 배는 풍낭을 만나 배가 뒤집히게 되고 아미나는 점점 물 속으로 가라 앉으며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린다.
아주 작은 사건으로 시리아 내전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학생들이 벽에 한 낙서('쟈스민 혁명' 에서 외쳤던 구호) 가 그 시작점이라 한다. 낙서로 인해 체포된 학생들을 석방하라며 시민들의 시위가 시작되고, 평화적이었던 시위를 과잉진압 하면서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이에 격분한 시민들이 전국적으로 들고 일어나자 정부는 점점 더 거칠게 진압을 하기 시작하고, 점점 더 복잡하게 대치하며 나라 전체가 무정부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러다 최악의 참사가 일어나게 되고, 이를 빌미로 강대국들이 개입하게 되면서 난민은 더욱 늘었다고 한다.
시리아 인구 천만명중 사백만명이 현제 국외로 탈출 하였으며, 이를 감당하지 못한 주변 국가들은 국경을 봉쇄하기 시작하고, 그래도 살아야 했던 시리아인들은 유럽으로 향하게 된다. 이것이 유럽 난민 사태의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언젠가 언론을 통해 접했던 어린 아이의 시신 또한 이로 인해 생긴 일이었다고 하니 난민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더욱 필요할 듯 하다.
동화책으로 만들어진 아미나 또한 피해자 중 한사람이다. 평범한 삶이 파괴되고,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려는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힘없는 사람들이 죽게되고, 목숨을 걸어가며 살기위해 자신이 살던 나라를 떠나게 된 것이다. 자신이 살던 나라에 남아있어도 언제 죽을지 모를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에 살기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난민들의 모습을 보며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난민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기에 더욱 충격적이었으며, 세살 아이의 시신만큼이나 이 책은 나에게 더욱 충격적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돈을 요구하는 어부의 모습, 그래도 어린 아이를 살려야 겠기에 희생하는 삼촌의 모습, 너무도 상반된 모습을 보며 한동안 마음속에 찡한 무언가가 올라온 듯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
책을 덮은 이후에도 한참동안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아이들은 과연 이 책을 통해 어떤 감정을 느낄지.. 두 아이들이 책을 모두 읽고 난 후에 꼭 이야기를 나눠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난민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을 수 있기를 바라며...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