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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꽃 필 무렵 당신을 보내고
이춘기 지음, 이복규 엮음 / 학지사 / 2018년 1월
평점 :
한 복숭아밭 농부의 일기를 통해 떠나는 30년간의 시간여행
「목련꽃 필 무렵 당신을 보내고」
학창시절 방학숙제에 늘 포함되어 있던 일기쓰기는 가장 힘든 숙제중 하나였다. 여차하면 밀리기 일수였던 일기쓰기는 방학이 끝날 즈음 한달동안의 일과를 떠올리며 머리를 쥐어짜야했기에 힘든 숙제였다. 그런데 숙제도 아닌 꼭 해야할 일도 아닌 그런 일기를 30여년간 기록한 노인을 알게 되었다. 책의 제목에서 느껴지는 쓸쓸함과 고됨이 책속 그대로 묻어나 있었다. 부인을 먼저 떠나 보내고 복숭아 농사를 지으며 살다 간 이춘기 선생님 30년 생활의 기록! 그 안엔 선생님의 삶 자체가 그대로 기록되어 있었다.
몸의 이상을 느끼고 한참을 미룬 후에야 병원에 간 아내를 살리기 위한 그의 절실함. 어렵게 암이라는 걸 알았지만 어디에서도 약을 구할 수 없었으며, 제대로 먹지못해 눈에 띠게 말라가는 부인을 그저 지켜봐야만 하는 그의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아내의 병원비로 많은 재산을 사용 한 후 형편이 좋지 못해 아이들의 학비를 걱정하게되고, 당장 먹고 살 일을 막막해 하던 선생님의 얼굴이 언뜻 눈에 스치는 듯 했다. 어린 아이들을 두고 떠나는 어머니의 심정 또한 안스러웠겠지만 그렇게 남겨진 선생님 또한 삶이 무척 고되고 힘들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을 생각해 재혼을 결정하지만 이마저도 편안한 삶은 아니었다. 서울에서 살다 온 어린 신부와 그녀의 딸은 불만투성이다. 결국은 이혼을 결정하게되고 다시 예전의 고단한 삶으로 돌아간다. 돈에 쪼들리고, 식량이 떨어지고, 농사일은 해야하니 사람도 부려야겠고.. 아이들 학자금에... 걱정투성이다. 삶이 참 힘들다. 글로 읽기만 하는데 몹시 답답하기만 하다.
평생을 써온 일기를 추려 한권의 책으로 담으려니 두껍지 않을 수가 없었겠지만 읽힘이 좋아 순식간에 책이 끝나버렸다. 당시의 시대상황과 우리나라의 과거의 모습들, 과거 사람들의 삶까지 엿볼수 있는게 많았다. 오늘 쓴 나의 일기가 미래엔 내 삶의 흔적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또한 일기를 써보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삶이 참 힘들다 느낄때가 많았는데.. 선생님에 비한다면 너무 풍족하고 너무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매사에 감사하며 살아야 겠다 다짐도 했다. 이책은 누구나 꼭 한번 읽어보라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