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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지 않고 배불리 먹고 싶다 - 부채사회 해방선언
구리하라 야스시 지음, 서영인 옮김 / 서유재 / 2016년 9월
평점 :
공부하지 않아도, 취직하지 않아도, 일하지 않아도,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아, 다 괜찮아!
우리가 알고있던 '개미와 베짱이' 의 이야기로 책이 시작한다. 여름내내 열심히 일한 개미, 신나게 논 베짱이. 겨울이 왔고 너무 배가고픈 베짱이가 개미에게 찾아간다. 하지만 개미는 베짱이를 문전박대 한다. 그런데!!! 퍽! 우적우적. 꿀꺽. 베짱이가 개미를 삼켜버린다. 이유는 풍족하게 먹고 자고 했던 개미가 참을 수 없이 먹음직스러워 보였기 때문이란다. 우리가 알던 이야기와는 결말이 다르다. 개미와 베짱이를 패러디한 것이라지만 개미가 참 불쌍하게 느껴진다. 결론은 베짱이는 일하지 않고도 많은 곤충들과 함께 개미의 집에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것이다. 웃어넘기기엔 너무나 씁쓸한 결말이다.
하지만 나또한 이런 베짱이가 되고픈 생각을 했다. '일하지 않는자 먹지도 말라' 라는 말을 듣고 자란 세대이지만 일하지 않고도 풍족하게 살고픈 마음에 은근히 복권에 기대며 살았던적도 있었다. 월요일에 구입한 복권을 보며 일주일이 행복했고 토요일이면 그 기대가 무너지지만 괜찮았다. 월요일이면 또다시 복권한장이 내 손에 들려있을 테니까.
그래서일까 「일하지 않고 배불리 먹고 싶다」 이 책의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다. 책을 읽는 내내 엉뚱하다 생각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또한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띠며 순식간에 책에 빠져들었다. 40대가 다 되었지만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는 한 남자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라 생각되기도 하고, 벌이가 없지만 자신의 당당함을 우리에게 넌지시 말하고 있는듯한 책이기도 했다. 벌이에 비해 많은 연금을 부모님이 냈던 상황들, 대학에 들어가 시간강사로 일을 했던 순간들, 절에 들어가 한모금의 담배연기로 얻은 깨달음들.. 정치인들 이야기, 꽥꽥 울어대는 돼지이야기.. 인간적인 향기가 풀풀나는 그런 작가의 이야기속엔 그냥 넘길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는 듯 했다. 웃으며 책을 읽으면서도 점점 복잡해져가는 내 머릿속을 정리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지만 그 시간들이 아깝게 느껴지지 않았다.
웃기지만 웃긴얘기만은 아니었던 이 책을 읽으며, 현재 내 상황들에 대한 많은 생각들을 해볼 수 있었으며, 인생의 가장 최악의 시점을 달리고 있던 나에게 가만히 속삭여 주는 듯 나를 달래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하지 않아도, 취직하지 않아도, 일하지 않아도,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아, 다 괜찮아!
이책은 왠지 호불호가 많이 갈릴듯 하다. 가볍게 읽고 지나쳐버릴 사람과 가볍게 읽는듯 하면서도 두번 세번 다시 읽게될 사람. 난 물론 후자에 속한다. 한번읽곤 책의 내용을 다 이해할 수 없었기에 다시 읽어보았다. 여전히 모르겠다 싶은 작가의 이야기가 있지만 일하지 않고 배불리 먹고자 하는 나의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는건 틀림 없는 듯 하다. 즐겁게 책을 읽었으며, 누구든 일하지 않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나에게도 그 방법들을 전수해주길... ^^
-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된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