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라고 말하지 마
테레사 카푸토 지음, 이봄 옮김 / 연금술사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죽음은 영원한 작별이 아니다.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전하는 감동의 메시지

 

 '죽음'이라는 단어가 사람들에게 안겨주는 공포감은 나이가들수록 커가는 듯 하다. 어린시절 할머니나 할아버지의 죽음이 그닥 크게 다가오지 않지만.. 어느정도 나이가 들어 나의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내곁을 떠날때쯤 적어도 어린시절 받아들이게 되는 '죽음'이라는 단어보다는 좀더 무섭고 크게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간혹 아무런 준비없이 사고를 당해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은 미쳐 자신이 죽을거라는 예상도 하지 못한채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이승의 삶을 마무리 짓게 되곤 하는데 죽은사람은 죽은사람대로 답답하겠지만 남겨진 사람들이 느끼는 죄책감이란건 말로 표혈 한 수 없을 것이다.

 나의 아빠는 59세라는 젊디 젊은 나이에 당뇨 합병증으로 두번째 쓰러지신날 아무런 예고없이 삶을 마감하셨다. 쓰러졌다는걸 알면서도 너무 젊은나이였기에 다시 일어나 집으로 돌아오실거라 믿으며 출근을 했지만 나의 기대와는 달리 돌라온건 아빠의 영혼없는 빈 껍대기일 뿐이었다. 아무런 준비없이 아빠와의 이별을 받아들여야 했고 (20대 초반) 처음으로 죽음이란 것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처음엔 예고없이 가버린 아빠를 원망하기도 했지만 나의 무관심이 아빠의 메세지들을 받아들이지 못했던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아빠를 생각만해도 눈물을 흘리며 한동안 미안한 감정을 털어버릴 수 없었다.

 영혼과의 대화가 가능하다면 영혼의 에너지를 모든 사람들이 느낄 수 있다면 이런 답답함이나 미안함을 쉽게 털어버릴 수 있겠지만 그러한 능력들은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았기에 책에 등장하는 테레사 카푸토 와 같은 영매가 필요한건지도 모르겠다.

 

 난 워낙 겁이 많은 사람이라 영혼.. 흔히 우리말로 귀신이라 불리는 것들에 대해 크게 놀라곤 한다. 공포스러운 영화는 근처에도 가지 않으며 책조차도 읽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단 한순간도 무섭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우리말로 무속인 이라 불리는 영매 라는 단어가 낯설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 보게되는 무속인들은 주변의 영혼들을 받아들여 그들의 목소리를 전해주곤 하지만 (간혹 가짜가 더 많지만) 그 상황들을 100% 믿어지진 않았다. 그래서 사후세계에 대한 것들도 다 믿진 않는다. 그저 어린시절 들었던 아빠의 죽었다 살아났다는 이른바 임사체험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진짜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을 뿐 있다 없다를 논할순 없다고 본다. 아빠가 10대 후반 친구들과 흥건하게 취한후 집에돌아가던중 갈증을 느끼고 개울에 얼굴을 대고 물을 마시던 그 순간 정신을 놓으셨고 아빠가 죽은거라 생각했던 주변의 사람들은 근처에 있던 국군시체보관실에 아빠를 눕혀놨다고 한다. 친구의 목소리를 듣고 깨어나 시체 보관실앞에서 지나가던 군인들에게 손을 내밀며 물을 달라 요구를 했고.. 그 군인은... (안타깝지만) 그대로 혼절을 했다고 한다. 내가 본 순간이 아니기에 아빠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겼을 뿐 나는 여전히 그게 사실이었는지 아니었는지 모른다. 그저 재미난 아빠의 추억처럼 머릿속에 남아 있을 뿐.. 막 배를 타고 건너려는 순간 멀리서 들려오는 친구의 목소리를 듣고 배를 타지 않았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작년즈음 주변에 무속인 이거나 무속인이 되려고 쌀을 올렸다는 사람들.. 신병에 고통중이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한해에 왜그렇게 많은 무속인들을 만나게 된건지 모르겠지만 그동안의 무속인에 대한 안좋은 이미지들은 깰 수 있었다. 여전히 연락하고 있는 언니들과는 만날 때마다 무속인이라는 생각보다는 정말 유쾌한 언니들 이라는 생각이 들뿐이며 편하게 나의 고민들을 털어놓기도 하는 동네 친한 언니이자 1년에 한번 가뭄에 콩나듯 전화를 해도 반갑게 맞아줄 언니들일 뿐 이다. 하지만 나처럼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거라 생각이 든다. 자신들의 고민에 대한 해답만을 요구할 뿐...

 

 사후세계에 대해 100% 믿는건 아니지만 신랑과 이혼을 생각할 만큼 크게 싸웠던일이 있다. 너무 속상한 마음에 돌아가신 아빠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고 신랑과 화해를 한후 신랑으로부터 놀라운 얘기를 들었었다. 내가 아빠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린 그날 저녁 꿈을 자주 꾸지 않는 신랑이 꿈을 꿨다고 했다. 꿈속에 등장한 아빠.. 돌아가신 나의 아빠가 신랑을 보며 내딸 잘 부탁한다는 말을 하셨다고 했다. 울고있는 막내딸이 안타까우셨나보다. 참 많이 울었다. 그리고 감사했다.

 

 조금은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는 사후세계에 대한 이야기나 리딩.. 그리고 영매에 관한 이야기들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줄 수 있는 책이었던 듯 하다. 그냥 한편의 에세이 읽듯 참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의 내용들에 비해 사진? 그림? 들이 너무 허접한 감이 있긴 했지만.. 차라리 그림이 없는 편이 더 괜찮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구지 흑백이 아닌 조금더 유쾌한 그림들이 있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을듯 하다. 덕분에 아빠와의 추억들도 다시한번 떠올려보며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다. 그리고 책을 읽기 전보다는 영매와 그 주변의 일들에 대해 조금더 긍정의 생각들이 늘어났다. 여전히 사실이다 아니다 장담할순 없지만 그건 내가 이 세상을 떠나는 그날 알게되는 일이니 미리부터 고민하진 말아야겠다.

 

-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된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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