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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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던 남편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한 남자

리에는 이혼후 고향으로 돌아와 어머니를 대신해 문구점을 꾸려가고 있어요. 고등학교 졸업 후 14년 만에 돌아온 고향에서 마음의 위안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지만 리에의 마음속엔 늘 뇌종양으로 먼저 떠나보낸 어린 아들에 대한 미안함이 가득해요. 작은 아들이 죽게되고 남편과 다시 살수 없다 생각한 리에는 결국 이혼을 했고, 큰아들 유토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거에요. 그렇게 공허감 가득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리에는 한달에 한번 문구점에 들러 스케치북과 화구를 사가는 한 남자(다니구치 다이스케) 를 알게되고 우연히 그의 그림을 보게 되면서 친해져요. 수줍음 많던 다이스케는 어느날 리에에게 친구가 되어달라는 말을 하게되고 이후 리에와 다이스케는 더욱 가까운 사이가 되요. 결국 둘은 결혼을 하게 됐고, 두 사람 사이에 딸(하나) 이 태어나요.


마냥 행복할 것 같았던 리에의 두번째 결혼생활. 하지만 다이스케가 결혼 3년 9개월만에 작업 현장에서 사고로 죽게되고, 리에는 그렇게 열 두살 된 유토와, 세살된 하나와 함께 또다시 홀로 남겨져요. 다이스케는 늘 자신이 죽더라도 군마현의 가족과는 관계되어서는 안된다는 말을 했었기에 리에는 다이스케와의 약속을 지켰어요. 하지만 1주기를 맞이할 즈음 어머니와 상의한 끝에 가족에게 다이스케의 죽음을 알려요. 그리고 찾아온 다이스케의 형인 교이치를 만나게 되고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되요.


이건 다이스케가 아니에요. 

리에가 보여준 사진 속 다이스케는 교이치의 동생인 다이스케가 아니었어요. 혼란스러운 리에는 자신의 이혼을 도와주었던 변호사 기도 아키라에게 의뢰를 하게 되고, 기도는 다이스케였지만 다이스케라 부를 수 없는 '그 남자 X' 의 행방을 쫓기 시작해요. 


리에의 생중 가장 행복했던 3년 9개월 사이에 벌어진 모든것들은 무효가 되 버렸어요. 사망한 다이스케는 호적에서의 제적이 복구되 다시 살아있는 사람이 되고, X 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은 비적출자가 되요. 또한 그녀의 두번째 결혼의 흔적 역시 사라져 버려요. 나스스로에게이런 사실들을 제대로 받아 들일 수 있었을까? 라는 질문을 해봤어요. 내 남편이 사실은 내 남편이 아니었다는 것 조차 받아들이는 것 조차 힘들었겠다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그 이상 상상해보는 것 조차 힘이 들더라고요.


이 책에선 X 의 행방을 쫓는 것 외에 무게감 느껴지는 이야기도 함께 다루고 있어요. 재일 교포 3세 변호사인 기도를 통해 '간토 대지진' 당시 무참하게 학살 되었던 조선인들의 이야기가 등장해요.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인으로 살아왔으면서도 재일 교포 3세라는 이유로 은근한 차별을 느끼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느끼게 되요. 그런 와중에 X 의 등장은 기도의 고민들을 해결하게 하는 열쇠가 되주기도 해요. 오미우라의 등장은 다이스케와 X 의 관계에 대한 엄청난 단서들을 알게 해주고 이야기는 이전보다 조금 더 빠르게 진행이 되요. X 는 누구였을지, 다이스케는 혹시 죽은건 아닌지, 오미우라는 얼마나 많은 진실들을 알고 있는지... 어느새 전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있었어요.


이 책을 덮고난 후 문득 내 주변 사람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마치 내 주변 사람들이 여태까지 내가 알아왔던 그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현실과 소설이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책에 흠뻑 빠져서 그랬던거 같아요. 이런 생각을 하며 스스로도 황당하다 싶으면서도 소름이 끼치더라고요. 언젠가 봤던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영화도 한편 떠오르더라고요. 자신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 타인을 죽이고 그 사람으로 몇해를 살다 또 다른 사람을 죽여 새로운 신분으로 살아가던 여자 주인공. 한 남자와 결혼을 하기 위해 준비하던 중 어떤 계기로 또다시 자신의 신분세탁을 위해 남자를 떠나고,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린 자신의 약혼녀를 찾기위해 남자는 그녀의 행적을 쫓기 시작해요. 하지만 남자가 자신의 약혼녀에 대한 정보들을 알아갈수록 자신이 알던 약혼녀가 자신이 알았던 약혼녀가 아님을 알게 되고, 공포스러운 장면들과 함께 점점 변해가는 과정중인 여자의 모습들이 등장해요.


영화와 내용은 비슷 한 듯 하지만 책의 무게감과 책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은 너무 달랐어요. 잔잔하게 진행되는 듯 하면서도 생각의 꺼리를 던져주는 책에 더 좋더라고요. 아무래도 영상보다는 글밥이 있는 책을 더 좋아해서 그런게 아닌가 싶어요. 극단적인 반전이나 엄청나게 놀라운 이야기가 등장하진 않지만 꼭 한번 읽어보라 추천해주고 싶어요.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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