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사과 편지 - 성폭력 생존자이자 《버자이너 모놀로그》 작가 이브 엔슬러의 마지막 고발
이브 엔슬러 지음, 김은령 옮김 / 심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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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결코 내게 사과하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의 사과 편지

아무런 정보없이 제목만 봤을땐 참 따뜻함이 느껴지는 책 이었어요. 하지만 이 책의 소개글을 읽기 시작하면서 전 이보다 더 잔인한 책이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 책은 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이브 엔슬러가 직접 가해자의 입장이 되어 쓴 편지형식의 글이에요. 마치 아버지가 이야기 하듯 쓰여진 이 책을 읽다보면 문득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해요. 온화한 아버지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글을 읽다보면 어느순간 한글자도 쉽게 넘어갈 수 없는 부분들이 나와요. 이런땐 한참 책을 덮었다 숨을 고른 후 다시 읽기 시작했어요.


아이스크림 회사를 운영하는 제법 그럴듯한 아버지 역시 사랑을 받지 못한 어린시절을 보냈어요. 자신보다 10살 많은 형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는데, 아버지는 어린시절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채 자신을 숨기는 법부터 배우게 되요. 그런 그가 성인이 되어 자신의 매력을 발산하는 방법을 습득하기 시작하고, 자신과 비슷한 여성을 만나 가정을 꾸리게 되요. 정상처럼 보여지는 그런 가정을 꾸리던 그의 삶에 빛과같은 조그만한 아이가 등장하고, 사랑한다 말하며 작은 손가락을 꼬물거리는 아이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기 시작해요.


나는 다섯 살 때 너의 몸을 가졌다. 

아버지라는 사람이 그녀에게 손을 대기 시작한건 불과 다섯 살 때 였다고 해요. 몇해가 지나면서 그 손엔 거침이 없었고, 어린 소녀는 점점 변해가요. 변해버린 소녀에게 가해진건 아버지의 학대와 폭행 그리고 방임 이었어요. 성폭행 만큼이나 잔인하게만 느껴지는 그녀의 삶을 보며 어떻게 이런 상황들을 버틸 수 있었나 싶더라고요.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게 참 힘겹게 느껴졌어요. 어린 소녀가 겪었을 끔찍한 일들이 묘사될때면 저도모르게 눈물이 그렁그렁 해지더라고요. 다행히도 그녀는 자신의 삶을 찾아 세계적인 극작가이자 작가이며 사회운동가로 활동중이에요. 죽어버린 아버지가 그녀에게 미안하다는 한마디만 했었더라면 아마 그녀는 힘든 시간들을 더 빠르게 극복해 낼 수 있었을 거에요. 책을 덮은 후에도 그 여운이 오래 남았어요. 가벼운 책이지만 책을 덮은 후 느껴지는 무게감은 그 어떤 책보다도 더 무겁게 느껴지더라고요. 하지만 다시한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에요. 꼭 한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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