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의 타자기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황희 지음 / 들녘 / 2020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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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기린의 타자기

비명소리와 함께 울부짖는 소리가 가득한 지하철 안 피를 흘리는 사람들 사이로 느닷없이 한 여자가 나타나요. 가까스로 몸을 추스른 여자는 사고 현장을 쭉 훑어보더니 갓난아기를 업은 여자에게 다가가요. 그리고 벌어진 놀라운 장면. 여자와 아이엄마가 눈앞에서 사라져요. 사고 현장 속 사람들은 잠시 당황하지만 이내 그녀가 자신을 구출해줄 사람이라는 걸 알게되고 서로 먼저 구조를 받기위해 그녀에게 달려들어요. 하지만 그녀는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그들을 피해 아이, 노인, 여자 순으로 사람들을 구출해 내기를 반복해요. 이를 지켜보는 한 남자. 드디어 자신의 차례가 되고 휴대폰으로 그녀의 모습을 촬영하려 하지만 휴대폰을 낚아채 던져버린 그녀는 남자를 지하철 밖으로 빼낸 뒤 사라져요. 그녀의 이름은 지하에요.


매일 아무 이유 없이 시댁식구들로부터 구타를 당하는 서영. 어제도 역시나 술에취해 돌아온 남편은 그녀를 폭행해요.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곳만골라 무자비하게 주먹질을 하는 남편. 그녀에겐 청각언어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딸(지하)과 평범한 아들(지민)이 있어요. 그러던 어느날 맞고있는 엄마를 구하려 뛰어든 딸 아이의 뒤통수가 찢어져요. 상처를 봉합하고 돌아온 날 딸 아이는 엄마에게 편지한장만 남겨둔 채 집을 떠나요. 하지만 아무도 지하를 찾지 않아요. 신혼첫날 구타를 당하고 친정으로 도망친 그녀. 그녀를 향해 친정식구들은 참으라 강요해요. 착한딸을 강요하며 시댁으로부터 돈을 뜯어가는 친정식구들. 그녀는 어느곳 하나 마음둘 곳이 없어요.


서영은 맞고난 후엔 늘 와인창고에 갖혀지내요.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중시하는 시댁식구들이 그녀를 매일 와인창고에 가둬둔 후 cctv 로 감시를 해요. 그런데 오늘은 자신의 물건을 모두 챙겨 내려가라는 말을 듣게 되고, 이유를 물을 수 없기에 그녀는 자신의 짐을 챙겨 지하실을 향해요. 지하실에 들어가는 그녀에게 입주도우미 아주머니가 식사와 함께 물건하나를 몰래 건네요. 조용히 그 물건을 허리춤에 숨긴 서영은 자신을 감시하는 시댁식구들의 눈을 피해 화장실에서 물건을 확인해요. 그 물건은 다름아닌 딸 아이가 '조용한 세상' 이란 제목의 책이었어요. 시댁식구들 몰래 화장실에서 딸 아이의 책을 읽어 내려가는 서영은 이내 책에 푹 빠져들어요. 하지만 화장실에 너무 오래있으면 안되기에 성경책 속에 소설책을 숨겨 읽기 시작해요.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 63번가의 한 고층 아파트 48001호. 다른곳과는 다른 법칙이 적용되는 공간. 시간이 멈춘 듯 모든것이 멈춰버린 공간. 그곳에 지하와 이든이 함께 멈춰있어요. 세금도 내지 않고, 면허증 갱신도 하지 않은 지하와이든은 이내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움직이기 시작해요. 하지만 둘은 자신들의 공간이 시간이 멈췄다는 걸 알지 못해요. 지하는 자신이 누구인지, 가족은 있는지, 자신이 왜 이든의 도장 앞에 쓰러져 있었는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해요. 이든과 만난지 3년. 믹스견 울프와 함께 세 사람은 지하의 능력을 이용해 세계를 떠돌며 살아가고 있어요.


우울한 설정에 책을 읽을까 잠시 고민도 했어요. 감정 기복이 심해지는 기간엔 되도록 재미있고 즐거운(?) 책을 읽으려 하거든요. 그런데 묘하게도 표지가 자꾸 저의 눈길을 잡아 끌더라고요. 어려보이는 한 소녀가 작은 동물을 안고있는 그림인데 자기 덩치보다 더 커보이는 가방을 메고 머리카락에 가려지지 않은 한쪽 눈으로 저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거든요. 뭔가 할말이 가득한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니 궁금하더라고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건지. 결론적으론 읽어보길 참 잘한거 같아요. 집을 나간 청각장애인이자 순간이동능력자인 지하와 원치 않는 결혼생활이지만 끝내지 못한 채 맞고 살아가고 있는 엄마의 이야기 속에 보일 듯 말듯 한 아주 조그만한 희망이라는게 보였거든요. 생각지도 못한 반전과 교차되며 진행되는 두가지인듯한 한가지 이야기!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었어요. 아이들에게 건네줘도 참 재미있게 읽을만한 책인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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