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푸른 눈의 증인 - 폴 코트라이트 회고록
폴 코트라이트 지음, 최용주 옮김, 로빈 모이어 사진 / 한림출판사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폴 코트라이트 회고록


5.18 푸른 눈의 증인

얼마전 TV에서 방영중인 영화를 통해 5.18 민주화 운동 장면을 보게 됐어요. 무섭고 소름끼친다는 생각과 함께 어떻게 사람이 저런일을 벌일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워낙 역사에 대해 아는게 없어 좀더 많은 걸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관련 내용들을 찾아보다 이 책을 읽게 됐어요. 이 책을 쓴 사람은 한국사람이 아니에요. 1979년부터 1981년까지 전남 나주 나환자촌인 호혜원에서 봉사활동을 했던 '폴 코트라이트' 라는 외국인이에요. 외국인의 첫 5.18 회고록인 이 책엔 당시 13일간의 기록이 담겨 있었어요.


한국말이 서툴러 사전을 뒤적이며 한글을 이해하던 폴은 호혜원 사람들과 병원에 가던 중 끔찍한 장면을 보게되요. 그 장면은 바로 군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무자비하게 한 청년을 때려 죽이는 모습이었어요. 아무도 그 청년에게 손을 내밀지 못했고, 많은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었어요.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할만한 시간은 없었어요. 하지만 그가 이 상황을 이해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요.


"한국 사람들은 지금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없어요.

세상 사람들은 이 나라 군인들이 우리에게 어떤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 모르고 있어요.

미국인인 당신이 증인이 되어 우리를 대신해 세상 사람들에게 우리의 사정을 알려주세요."


할머니는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내가 목격한 이 사태가 나를 옭아매고 있었다. 내 의사와 관계없이 나는 이미 이 사건에 연루되어 있었다.

나는 할머니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내 팔을 잡은 할머니의 손과 목소리에는 더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때서야 할머니를 쳐다봤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70~71쪽) 

평화봉사단원들이 지켜야 할 사항중 하나가 한국의 정치 상황에 관여를 하면 안된다는 것이었다고 해요. 그래서 더 고민을 했던거 같아요. 카메라를 목에 걸고 나가 사진을 촬영하고, 자신이 본 장면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해 두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그는 이 사건을 외면하지 않았고, 세월이 흐른 후 할머니와 했던 약속을 지키게 되요. 같은 나라 사람을 죽이는 군인과 다른 나라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한 외국인이 너무 대조적이게 느껴졌어요.


겉넘기 식으로 알고 있던 당시의 모습들이 자세히 묘사되는 장면들은 상상해 보는 것 조차 끔찍했어요. 총에 맞아 죽은 할머니와 어린이, 관이 늘어서있는 시체보관소, 총을 겨눈 채 대치중인 군인과 시민들.. 혼잡한 도시의 모습 등. 영화를 보면서도 장면들이 끔찍해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었는데... 영화기에 조금 더 격하게 표현을 했던게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영화이기에 오히려 수위조절을 했던걸지도 모르겠다 싶더라고요.


잔인한 이 일들은 실제 벌어졌던 일이고, 이 일에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할 인물은 현재도 TV를 통해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이유도 모른채 죽은 많은 사람들앞에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거짓이 아닌 진실을 이야기 할 날이 언제쯤 올까요.... 이 책은 모든분들에게 권해드리고 싶어요. 우리의 아픈 역사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라도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바랄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