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보루 -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유족과의 교류
야마카와 슈헤이 지음, 김정훈 옮김 / 소명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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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게 양심을 묻는 작가 야마카와 슈헤이의 자전적 에세이


인간의 보루

하우스 메이커의 영업 추진부장을 맡고있던 야마카와 슈헤이는 버블경기 말미에 동료들과 함께 2박3일 제주도 골프 여행을 떠나요. 다른 동료들과 달리 한국 여행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제주도는 처음 가보는 것이었어요. 친절한 가이드를 만나 즐겁게 골프도 치고 한국의 매력에 빠질 즈음 지나친 음주로 인해 설사병이 난 야마카와는 마지막 골프 일정을 함께하지 못한 채 나홀로 관광을 하게 되요. 목표를 정하지 않고 혼자 걷는 걸 좋아하는 야마카와는 카메라 하나 달랑 들고 산책을 하던 중 다방에 들어가게 되요. 그곳에서 자신의 인생을 바꾼 한 사람을 만나게 되요.


한국에서 들려오는 일본인보다 유창한 일본어를 구사하는 60대 남성의 접근에 놀란 야마카와. 하지만 이내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통성명을 하게 되요. 지나쳐 버릴 수도 있었던 인연이었음에도 둘은 대화를 나누게 됐고, 자신의 이름이 김중곤이라 밝힌 남성은 일제시대 아픈 과거를 살포시 야마카와에게 이야기 해요. 하지만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기에 만남은 짧았지만 둘은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져요. 그리고 2개월 후인 어느날 야마카와는 김중곤을 다시 만나기 위해 한국을 향해요.


김중곤은 야마카와를 호텔로 안내 한 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요. 그리고 그의 길고 긴 이야기가 시작되요. 전혀 관심도 없던 이야기에 푹 빠져버린 야마카와는 일본으로 돌아가 인권운동가로 활동하기 시작해요. 이 책을 통해 알게되는 역사는 사실적 역사와 함께 김중곤이 직접 겪은 삶이 담겨 있어서인지 막힘없이 술술 읽혔으며, 재미있다고(?) 까지 느낄만큼 부담감이 없이 빠르게 읽을 수 있었어요.


근로정신대에 징용됐던 사람들의 지루한 소송과 그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담겨 있는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인 이 책을 통해 안좋은 감정만 가득했던 일본인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바뀌기도 했어요. 세상 모든 일본인이 나쁜 사람만 있는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삐뚫어진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 보게 되곤 했거든요. 하지만 작가처럼 한국 피해자들을 위해 발벗고 나서서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되니 오히려 피해자들의 고통은 커녕 재판에 대해 뭐하나 알지 못했던 제 자신이 참 부끄럽게 느껴지더라고요.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을 사랑한 사람들의 이야기 라고 하면 참 어울리겠다 싶었어요.


저는 대한민국 이라는 나라에 살아가면서 일제강점기에 대한 역사적 사실 조차도 제대로 알고있는게 많지 않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됐어요. 학창시절에 역사를 배우면서도 졸기 바빴던 저였기에 모르는게 너무 많은 한국사람 이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저 자신을 참 많이 반성하게 되네요.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 너무 많아서 누구에게나 추천해 주고 싶더라고요. 우선은 저의 곁에 있는 두 아이들에게 이 책을 권해줘야겠어요. 중고딩 학생인 두 아이들도 읽기에 충분한 책이란 생각이 들어요. 책을 읽고 아이들과 좀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눠보고 싶어요. 또한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역사에 좀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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