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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 소녀를 구하는 자 - Goodbye to Fate
니시노 료 지음, 후지 초코 그림, 정은빈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영웅이 되지 못한 소년과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소녀, 신이 내린 저주의 운명에 맞서다!
「마인 소녀를 구하는 자」
20대 이전까지 소설책이나 자기계발서 등 책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단 한가지 골라 읽는 책이 있었는데 그게 판타지였어요. 사실이라고는 1도 없는 그저 허구만 가득한 상상속 세상에서나 있을법한 말도 안되는 그런 이야기가 담긴 책이었죠. 그런데 마법을 부리고, 말도 안되는 능력을 발휘하고, 혹은 얼떨결에 엄청난 능력을 발견하거나, 존재 자체가 말도 안되는 설정이 담긴 그런 책이었는데, 어찌나 재미있던지 밤을 새며 읽곤 했어요. 심지어 임신중에도 판타지를 엄청나게 읽었어요. 지루한 시간을 보내기엔 이만한게 없었거든요. 그런데 한살 두살 나이가 들고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왠지 독서는 나에게 뭔가 깨우침을 줘야하고, 아이들에게도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지더라고요. 아마 그때부터 자기계발서를 읽기 시작했던거 같아요.
그런데 요즘들어 그냥 예전처럼 아무생각없이(?) 그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라고요. 판타지책을 워낙 좋아했기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설정이 가득한 책이었어요. 주인공 위즈는 인간미는 넘치지만 실력은 좀 딸리는 용병이에요. 죽마고우였던 알루클이 신으로부터 선택받는 순간 그의 곁에서 그 모든걸 지켜봤던 친구죠. 알루클은 어린시절 자신보다 늘 실력이 좋지 못했던 친구인데 신의 선택을 받게 된 이후 실력이 부쩍 성장하게 되요. 신탁을 받게된 알루클이 교황을 알현하러 가는 길도 위즈와 함께였어요. 신탁을 받은 후에도 예전과 똑같은 알루클과 달리 잠시나마 열등감을 느껴 거리를 두려했던 위즈. 자신의 생각이 잘못 된거라 생각하며 더욱 노력해 친구와 함께 할거라 다짐했었어요. 하지만 결국 알루큰은 영웅이 되어 영웅 동료 셋과 함께 하게 됐고, 무슨이유에선지는 모르겠지만 위지는 그들에게 쪽지한장을 남긴 채 떠나요.
그렇게 혼자 길을 가던 위즈. 원래 가려던 목적지를 바꿔 다른길로 향하던 중 한 소녀가 나쁜 사람들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는걸 보게되고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소녀를 구하기위해 나서요. 소녀의 이름은 아론.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 나쁜 사람들을 만난거였는데, 위즈를 만나 일행이 되요. 그렇게 함께 아론의 고향인 스노웰을 향하게 된거죠. 엄청난 대식가인 아론 덕분에 수중에 돈이 바닥 난 위즈는 잠시 머문 마을에서 만난 용병동료인 케이어스의 의뢰에 합승하게 되고, 아론 역시 위즈 곁에 머물러요. 위즈와 함께 걷던 아론이 한 마을로 들어서던 중 어린아이의 목소리를 듣게되고 빠른 걸음으로 마을을 향해요. 아론보다 발이 느린 위즈가 아론을 좇으려 하지만 이내 멀어지고, 마을 입구에서 한 노인을 만나게 되요. 그런데 이 노인 평범한 노인이 아니었어요. 겉모습은 늙은 노인이지만 가까이 있어야만 느낄 수 있는 송장냄새를 풍기는 노인. 마의 근원인 데몬을 숭배하는 숭배자였어요. 이 노인이 마인을 깨우기 위해 마을 사람들을 재물로 바쳤던 거죠.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노인과 싸우게 된 위즈. 노인은 흉측하게 겉모습이 변화하고 아론을 탈출시키기 위해 먼저 나선 위즈는 노인의 공격에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되요. 배에 구멍이 뚫린 채 쓰러진 위즈를 보며 점점 모습이 변하는 아론. 단칼에 노인을 죽인 후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해요. 아론의 정체가 평범한 어린 소녀는 아닌 듯 해요. 예상은 되지만.... 끝까지 읽다보면 반전이란게 있을거에요. ^^
영웅의 일행으로 시작해 그들과 헤어져야 했던 위즈. 너무도 순수한 친구 알루클과 달리 조용히 위즈에게 떠날것을 종용했던 영웅 일행들.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위즈가 겪었을 상황과 마음의 상처들이 느껴지는 듯 해 짠했어요. 누구보다 조용히 피나는 노력을 했음에도 그들의 발끝에도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의 실력을 알았을때 위즈의 마음이 어땠을까요. 마치 지금의 저 자신을 보는 듯 해 많이 씁쓸했어요. 오랜만에 만난 판타지라 참 재미있게 읽었어요. 한권이라 저에겐 다소 짧게 느껴지는 분량이지만 아이들에겐 적당한 책이 될듯 해요. 책과 친하지 않은 두 아이들이 이번기회에 책과 조금더 친해졌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