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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첩보전 1 - 정군산 암투
허무 지음, 홍민경 옮김 / 살림 / 2020년 3월
평점 :
한선 이라는 가공의 인물, 베일 속 첩자로 등장
「삼국지 첩보전1」
편독이 심하기도 했고, 개구리 심보가 한창이었던 전 삼국지를 읽지 않았었어요. 이유는 단 하나. 다른사람들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니 괜한 똥고집을 부린거죠. 그렇게 미루고 미뤄왔던 삼국지를 드디어 읽어보게 된건 불과 5~6년 전 이었어요. 아이들이 책과 친해졌으면 하는 마음에 들렀던 작은 도서관 한켠에 새책처럼 보이는 아주 예쁜 9권의 책이 눈에 뗬어요. 그게 바로 삼국지(나관중) 였는데, 문득 남들은 수십번도 읽어본다는데 적어도 한번은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라는 마음에 1권을 빌려왔어요. 그렇게 읽기시작한 책을 손에 놓을 수 없어 2권 3권 읽어보게 된거였는데 책을 읽던 중 7권쯤 읽고 난 후 8권을 대여하기 위해 간 작은도서관에 8권이 반납되지 않았더라고요. 더군다나 8권을 빌려갔던 분은 야속하게도 연체에 연체를 해가며 가져오지 않았고, 지금이라면 당장 구입했을 책이지만 당시엔 무턱대고 그냥 기다렸어요. 그렇게 돌아오지 않는 책을 기다리다 자연스럽게 8권과 9권을 읽기 못했어요. 결국 전 삼국지를 단 한번도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던 사람이었죠. 그런데 즐겨보던 책 프로그램에서 설민석 선생님의 책 읽어주기를 듣게 되었고, 꼭 한번 읽어보고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신중하게 삼국지 책을 골라 장바구니에 담아뒀어요. 워낙 권수가 많은 책이라 소장해서 느긋하게 읽어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이 책이 먼저 도착했네요. 삼국지를 먼저 읽어본 후 이 책을 읽어봤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정말 컸어요. 아는만큼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 텐데.. 이 책의 시작은 명장 하후연장군이 마지막 전투에서 첩자에 의해 죽임을 당하면서 시작해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한선이라는 첩자에 대해 알게 된 순간 죽음을 맞이하게 된거죠. 위왕은 이를 잡기위해 진주조라는 기관을 만들지만 이렇다할 성과는 내지 못해요. 무려 20년을 첩자로 활동했음에도 그 누구도 실체를 본 사람이 없다고 하니 찾기가 어려운거겠죠. 전쟁의 큰 흐름이 한 인물로 인해 틀어진다는게 말이 될까 싶으면서도 책을 읽다보면 허구라는 걸 잊은채 한선이라는 인물이 도대체 누구일까에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40만 대군을 이끌고 위왕은 전쟁터로 향하고 위왕을 대신해 세자로 책봉된 맏아들 조비가 허도를 이끌어요. 하지만 셋째아들 조식은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죠. 조비를 대하는 태도만 봐도 오만방자함이 가득해요. 그런데 그런 조식이 사냥을 나갔다가 누군가로부터 암살 시도를 당하게 되요. 결국 이를 조사하게 되는건 진주조의 가일과 장제였어요.
위왕이 머무는 전장에서는 한선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거론되요. 서촉에서 도망쳐온 첩자인 유우가 양수가 한선이라 말을 했거든요. 그런데 이를 받아들이는 양수는 호탕하게 웃어요. 자신이 한선이 아니라 말을 하면서도 이렇다할 저항은 하지 않으면서요. 하지만 머리하나는 기가막히게 좋은 인물이기에 살아날 구멍은 만들어 놓는 듯 보였어요. 그런데 첩자가 양수를 한선이라 말하기 전부터 정욱대인은 양수를 의심하고 있었던거 같아요. 뼈가있는 듯한 말을 양수에게 하더라고요.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한선이었더라고요. 물밑 작업들로 인해 억울한 죽음도 있고, 누가 진실인지 누구를 믿어야 할 지 모르겠는 이 상황들이 물에 둥둥 떠있는 오리가 물속에선 살기위한 발차기를 하고 있는듯 느껴졌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물밑작업! 물론 책을 읽는 독자인 전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지만요. 그들은 속고 속이는 전쟁을 하고 있는거죠.
한선이라는 인물을 알게 됐어도 여전히 의문이 남아요. 왜? 그사람이 한선이지? 생각했던 이미지와 너무 다른 누구도 알아채지 못한 첩자! 역시 사람은 겉모습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건가 싶더라고요. 그렇게 1권이 끝이나요. 500쪽이 조금 안되는 책인데 참 진행이 빠르게 느껴졌어요. 2권을 빨리 읽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삼국지를 제대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읽을 책이 많아져 부담감이 살짝 들기도 하지만 그보단 기대감이 더 커요. 몇년전 읽다 만 책이기에 이번엔 꼭 끝까지 정독을 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