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지나간 후
상드린 콜레트 지음, 이세진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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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없어. 명예도 이제 없어. 우리는 짐승과 다를 바 없어.


파도가 지나간 후


엿새 전, 그 파도를 눈으로 본 사람은 루이뿐이었다. (13쪽) 


고작 11살에 한쪽 다리가 불편한 소년이 가장 먼저 쓰나미를 발견했어요. 닭장 담당이었기 때문에 매일 저녁 7시 정각 닭장을 향해야 했거든요. 그저 문이 잘 닫혔는지 확인을 하러 나간 것 뿐인데 엄청난 장면을 보게 된 거에요. 그야말로 괴물같은 파도를 본 루이는 재빠르게 집으로 들어와 문을 잠갔어요. 너무놀라 고함을 치면서도 숨이차 아무말도 하지 못하는 루이를 본 엄마는 루이를 달랜 후 무슨일인지 묻기 전 땅과 벽이 흔들리고 모든 창문이 깨지는 모습을 보게되요. 그렇게 모든것 앗아간 그날 밤을 가족들은 모두 잊을 수 없었어요.


그날 밤 이후 세상의 풍경이 바뀌어버렸어요. 높은 언덕에 위치한 집을 오가며 투정 부렸던 그 길도 모두 물에 잠겨 버렸어요. 덩그러니 루이네 집만 세상에 남겨진 듯 주변은 온통 바다 뿐이었어요. 세상을 집어삼킨 파도가 일어난 이유는 인근섬의 화산 폭발 때문이었어요. 화산폭발이 일어나면서 섬이 무너졌고, 섬이 무너져 바다에 가라 앉으면서 파도는 쓰나미로 변해버린 거에요. 겨우 6일만에 온세상엔 루이네 가족만 남은 듯 느껴지게 된거에요. 얼마나 공포스러웠을까요. 아버지와 엄마 그리고 8남매만 남겨진 그 좁은 땅에서 하루하루 얼마나 힘겨웠을까요.


그런데 이 물이 좀처럼 빠질 생각이 없어보였어요. 오히려 점점 차오르는 수위를 체크하며 하루하루 불안감을 느끼던 아빠는 이내 결심을 하게되요. 그곳을 벗어나기로. 몇일이 지나도 자신들을 구하러 오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기에 내린 결정. 하지만 문제가 있어요. 집에 남겨진 사람은 11명, 섬 한켠에 떠있던 배의 정원은 8명. 배를 타고 떠나야 한다면 적어도 3명은 그곳에 남아 있어야만 해요. 하지만 그 고민도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아요. 결국 어느날 아침 남겨진 3명의 아이들은 평소와 다른 집안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요. 평소처럼 음식냄새가 나지 않아요. 북적거리는 소리도 나지 않아요. 남겨진 세 아이들은 뒤늦게 탁자위에 남겨진 엄마의 편지를 보게되요.


"아무도 없어." (48쪽)


한쪽 다리가 불편한 루이, 한쪽눈이 불편한 페린, 체격이 남들보다 작은 노에. 건강하지 못한 세명의 아이들이 남겨지게 된거에요. 아이들을 남겨두고 몰래 떠난 부모의 심정이 어땠을지 감히 상상조차 가지 않았어요. 그렇게 남겨진 아이들은 생각보다 잘 버텨요. 남은 아이들 중 나이가 제일 많은 열한살 루이는 동생들을 이끌며 하루하루를 보내요. 하루는 살아이는 닭들을 죽이지 않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며 감자가 있는 인근 섬에 다녀와요. 그런데 루이가 없던 사이 두 동생은 닭을 한마리 죽여요. 그것도 루이가 가장 예뻐했던 닭을요. 하지만 닭을 잡아도 어떻게 손질하는 지 모르는 아이들은 결국 먹지 못한 채 닭을 묻어줘요.


그런데 파도가 한번 더 세 아이들이 있는 섬을 덮쳐요. 페린은 날씨의 변화를 감지하고 무사히 피할 수 있었지만 고집을 부리는 노에 때문에 루이까지 위험에 처하게 되요. 결국은 세 아이 모두 살아 남았지만 그 경험은 이내 자신들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안겨준거 같아요. 결국 나이가 가장 많은 루이는 그 섬을 떠나자고 결심하게 되고, 세 아이들은 섬을 벗어나기 위해 고민해요.


한편 세 아이를 섬에 남겨둔 채 배를 타야했던 엄마는 배에 탈 수 있었던 8명의 아이들보다 섬에 남겨진 3명의 아이들을 생각해요. 자기 스스로 아이들을 버렸다는 생각에 자책을 하다가도 자신의 품에 남겨진 8명의 아이들과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하지만 몇일을 이동해도 배가 정박할 섬은 보이지 않고, 걱정하던 먹구름이 현실로 다가와요. 비가오고, 바람이 불고,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 한 가운데! 갑작스럽게 바다에 빠져버린 남편을 구하기 위해 애를 쓰지만 쉽지 않아요. 그러던 중 한 아이가 바다에 빠지게 되고, 엄마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막내를 가슴에 안고있다는 것도 잊은 채 바다에 뛰어들어요. 바다에 빠져버린 한 아이를 구하기 위해서요.


바다에 빠진 한 아이의 후드를 겨우 잡아 챈 엄마! 품안에 막내와 함께 후드를 놓치지 않으려 발악하던 엄마는 큰 아이들 도움을 받아 구해지지만 자신의 손에 남겨진 후드속에 아이가 없다는 걸 알지 못해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폭풍이 지나간 후에야 자신의 손에 옷만 남겨졌다는 걸 알게되고 아이를 잃었다는 걸 인지하게되요. 과연 섬에 남겨진 세 아이들이 무사히 섬을 탈출할 수 있을지.. 배를 타고 탈출한 8명의 가족들은 무사히 육지를 발견할 수 있을지 긴장을 하며 책을 읽어내려갔어요.


스스로 선택해 세 아이를 남겨두고 떠난 엄마와 아빠. 이 선택이 옳다 그르다를 판단할 수 있을지 아직 모르겠어요. 대를 위한 소의 희생? 이라고 하기엔 마음이 너무 씁쓸 하더라고요. 과연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생각해 보려 하지만, 이 상황을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결말이 궁금하다면 꼭 한번 읽어보세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될거에요. 전 여전히 이렇다할 결정을 내리지 못했어요. 상상 그 자체가 힘든 상황이었거든요. 하지만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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