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만 생각하는 날 - 슬픔은 아무 데나 풀어놓고
전서윤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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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아무 데나 풀어놓고


오늘은 나만 생각하는 날

구지 시집을 찾아 읽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유일하게 골라 읽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시집인데, 이 시집은 제목에 이끌려 보게 됐어요. '나만 생각하는 날' 이라는 문장에 나도모르게 손이 간거죠. 엄마로써, 아내로써만 살아가던 저에게 저만 생각하는 날이 있을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제목에 이끌려 펼친 시집속엔 열여섯 소녀의 예쁜 감성들이 가득 했어요. 뿐만 아니라 어린 소녀의 고민, 걱정 그리고 사랑까지 한가득이었어요. 딸 아이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가 쓴 글이라니 감정이입이 더 된거같아요.


시집은 엄마의 편지로 시작해요. 중2병 홀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딸 아이에게 하고픈 이야기와 평소 잘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글로 전한거죠. 문득 나도 딸 아이에게 손편지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평소 말로 전하지 못한 저의 속마음을 글로는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뒤늦게 찾아온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저의 큰 딸 역시 서윤이와 비슷한 고민들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거든요. 그 시간을 지내온 저에겐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라 느껴지지만 그 시간을 보내고 있는 딸 아이에겐 큰 고민들이잖아요. 손편지와 함께 시집을 전해준다면 더 좋아하지 않을까 싶어요.


서윤이의 글들을 보며 풋풋한 감성에 젖어들기도 하고, 나름의 고민들이 담긴 글을 보며 딸을 떠올리기도 했어요. 예쁜 얼굴만큼이나 글들이 참 예쁘더라고요. 포스트잇 하나하나에 담긴 글들이 낱장으로 버려졌다면 그저 쓰레기가 되었을 텐데.. 참 다행이란 생각을 했어요. 덕분에 독자인 전 어리고 예쁜 소녀의 감성들을 통해 딸 아이의 생각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됐거든요.


초반에 써진 시들도 좋지만 그보단 아무런 형식도 없이 써 내려간 서윤이의 일기같은 산문들이 더 마음에 와 닿았어요. '줏대 없이 그저 긴 산문 형식으로 쓰는 내 스타일' 이라는 표현이 아주 적절한 그 글들속엔 주로 서윤이의 고민들이 담겨 있었어요. 그저 나 힘들어요. 나 지금 아파요가 아닌 예쁜 표현들을 한가득 품은 글들이 유독 머릿속에 오래 남아 있네요.


2020년 1월 8일

시작에 날짜는 없다.

시작하기로 마음먹는 날이 당신만의 새로운

날짜다. (195쪽)

마치 명언처럼 느껴지는 서윤이의 마지막 글! 이 글을 끝으로 서윤이의 첫번째 시집이 끝이나요. 물론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와 책을 마감하며 쓴 글이 등장하지만 불과 한달여 지난 서윤이의 마지막 글은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더라고요. 점점 엄마의 입장이 되어 읽게 되는 서윤이의 시들은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마음에 차곡차곡 쌓이는 듯 했어요. 또래의 딸 아이도 이 시집을 통해 느끼는게 많을 듯 해요. 조금 더 성장한 서윤이의 다음 책이 무척 기대되요. 성장한 서윤이의 글들 속엔 또 어떤 감성들이 잔뜩 담기게 될지 기다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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