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떠나다 - 행복한 고교자퇴생의 일상, 개정판
버선버섯 글.그림 / 숨쉬는책공장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행복한 고교자퇴생의 일상


학교를 떠나다

해맑은 얼굴로 교무실을 향하는 버선버섯. 어디가냐 묻는 친구에게 자퇴하러! 간다며 답하고, 상담하러 왔냐 묻는 선생님께 자퇴하러 왔다 당당하게 말하는 고등학교 1학년 생이다. 자퇴라는 단어에 반응하는 선생님과 친구들의 반응은 늘 놀랍다는 한결같은 반응뿐이고, 신기한 듯 바라 볼 뿐이다. 마치 사람 솎에 섞인 외계인을 바라보는 듯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 아마도 그 속에 내가 섞여 있었다면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 싶다. 왜냐면, 나에게도 자퇴를 꿈꾸는 고등학교 1학년 딸 아이가 있기에...





버선버섯은 자퇴를 유치원 때부터 생각해왔다 이야기한다. 유치원에 안가면 안되냐는 버선버섯의 질문에 아버지는 "유치원은 가야지~" 라고 답을 한다. 초등학생이 되어 버선버섯은 다시한번 학교에 안가면 안되냐고 묻는다. 이번엔 엄마가 답을 한다. "초등학교는 나와야지." 이후 중학생이 된 버선버섯은 다시한번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고 말을 하고, 이에 엄마는 "중학교까지만이라도 참고 다녀 보자." 라고 말을 한다.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엄마의 답변은 버선버섯에겐 하나의 희망으로 다가온다. 중학교만 다니면 그만 다녀도 될거같은 자신만의 꿈을 꾸는 버선버섯. 하지만 중학교 졸업장을 들고 부모님께 간 버선버섯은 다시한번 좌절을 하게 된다. "고등학교까지만이라도 다녀 보는 건....." 이라며 말끝을 흐리는 엄마, 구구절절 이유를 붙여 버선버섯을 이해시키려 엄마. 이에 버선버섯은 두달만 다녀보겠다 이야기를 한다.


이 책의 시작은 그 두달후의 이야기이다. 결국 버선버섯은 부모님의 동의를 얻어 자퇴를 하게된다. 이에 놀란 친구들과 선생님을 뒤로한 채 해맑게 웃으며 집으로 돌아온 버선버섯은 자퇴계획표를 떠올리며 의욕에 불타 오른다. 하지만 그 시간도 오래가지 않았다. 자율적으로 하루 일과를 결정해야하는 버선버섯은 이내 어려움을 느끼게 되고, 그와 함께 주변에서 '요즘 아이들은 끈기가~ ' 라며 이어지는 뒷담화들에 귀가 트이기 시작한다. 친구들 공부하는 시간 자신은 자유롭다는 생각도 잠시 혼자라는 불안감에 힘들어 하기도 하고, 주변의 시선에 무게감을 느끼게된다.


가벼운 그림들로 버선버섯의 자퇴 이후의 이야기가 그려지는데, 그 무게감은 엄청나게 느껴진다. 작가가 느꼈을 당시의 무게감을 떠올리니 그 무게에 나의 삐뚫어진 시선의 무게도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자퇴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날 문득 심각한 얼굴을 하며 다가온 딸 아이가 자퇴라는 말을 꺼냈을때, 세상이 무너지는 듯 했고, 버선버섯의 부모처럼 아이를 구슬려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말들은 오래가지 못했고, 일주일도 안되 딸 아이는 다시한번 나에게 자퇴 이야기를 꺼냈다. 이후 난 자퇴를 한 후 일상을 보내는 또래 친구들의 책을 찾아보기도 하고, 홈스쿨링을 한다는 여느집 아이들의 책도 찾아보곤 했다. 그 과정속에서 자퇴에 대한 부정적 생각들은 조금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이렇다할 결정은 내리지 못했다.


여전히 난 아이와 자퇴를 고민한다. 그런 과정속이라 그런지 책의 무게감은 남들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그런 한편 자퇴 이후 자신의 삶을 스스로 컨트롤 하며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는 즐거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버선버섯이 고맙게 느껴졌다. 책에 등장하는 버선버섯의 부모처럼 함께 학교에 찾아가 자퇴서에 싸인을 해줄 용기가 없어서 딸 아이에게 아직 이 책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더 늦기전에 좀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 후 아이의 생각들을 들어봐야겠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자퇴를 한다면 앞으로 어떤 일상을 보내고 싶은건지, 어떤 계획들이 머릿속에 들어있는지 많은 이야기를 나눈 후 아이에게 더 유익한 방향으로 결정을 내려야겠다. 어떤 결정을 내려도 후회는 하겠지만 어떤 결정이 아이에게 좋을지를 먼저 생각하며 더이상 아이와의 대화를 미루지 말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