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은 뒤에 네가 해야 할 일들 - 엄마가 딸에게 남기는 삶의 처방전 에프 그래픽 컬렉션
수지 홉킨스 지음, 할리 베이트먼 그림,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엄마가 딸에게 남기는 웃음과 눈물의 인생 매뉴얼!


내가 죽은 뒤에 네가 해야 할 일들

아이들 동화책인 듯 얇고 재미나게 그려진 삽화가 가득한 책이지만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한 책이다. 그것도 아주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이런 상황들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찔끔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책이었으며, 나의 부모가 늙어감과, 내가 늙어감에 대해 깊이있게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었다. 나의 부모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난 어떤 일들을 해야할지 미리 생각해봄으로써 좀더 의연하게 부모의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이 책의 시작은 어느날 문득 이었다. 할리 베이트먼의 나이 22~3살 이었던 어느날, 엄마가 언젠가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가이 슬며시 찾아왔고, 몇날 몇일을 적극적으로 고민을 하던 중 결국 울음이 났다고 한다. 결국 할리는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엄마에게 한가지 부탁을 하게된다. '엄마가 죽은 후에 내가 단계적으로 따를 수 있는 지침서' 를 하나 써 달라고. 할리의 엄마는 흥쾌히 이를 수락했고, 할리는 엄마의 글에 그림을 그려 한권의 책이 완성된다. 그렇게 완성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내가 죽는 그날은 아마도 이렇게 전개될 거야.' (3쪽) 이렇게 시작되는 글. 한장을 넘기면 전화가 울리고 딸이 전화를 받은 후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걸 말하게 된다. 그리고 또 전화가 울린 후 또다시 반복되는 딸의 대답. '이게 며칠간이고 계속될 수도 있어. 전화기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렴.'(5쪽) 단순해 보이는 시작이지만 나도모르게 가슴이 뭉클 거렸다. 할리의 엄마는 이런것 까지 예상하고 있구나... 


엄마가 죽은 후 첫째날, 엄마는 딸에게 '파히타 만들기' 를 제안한다. 구체적인 요리법과 함께 진한 위스키를 한잔 따라 마시라 말한다. 양파를 한무더기 썰어야 하는 요리이기에 자연스럽게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고, 맛있는 요리를 먹음으로써 마음이 조금이나마 안정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감정을 추스르기에 너무 이르기에 진한 위스키를 한잔 마시며 마음을 진정시키라 말하고 있는게 아닐까 싶다. 그냥 개인적인 생각이기에 엄마의 의도는 아직 잘 모르겠다. 둘째날, 셋째날, 넷째날, 이렇게 시작된 지침서엔 무려 20,000일 까지의 지침이 기록되있다. 딸이 죽는 날(?) 까지...


물론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들도 많지만 문득문득 마음이 뭉클해진다. 자연스럽게 딸에게 용기를 복돋워 주며, 가끔 엄마만의 레시피를 전해주기도 한다. 살아가면서 겪게 될 것들에 대해 미리 알려주는 듯 하면서도, 딸이 즐겁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한껏 느껴지는 책이었다. 나라면 과연 내 죽음 이후에 대해 이렇듯 유쾌하게 글을 쓸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죽음이라는 조금은 무거운 주제이지만 이렇듯 유쾌하게 다룰 수도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책을 통해 참 많은 생각들을 하며 현재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다스려 볼 수 있었지만, 그래도 부모님의 죽음을 떠올리면 슬퍼지는건 아직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싶다. 좀더 오래 내 곁에 머물렀으면 하는 바램이 더 큰건 나뿐만이 아닐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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