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와 꿀벌과 나
메러디스 메이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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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입은 소녀와 양봉가 할아버지, 그리고 신비로운 '꿀벌' 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


할아버지와 꿀벌과 나

다섯 살 메러디스는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식사시간 늘 그렇듯 엄마와 아빠는 싸우기 시작했고, 자리를 피해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잠이 든 메러디스는 방문이 열리는 큰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을 뿐이었다. 엄마가 메러디스에게 준비를 하라며 주어진 시간은 5분이었고, 다시 방으로 돌아온 엄마의 등엔 잠에 취한듯한 동생이 엎혀있었다. 온가족이 함께 공항에 도착 했지만 아빠는 메러디스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그제서야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지만 어린 메러디스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메러디스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아빠와 작별인사를 나눠야 했고,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살고계신 작은 집에 도착했다.


이후 엄마는 우울감에 갖혀 버렸다. 마치 부모의 역할을 잊어버린 듯 이불속에 파묻혀 지냈다. 메러디스는 엄마앞에서 아빠 얘기를 할 수 없었다. 엄마 아빠의 이혼이 어린 메러디스에게 얼마나 충격적인 일일지 책을 읽는 독자들은 모두 알고 있겠지만 메러디스의 엄마는 그렇지 못했던 듯 하다. 모든걸 손에서 놔버린 엄마에게 메러디스와 동생은 보살핌을 받을 수 없었고, 할머니 역시 엄마편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가족관계... 다섯 살 메러디스가 마치 성인인 듯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모습을 떠올려 보면 그저 가슴이 아플 뿐이다.


다행히도 메러디스에게는 벌을 키우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늦은 나이 재혼을 한 할머니의 새로운 남편인 할아버지는 강압적인 할머니의 성격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성격의 소유자였다. 할머니의 모든 성격을 받아 줄 만큼 너그러운 할아버지는 메러디스에게 다정했다. 메러디스의 눈에 보이는 할아버지의 세상은 너무도 따뜻했으며, 할아버지 주변을 멤도는 꿀벌들과 할아버지의 유쾌함은 메러디스에겐 좋은 영향을 주었다. 메러디스는 자연스럽게 꿀벌에 애착이 생기기 시작했고, 꿀벌을 관찰하며 꿀벌의 세상을 통해 더욱 많은걸 배워가기 시작한다. 여왕벌을 중심으로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꿀벌! 난 그저 사람에게 침을 쏴대는 무서운 곤충이라 생각했던 나의 생각이 틀렸음을 이제서야 조금 알게 됐다.


냉랭하게만 보였던 메러디스의 엄마의 상황들은 뒤늦게야 모든걸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어린시절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된 엄마, 그런 엄마를 지켜봤던 할머니. 그랬기에 그 누구보다 안타까워하며 엄마만을 바라본 할머니.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이상한 가족관계의 엉켜버린 실이 풀려버린 듯 모든 상황들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 했다. 그래도 조금만 따뜻한 사람이었더라면 메러디스 역시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아도 됐을텐데...


따뜻한 소설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이 책은 주인공의 이름과 작가의 이름이 같다. 책의 띠지에도 써있듯 이 책은 작가 자신의  경험을 기록한 회고록이다. 누구보다 특별한 어린시절을 보낸 한 여성의 소설같은 삶이 담긴 너무도 멋진 책을 만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 책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고,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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