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북스] 만 권의 기억 데이터에서 너에게 어울리는 딱 한 권을 추천해줄게

만 권의 기억 데이터에서 너에게 어울리는 딱 한 권을 추천해줄게 - 책을 무기로 나만의 여행을 떠난 도쿄 서점원의 1년
하나다 나나코 지음, 구수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9월

"책이 아니라면 이 모든 게 가능했을까?"

「만 권의 기억 데이터에서 너에게 어울리는 딱 한 권을 추천해줄게」

제목에 이끌려 책을 읽는 내내 소설이라 생각했다. 책을 다 읽은 후 후기를 읽으며 뭐지? 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고, 주인공으로 등장하던 나나코와 작가의 이름이 같다는 걸 그제서야 발견하게 됐다. 아! 실제 경험담이구나! 경험담이란걸 알게된 순간 이 책이 너무 달라보였다. 작가의 대단함이 느껴진다고 해야하나? 누군가에게 책을 추천한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기에 그 대단함이 더욱 크게 보인듯 하다.

서적과 잡화를 파는 서점인 '빌리지 뱅가드' 에서 12년을 일한 후, 소규모 서점의 점장을 거쳐 현재도 여성을 위한 책방의 점장으로 일하고 있는 나나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책에 파 묻혀 산 사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그런 그녀가 만남사이트를 통해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책을 추천해주기 시작했다. 첫 만남은 불순한 의도가 가득한 사람이었다. 두번째 만남도 썩 좋지 못했다. 그녀에게 프로필을 바꿔보라는 제안을 해주거나 좋은 느낌으로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추천해줬던 좋은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녀의 괴로운 기억속에 강하게 남은 한 사람은 자신과 그녀를 주인공으로 포르노 소설을 써서 보내줬던 후지사와씨 였다.

70여명의 사람들과 만났고, 여전히 연락을 주고 받으며 친분을 쌓고있는 사람도 있다. 카페 이벤트를 통해 책과 관련된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하고, 함께 모여 게임도 하며 재미난 일상을 보내게 된 그녀의 주변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한때는 동네 친구 한명 없던 그녀의 모습을 이젠 떠올려 볼 수 없게 되었다.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꺼렸던 소심했던 과거와는 달리 낯선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대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을만큼 대범함이 생겼고, 낯선 사람들에 대한 벽도 허물어 졌다. 덕분에 그녀는 SNS를 통해 젊은 시절부터 동경해왔던 가케쇼보 서점의 야마시타 점장님과의 만남도 성사시킬 수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자신의 경험담을 책으로 써낸 그녀의 삶이 왠지 모르게 부러워진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뭘까? 라는 질문에 난 여전히 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기에 그 부러움은 더욱 커진다. 배우고싶고, 경험해 보고 싶은 것들이 여전히 너무 많은 철없는 나에게도 언젠가 가슴이 쿵쾅거릴만큼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