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 사라지지 않는 노래

사라지지 않는 노래 ㅣ 에프 영 어덜트 컬렉션
배봉기 지음 / F(에프) / 2019년 10월

이스터섬의 미스터리 모아이 석상.

「사라지지 않는 노래」

이 소설은 하나의 기록에서 시작되었다. 기록은 무려 100여 년 전에 작성된 것이었다. 이 기록은 발견자들에 의해 '이스터섬' 으로 명명된 태평양의 한 섬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섬엔 엄청난 규모와 수량의 모아이 석상이 건립되어 있고, 모아이 석상의 건립에 대한 미스터리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 기록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슬픈 소설책 한권이 완성되었다.

너무도 평화로웠던 한 섬에 거대한 배 세척이 등장한다. '노래하는 분' 이라 불리는 족장이자 사제인 그는 이방인의 등장이 반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문명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던 평화로운 그들의 섬에 배가 나타나기 시작한건 100여년 전 이었다. 첫번째 배는 그저 물과 양식을 얻고 자신들의 물건을 내어주고 그 섬을 조용히 떠났다. 하지만 세 번째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주민들이 배에 다가서자 이방인들은 위협을 받는거라 생각했고, 이방인들은 총과 칼로 그들에 맞선다. 다섯이 죽고 일곱이 다친 후 주민들에겐 경계심이 생겼고, 네번째 배가 등장했을 때 대부분의 주민들은 섬 안쪽으로 도망친다. 이렇듯 그들의 섬에 도착한 이방인들은 매번 다른 양상을 보였고 그들에게 상처를 남기기도 하고, 그들에게 선물을 남겨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도착한 일곱번째 배는 이전의 배와는 다름이 느껴진다. 섬의 주민들을 회유하려는 의도가 다분한 그들의 행동! 굶주린 주민들을 현혹시키는 고기냄새와 그들이 좋아하는 물건을 잔뜩 보여주는 그들!

족장은 이방인들이 떠나길 기다리며 주민들의 단결력을 높이기 위해 구송회를 하기로 한 당일! 이전과는 달리 제자들의 목소리에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 구송을 하는 사제들의 목소리 역시 뿔뿔이 흝어지는 듯 느껴졌고, 눈을 감고있는 사이 고기 냄새에 이끌려 해안가를 향하는 사람들의 수도 늘어나 있었다. 그들을 말리기 위해 족장과 사제들은 해안가를 향하고, 배의 주인으로 보이는 자와 그의 통역을 맡은 같은 부족의 사람은 족장에게 친근감을 표시하려 하지만 족장은 그들의 허리에 찬 칼과 총을 보며 더 큰 불안감을 느낀다.

우리는 이리 들었노라 (59쪽)

구송이 시작되고 섬의 역사와 모아이 석상이 만들어진 과거의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자연을 아끼고 욕심부리지 않는 평화로운 섬엔 제비갈매기족이 살고 있었다. 먹을만큼의 동물만 사냥했고, 필요한 만큼의 열매만을 취득했으며, 바다낚시 역시 욕심부리지 않던 제비갈매기족에게 변화가 시작된건 회색늑대족의 등장에서부터였다. 낚시하기 딱 좋은 날이었던 그날 '정신 차리고 걸어' 라는 이름을 받은 젊은 부족민은 낚시줄에 걸린 참다랑어에 욕심을 내고, 낚시에 정신이 팔린 사이 노를 잃게 된다. 참다랑어를 잡게된 후 자신이 다른사람들과 멀리떨어졌음을 알게 되지만 다음날이면 자신의 부족민들과 만나게 될거란 생각에 유유자적 하던 그의 앞에 커다란 배 세척이 다가오고 다른 부족을 피해 도망치던 회색늑대족은 정신 차리고 걸어를 따라가면 땅을 밟을 수 있을거란 생각에 그를 쫓는다. 그렇게 제비갈매기족의 땅을 밟게된 그들은 자신들을 너무 따뜻하게 맞아주는 그들에게 감사함을 느꼈고, 자신이 살던곳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 제비갈매기족의 섬에 정착하게 된다. 하지만 누군가를 지배하거나 지배를 당하던 삶에 익숙한 그들은 결국 제비갈매기족을 등지는 행동을 하게되고, 제비갈매기족의 제재에 이를갈던 어느날 폭력성을 드러내며 제비갈매기족을 무참히 살해한다. 이후 죽고 죽이는 관계속에 작은 변화를 불러오는 인물이 등장하고 '큰 노래' 라 불리는 인물의 노래를 통해 부족민들은 다시 하나가 된다.

과거 이 과정속에 모아이 석상이 만들어졌고, 현재 그당시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모아이 석상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하던 족장! 그리고 그들의 앞에 나타난 일곱번째 배! 이제는 사라져 버린 그들의 언어와 역사! 도대체 왜 그들의 역사와 언어가 사라져야만 했던건지... 하나하나 알아 갈 수록 나의 안타까움은 커져만 간다. 책이 시작되고 덮는 순간까지 단 한순간도 책을 덮을 수 없었다. 이시트섬과 모아이 석상의 비밀을 알고싶다면 꼭 한번 읽어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