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규네 홈스쿨 - <영재발굴단> 꼬마 로봇공학자의 성장보고서
김지현 지음 / 진서원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길 잃은 부모들을 위한 가장 강렬한 텍스트!'


준규네 홈스쿨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이유는 나의 두 아이들 중 큰 아이의 고민 덕분이었다. 너무도 순수한 딸 아이는 학업성적이 눈에 띄게 좋은 아니는 아니지만 공교육의 틀을 잘 따라가는 모범적인 아이였다. 이사로 인해 전학을 가야했던 5학년 잠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무사히 잘 적응하는 아이를 보며 안도의 함숨을 내쉬기도 했었다. 누구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위해 어느정도 시간이 걸리는거라 생각했었기에 아이의 힘든 시간을 크게 신경쓰진 않았다. 중학생이 되어서도 친구들을 사귀는데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누구나 거치는 과정이라 생각했다. 다행히도 딸 아이는 중학교 3년을 무사히 마친 후 자신이 원하는 고등학교에 입학을 했고, 나의 고민의 시작은 이때부터였다.


8시 10분 등교해 10시가 넘어 집에 돌아오는 하루 일과를 힘겨워 하기 시작한 딸 아이는 모든 것들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 했다. 죽고 못살것 같았던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삐거덕 거리는 잡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자율학습임에도 이 학습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딸 아이의 말에 돌아온 담임 선생님의 대답은 '민폐' 라는 말이었으며,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술 선생님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은 후 아이의 상황은 점점 더 나빠져만 갔다. 그럴수록 나의 고민은 커져만 갔고, 이내 딸 아이는 자퇴라는 단어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예술고, 인문고, 실업고 사이에서 고등학교를 고민하던 당시 아이와 많은 대화 끝에 아이의 선택에 따라 인문고를 선택을 했다. 하지만 그런 아이를 보며 내심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시간적으로 타이트함을 느끼게 되면 누구보다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였기에 걱정스러움이 컸지만 내심 욕심이란게 생겼고, 아이의 의견을 따르는 척 난 내 욕심을 채웠다. 이후 6개월의 학교 생활을 하는 동안 아이는 조금 힘든 시간을 보냈고, 이전보다 더 많은 대화를 통해 현재는 자신이 노력해 볼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해본 후 그래도 자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때는 아이의 뜻에 따르겠다는 결론을 냈다. 단 자퇴를 결심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려 할 때에는 나를 설득할 수 있는 아이만의 계획표를 나에게 보여달라 말을 했다.


아이도 고민중이겠지만 나 역시 다양한 대안들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여러종류의 책을 읽고, 정보를 수집하고, 대안학교를 고민하고, 홈스쿨링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중학교 졸업 후 6개월간 세계여행을 다녀왔다는 딸아이 또래의 학생이 쓴 책을 읽으며 내 아이의 여행 계획을 고민해봤으며, 다양한 사이트에 접속해 홈스쿨의 장점과 단점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래도 여전히 불안함은 가시질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난 아이가 학교에서 정규 수업을 받으며 평범한 일상을 보낼때에도 늘 아이의 미래에 대한 고민들로 불안해 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어린시절부터 남달라 보이는 준규의 학교생활은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어긋나기 시작했다. 오랜 고민끝에 홈스쿨을 시작하게 된 준규는 행복했지만 그런 준규를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또한 주변의 시선 역시 고정관념을 벗어나지 못했다. 다행히도 홈스쿨을 시작한 준규의 행복함을 이해해준 아주머니의 예쁜 말 덕분에 첫 자랑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지만 이후 소개되는 어르신들의 한마디는 어린 준규에게 상처가 됐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에서 열까지 온 가족이 고민하며 계획을 짜고, 잘못된 부분들을 수정하고, 도전하고, 실패하는 과정들이 어느것 하나 쉬워보이지 않았다. 계획대로 진행되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도 했지만 때론 하루 일과를 잊은 채 종이접기의 매력이 푹 빠지기도 하고, 총만들기 작업을 하기위해 온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엄마의 인내심을 테스트하기도 했다. 다행히도 엄마는 준규의 이런 모든걸 이해할 수 있을만큼의 인내심이 있었다. 또한 준규의 느림을 기다려줄줄 아는 엄마였다. 그렇기에 준규가 자신이 원하는 엉뚱한 모든것들을 시도해볼 수 있었던게 아닐까 싶다.


돈을 좋아하는 준규가 돈을 벌기 위해 했던 준규의 도전은 때론 실패를 하기도 하고 성공의 기쁨을 안겨주기도 했는데, 가장 대단해 보였던건 100만원짜리 로봇키트를 사기위한 준규의 도전이었다. 이정도야 부모가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사줄 수 있는 금액의 키트였지만 준규는 자신의 힘으로 돈을 모으기 시작했고, 1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성공했다. 그렇게 장만한 로봇키트는 그 어떤 소장품보다 더 소중하고 애틋함이 묻어나는 물건이 되었다.


부모의 도움이 있었다면 더 쉽게 성공할수도 있었겠지만 한편으로 도중에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준규의 도전들이 모두 성공한건 아니었지만 실패마저도 준규에겐 큰 경험이 되었다. 6개월 여행을 떠났던 소녀의 결정을 보며 감탄을 했었는데, 홈스쿨을 선택하고 실천하는 준규의 모습에도 감탄이 절로 나왔다. 자기 삶을 자신들의 의지대로 이끌어 가는 아이들의 선택과 고정관념에서 당당히 벗어나 한발 내딛을 수 있는 용기가 그저 부럽기만 하다.


문득 딸 아이가 홈스쿨 계획표를 들이밀며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말을 한다면 난 어떤 반응을 보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아이의 뜻을 존중하며 아이의 선택을 따를지 아니면 나름 꼬투리를(?) 잡아 그만두면 안되는 이유들을 일장연설을 할지 아직도 모르겠다. 누구나 다 가는 그런 평범한 길을 간다면 아이도 나는 편하겠지만 아이의 행복은 보장할 수 없기에 나 역시 여전히 아이의 상황을 지켜보며 고민중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준규 엄마만큼 아이를 느긋하게 봐줄 수 있는 진득함이 나에게 있을지 의문이지만 그저 아이의 행복만을 바란다면 아이의 생각에 긍정의 한표를 보내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긍정의 한표는 이 책 덕분에 생긴듯 하다.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준규의 이 영특함이 더욱 발전하길 바란다. 정규교육을 받게되더라도 아이의 빛남이 꺼지지 않기를 바라며, 준규의 행복감이 하루하루 커질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 로봇공학자가 되어 자신이 원하는 로봇을 만들 수 있는 그날까지 화이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