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일 년만 놀겠습니다 - 범생이 은재는 왜 학교를 떠났을까? 나의 한 글자 4
이은재 지음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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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짝 물러서니 더 많은 것이 보였다. 열일곱 은재 행복을 발견하다


딱 일 년만 놀겠습니다

최근 딸 아이가 사춘기와 더해진 학업스트레스로 인해 자퇴라는 단어를 자주 입에 올리곤 했다. 방치하고만 있을 수 없어 많은 대화를 시도해보고, 아이가 학교가 아닌 홈스쿨링을 도전해보면 어떨까를 고민했다. 일반 고등학교가 아닌 대안학교를 떠올려보기도 하고, 덴마크를 떠올리며 1년의 휴식기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를 생각했다. 당장 눈앞에 둔 방학 한달만이라도 내가 살고있는 이 지역을 벗어나 생활해 보면 어떨까를 고민했다. 너무 바르게 커온 딸 이기에 느닷없이 찾아온 아이의 방황은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그러던 중 이 책을 만났다. 나의 딸 아이와 한살밖에 차이나지 않는 소녀인 은재는 마치 나의 딸 아이인듯 느껴졌다. 학업스트레스와 부족한 체력, 공부에 대한 욕심으로 인한 압박감을 느끼는 것 까지 마치 나의 딸 아이를 보는듯 했다. 그런 중3 소녀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남들처럼 평범한 고등학교 진학이 아닌 일년의 휴식기간을 선택했다. 딱 일 년만 놀겠다며 6개월의 세계여행과 6개월의 자기자신을 찾는 자유시간을 갖기로 결정했다. 평범함을 벗어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결심이라 느껴졌는데, 알찬 계획까지 짜는 은재를 보며 부럽기도하고 걱정스럽기도 했다. 2018년 3월 18일 일요일. 드디어 은재가 출국하는 날이 다가왔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6개월의 여행의 시작날 은재의 표정은 생각보다 밝아 보였다. '하반하 세계여행 학교' 를 통해 시작된 은재의 여행, 6개월 후 은재의 모습에 기대감이 생긴다.


하반하 세계여행 학교는 단순히 여행만 하는 그런 단체가 아니었다. 매일 일기 쓰기는 기본, 매일 영어 단어를 외우고 간단한 테스트를 본다. 영어회화, 세계사, 오카리나 수업도 있으며, 창작시간과 연극, 마임을 짜거나 동영상 제작을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일반 학교처럼 시험을 보고 성적으로 평가를 하는 대신 매주 자신이 한 활동을 정리해 그 결과에 합당한 용돈을 받는 '정산 제도' 가 있다. 시작은 모두 같은 0 이지만 한달이면 부자와 빚쟁이로 나뉘는 빈부 격차가 심한 곳이라고 한다.


매 끼니를 만들어 먹어야 하며, 자기 옷은 손수 빨아야 한다. 숙소 이동에는 자동차가 아닌 도보를 이용하며, 여행용 캐리어가 아닌 자신의 몸집만한 큰 배낭과 작은 배낭을 메고 다닌다. 은재가 대한민국을 떠날 당시 배낭의 무게는 15kg 이었으며, 이로인해 한참이나 고생을 해야 했다고 한다. 모자람보다는 넘치는게(?) 마음이 편해 가득 담아온 배낭의 짐들!! 얼마 후 배낭을 비우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것을 선물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가 성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엄청난 저질 체력으로 인해 가방을 메는 것 조차 힘겨워 했던 은재는 손수 밥을 지어먹고, 할당량의 일을 해내고, 다함께 하는 운동을 조금은 느리게 완수하며, 아주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았으며, 목표한 바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남들보다 느리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은 무척이나 대견스러웠다.


6개월의 여행 후 한국으로 돌아와 남은 6개월을 보내는 은재의 모습은 무척이나 의젓했으며,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하는 모습들은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엄친딸의 모습인듯 느껴졌다. 매일 수영과 근력운동을 하고, 성인들만 배울 수 있는 한자반에 당당히 들어가 공부를 하고, 다시 학교로 복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은 여행을 떠나기 전 무기력했던 은재의 모습을 떠올릴 수 없었다.


은재는 일년의 갭 이어의 시간을 통해 자신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그것도 무척이나 좋은 모습으로. 문득 나의 아이들에게도 자신을 돌아보며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지 돌아볼 수 있었던 은재의 일년이 나의 두 아이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거라 생각된다. 물론 엄청난 결심을 하고 결정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자신에게도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 말을 한다면 나 역시 과감히 아이의 선택을 따르고 싶다.


아이들에게 일독을 권한 후 좀더 깊이 있게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 과연 아이들의 머릿속엔 어떤 생각들이 가득한지, 어떤 고민들로 힘들어 하고 있는지, 이번기회를 통해 아이들을 좀더 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단순히 학교가 싫어 떠나겠다는 방황이 아닌, 자신을 돌아보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면 한번쯤 틀에박힌 생활에서 벗어나도 되지 않을까 싶다. 본인들의 인생을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아이들에게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긍정의 표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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