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독임북스] 누가 내 말 좀 들어줘

누가 내 말 좀 들어줘
앰버 스미스 지음, 이연지 옮김 / 다독임북스 / 2019년 7월

그날 밤, 이든의 작은 세계는 힘없이 부서져 버렸다.

「누가 내 말 좀 들어줘」

책의 표지만 봤을땐 그저 청소년 문고라는 생각했다. 성장기에 할만한 고민들로 가득한 아이들의 이야기 정도를 떠올리며 책 소개글을 읽었다. 하지만 표지와는 달리 무게감 있는 이야기를 담고있는 책이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지만 누구에게도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성폭력'. 두 아이를 둔 부모이기에 더욱 예민하게 받아들여지는 그런 이야기였다.

열여섯 이든은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할 줄 아는 소녀였다. 그날밤 그일이 있기 전까지... 이든에게 그일이 벌어지기 전까지 평소와 같은 평범한 날들 이었다. 모두가 잠든 밤 잠그지 않은 방문을 열고 케빈(오빠친구)이 들어왔고, 무슨일이 벌어진건지 인식하기도 전 모든일은 끝이났다. 너무놀란 이든은 소리를 지를수도 없었고,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었다. 그만큼 충격이 컸기에.

아침! 난장판이 된 방으로 들어온 엄마에게 힘겹게 말을 꺼내려 하지만 엄마가 먼저 선수를 치고 만다. 단순히 자다 생리가 터진거라 생각한 엄마는 괜찮다며 이든을 달랜 후 모든 흔적을 눈앞에서 치워버린다. 결국 이든은 밤새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꿈이라며 사실이 아니라며 현실을 부정한다. 그렇게 이든은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한다.

학교 내에서도 친구가 많지 않은 이든. 누군가 화장실에 자신을 험담하는 글을 쓰는걸 보게되고, 케빈의 동생인 아만다라는 걸 알게 된다. 안좋은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이든은 조금씩 소문대로 변해가고, 이든의 세상은 조금씩 삐뚫어져간다. 마치 처음부터 못된년(?) 이었던 듯 행동하는 이든. 이든을 좋아하는 사람들 조차 이든의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들에 힘겨워하고, 점점 주변에서 사람들은 멀어져간다. 그리고 늘어가는 이든의 원나잇 상대들.

순진한 소녀였다. 한때 케빈을 좋아했던 너무도 순수한 소녀였다. 하지만 이든은 그날 이후 점점 소문처럼 변해간다. 그런 이든의 모습을 보며 몹시 불안했다. 아프다고, 도와달라고 신호를 보내는듯한 모습들을 알아봐주지 못하는 그녀의 부모들이 원망스러웠으며, 동생의 상황도 모른채 절친인 케빈을 맹신(?)하는 오빠역시 세상에서 가장 못된사람인 듯 느껴졌다. 이든의 곁에 있는 누구라도 빨리 이든의 상황을 알아채주길 간절히 바랬다. 제발 이든의 입에서 먼저 그런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알아주길 바랬다.

실제 이런 성폭력 범죄는 모르는 사람들이 아닌 주변 인물들로부터 당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평소엔 그저 평범한 지인일 뿐인 누군가가 하루아침에 자신을 성폭행한 가해자로 돌변해 버리는 것이다. 성인이 감당하기에도 벅찬 일이 이제 열여섯밖에 안된 소녀 이든에게 벌어진 것이다. 나로썬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을 이겨내기위해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이든. 하지만 누구에게도 쉽게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 삭혀야 했던 3년이라는 시간. 그 시간은 이든에겐 너무도 힘겹고 외롭고 고된 나날들이었을 것이다.

소설속 픽션이 아닌 현실에서도 이런일들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현재도 혼자 끙끙 거리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누군가가 있을 거라 생각하니 마음 한켠이 편치 않았다. 자신들의 잘못이 아님에도 마치 죄인인냥 말하지 못하는 이든과 같은 아이들... 도움이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말라는 작가의 말처럼, 그들이 스스로 도움을 청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