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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죽고 싶으면 죽어도 돼 - 딸의 이 한마디로 나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
기시다 히로미 지음, 박진희 옮김 / 리즈앤북 / 2019년 5월
평점 :
딸의 이 한마디로 나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
「엄마, 죽고 싶으면 죽어도 돼」
제목만 본다면 뭐 이런 자식이 다 있나 싶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핑크빛이 감도는 표지와 웃음짓는 엄마와 딸의 모습을 보는 순간 제목과는 다른 반전이 숨어 있구나 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남편에게 프러포즈를 받고 1년 반 만에 회사를 그만 둔 기시다 히로미는 퇴사한 지 1년 후 큰딸 나미를 출산한다. 남편의 외모를 찍어나온 듯 꼭 닮은 여자아이인 나미는 부부에게 행복한 나날들을 선물해주었다. 스물세살 남들보다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되어 힘든 일도 많았지만 고생을 날려버릴만큼 행복한 나날이었다.
4년 후. 둘째 료타가 태어났다. 료타는 태어나기 두 달 전 기시다 히로미는 절박유산의 위험 때문에 누운 채 생활을 해야만 했다. 친정엄마와 시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둘째를 출산하던 날 분만실에 우렁찬 울음소리가 울려퍼지고 구원받은듯한 기분은 느끼는 기시다 히로미와는 달리 분만실의 분위기가 이상함을 느끼게 된다. 나미를 출산했을때 받았든 축하인사와는 다른 "남자아이예요" 라는 짧은 한마디...
불안감은 현실이 되었다. 1천 명 중 한 명꼴로 태어난다는 다운증후군 장애 판정을 받게된 료타. 보통 아이들처럼 말하거나 공부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아이, 심장병 같은 합병증이 있는 경우도 많아 누워 지내야만 할 수도 있다는 청천벽력같은 말을 듣게된 기시다 부부. 그 어떤말도 부부에겐 위로가 되지 못했고 료타의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한채 우울감을 커져만 간다. 남편에게 하소연을 반복하던 어느날 기시다는 료타랑 둘이서 없어져 버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남편은 기시다씨가 상상하지 못한 한마디를 건넨다.
"그렇게 힘들면 키우지 않아도 돼. 시설에 맡기는 방법도 있으니까. 꼭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법도 없잖아." (43쪽)
상상도 하지 못했던 말을 건네는 남편. 자신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늘 기시다씨의 편이 되어준 남편은 료타를 키우는 내내 큰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하지만 그 삶도 그닥 오래 가지 못했다. 2005년 서른아홉이라는 젊은 나이의 남편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고, 3년 후 기시다씨의 나이 마흔이 되었을 때 '대동맥해리' 진단을 받게되고, 무사히 수술을 하게 된다. 생명을 건질 수 있는 확률은 20퍼센트 미만! 고등학교 2학년생인 큰딸의 결정과 함께 시작된 수술은 다행히 기시다씨의 목숨을 살렸다. 하지만 그녀에겐 하반신 마비라는 또다른 고통이 남겨진다. 흉수손상에 의한 양쪽 하지기능전폐, 신체장애자등급 1급.
끝이 보이지 않을거 같았던 그녀의 고통은 딸 나미의 한마디로 새롭게 시작되고, 이후 그녀의 행보는 크게 변화된다. 여태 힘들었던 모든것들을 보상받듯 그녀의 한걸음 한걸음은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의 힘으로 다가가고, 그녀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의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게 된다. 그 과정속엔 누구보다 당당하고 당찬 딸 나미가 함께였고, 누구보다 든든한 딸 덕분에 그녀는 죽지않아 다행이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2억 퍼센트 괜찮아' 가 현실이 된 순간! 감동의 순간 난 그녀에게 조용히 박수를 보냈다. 책을 통해 알게된 그녀의 한정적인 이야기들.. 하지만 이야기 사이사이 내가 미쳐 눈치 채지 못한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들의 고통을 난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난 그저 그녀가 장애라는 울타리에서 무너져 버리지 않고 당당히 그 울타리를 벗어났음을 축하할 뿐이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며 지루함에 투덜거렸던 내 자신이 참 복에겨웠음을 알게되고, 평범한 일상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내 스스로 걸어다닐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고, 좋아하는 걸 즐기수 있는 이 일상들이 그 무엇보다 소중함을 알게되니 흘러가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진다. 이런 감상들도 생각보다 오래가진 않겠지만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되새김질 하며 그녀가 앞으로도 쭉~ 꽃길만 갈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된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