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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해줄게
소재원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5월
평점 :
평범한 하루가 특별해졌다. 행복하게 해줄게......
「행복하게 해줄게」
책을 덮기 전 눈에 띤 한줄의 문장... '본 소설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픽션입니다.' 였다. 다른 책에서도 이런 문장을 많이 봤겠지만 유독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도대체 이런 삶을 산 사람이 누구지? 어디까지가 그 누군가가 살아온 삶이고 어디부터가 삶에 더해진 픽션이지? 한참이나 이런 생각들로 머릿속을 정리해보지만 그 여운이 참 길게 느껴진다.
만삭의 아내와 어린 아이의 아버지인 상진! 그는 몇달째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일주일만 기다려 달라는 사장의 말을 믿고 기다린지 6개월.. 그는 만삭의 아내와 함께 팀을이뤄 대리운전으로 생활을 이어 나간다. 하지만 출산일이 얼마 남지 않은 부인은 이제 함께 대리운전을 할 수 없게 되고, 남편은 전동퀵보드를 타고 다니며 홀로 대리운전을 한다. 그러던 중 한번의 뺑소니 사고는 그에게 적잖은 타격을 주게 되고, 무사히 그 시기를 버틴 그는 대리운전을 시작한지 이틀만에 또한번의 뺑소니 사고를 당하게 된다.
만삭의 아내는 돈을 벌 수 없는 상황이고, 남편은 뺑소니 사고로 인해 수술을 해야하는 상황. 당장 먹고 살 여유조차 없는 부부에게 수술비는 제법 큰 부담을 안겨주고, 그런 남편의 어머니는 마지막 남은 땅을 팔아 아들의 수술비를 마련해준다. 착하디 착한 부부에게 이렇듯 힘든일만 일어남에도 남편은 늘 아내를 향해 말을 한다. "행복하게 해줄게..."
누군가에게 모진소리 한번 하지 못했던 부부, 서로를 위해 선의의 거짓말을 하며 견뎌내던 부부. 하지만 부부는 늘 행복했고, 앞으로도 행복할거라 말한다. 아내는 남편의 수술 병간호를 하기 위해 만삭의 아이를 유도분만 하자는 의사의 제안을 거절하고, 10원이라도 벌어보겠다는 심정으로 부업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책은 남편의 시점, 아내의 시점, 우리의 시점으로 돌아가며 진행이 된다.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기에 부부가 너무 무르다는 생각이 한가득 들어 답답했다. 내 권리를 포기하면서 왜 감사하다 말을 하는지, 당연히 받아야 할 돈을 받으면서 왜 고맙다고 말을 하는지 세상 살이에 푹 찌든 난 부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다행히 안좋은일의 연속이던 부부에게 한줄기 빛이 비춰지기 시작한다. 노동청을 통해 밀린 월급을 받게되고, 남편을 친 뺑소니 범도 잡게 된다. 남편의 수술 경과도 좋았을 뿐만 아니라, 남편은 새로운 직장을 구할 수 있었다. 물론 직장에서 제시하는 조건이 마음에 든건 아니었지만 남편과 함께 일할 김과장이라는 사람 하나만큼은 정말 괜찮아 보였다. 더군다나 남편의 치료 기간을 기다려주며 두달 후 출근할 수 있게 해주었기에 그점에선 나름 괜찮아 보이는 곳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감수성이 갑작스럽게 풍부해진건지, 나의 팍팍한 삶이 부부보다는 그나마 나은 삶이라며 위안을 받아 그런건지 책이 끝나갈 즈음 나도모르게 한줄의 눈물이 뚝 흘러 내린다. 소설 속 부부가 고된 삶에 마침표를 찍은듯 해 감사해서 그런건지, 부부의 삶에 감정이 폭발한건지 알 순 없지만 썩 나쁘지 않은 결말에 그나마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책의 가장 마지막장인 '우리' 의 시점에서 주인공이 마치 나에게 말을 거는 듯 이야기가 진행되고 결국 난 폭풍같은 눈물을 흘려버렸다. "잘지내세요?" "건강은요? 괜찮으신가요?" "행복하신가요?" (212쪽) 많이 지치셨어요? 그래서 주저앉고 싶은신 건가요? 괜찮아요. 주저 앉는다고 해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요. (214쪽) 덕분에 나 자신이 큰 위로를 받았다. 이유없이 힘들었던 한주를 보상받은 듯 해 왠지모를 감사함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