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주머니] 후회병동

후회병동
가키야 미우 지음, 송경원 옮김 / 왼쪽주머니 / 2019년 5월

오늘만큼은 평온한 얼굴로 웃고 싶어요. 그 후회도, 그 선택도, 난 모두 잊었어요.

「후회병동」

표지속 홀로 서있는 여 의사가 이 책의 주인공인 듯 하다. 병동을 오가며 회진을 하던 중 보호자의 항의를 듣게 된다. "이 병원에 좀 제대로 된 의사가 없나요!" 이보다 더 의사의 자존심을 깍아내릴 말이 있을까 싶지만, 원인은 주인공이 한 말 때문 이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오해가 있었던 것 뿐 이었다. 무던히 노력함에도 공부만 했던 학창시절의 습관처럼 사람들과 말을 많이 섞지 못하는 그녀! 그렇기에 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오해하곤 한다. 그러던 어느날 루미코(여의사) 가 우연히 청진기를 줍게되고 이후 놀라운 일들이 벌어진다. 청진기를 통해 죽어가는 환자들의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고, 가장 후회스러운 과거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난조 지도리 (대배우) 의 딸이 죽어가고 있다. 모든걸 포기한 듯 말을 하지만 그녀의 진심은 살고싶다는 것 이었다. 청진기를 통해 들려오는 살고싶다는 바랩과 중학교 3학년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들. 중학생시절 연예계로 대뷔하고 싶어 했지만 배우생활을 하던 엄마는 이를 반대랬고, 딸은 그 일들을 몹시 후회하고 있었기에 루미코는 난조 지도리의 딸인 사토코를 데리고 과거로 돌아간다. 그리고 엄마의 마음을 그제서야 이해하게 된다. 

평생을 돈만 벌며 살아온 남자 이야기 역시 뭉클했다. 돈버는 기계처럼 가족을 위해 헌신을 했지만 그에게 다가온건 병이었고, 죽어가는 그의 곁에 있는 아내는 오로지 돈 걱정을 할 뿐이다. 그런 엄마곁에 있는 아무런 감정이 없음이 느껴지는 아이들까지. 과연 이 남자는 어떤 속마음을 숨겨놨을지, 가고자 하는 과거가 언제인지.. 이 외에도 여러편의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고구마를 먹은듯 답답함과 함께!

청진기를 통해 사람의 속마음을 알 수 있다면 과연 난 누구에게 그 청진기를 사용할까. 호스피스 병원에선 유익하게 사용할 수 있는 청진기겠지만 그 물건이 사회로 나온다면? 이라는 상상을 하니 왠지모를 소름끼침이 느껴진다. 뭔일이 터져도 터질거 같은.... 다행히도 과거를 다녀온 환자들은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 죽음을 좀더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책의 설정과는 달리 나의 가장 후회스러운 일을 되돌리고 싶은 과거로 딱 한번 돌아갈 수 있다면 (가서 돌아오지 않는 것!) 난 과연 언제로 돌아갈까? 단 한순간 그 선택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당시로 돌아가고 싶지만 그런 날이 떠오르진 않는다. 아무래도 나름 후회스럽지 않은 삶을 살아온 듯 하다. 

이전 책들도 참 재미나게 읽었기에 기대감이 컸다. 다행히 그 큰 기대감을 채워줄만큼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그렇기에 작가의 다음책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