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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고 살아내줘서 고마워
민슬비 지음 / 책들의정원 / 2019년 2월
평점 :
"아파도 괜찮다고, 아픈 당신의 모습까지 사랑한다고..."
「죽지 않고 살아내줘서 고마워」
얼마전 읽은 에세이 덕분에 마음의 여유가 생긴 오늘, 이 책이 문득 눈에 들어왔다. 이제서야 이 책을 읽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다니... 내가 그렇게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나 싶은 마음에 미안함이 커진다. 최근 마음의 여유가 없어 책장에 잠든 책들을 외면하기 일수였다. 읽어야지, 읽고싶다, 언제읽지 생각만 하다 입시관련 책들을 먼저 손에 잡았다. 그러다 최근 에세이를 다시 읽기 시작했고, 느리게 읽은 책 덕분에 다른 책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람은 병에 걸리면 병원에 간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가는걸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병원에 가는 사람 역시 누군가의 눈치를 보며 가진 않는다. 하지만 마음의 상처를 바라보는 주변 시선은 그렇지 못하다. 혹여나 자신의 가족중 누군가 정신병원에 간다는게 알려질까 노심초사 하기도 하고,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 말하면 시간이 많아서 그런거라며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를 하곤 한다. 나역시 한때 그런 생각을 했던 사람 중 하나였다.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야 하는 사람이라면 그럴 시간조차 없다며 가볍게 이야기를 했었다. 이로인해 누군가는 상처를 받았겠지만 난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 내가 마음의 병이 생겼었다. 작가님처럼 어린시절 사랑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을 했다거나, 내가 말한것 처럼 시간이 남아돌아 생긴게 아니었다. 난 어린시절 부모님으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았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아낌없는 사랑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두 아이와 함께 보내는 하루는 내 시간이라고는 1도 찾아보기 힘들만큼 빠르게 지나갔다. 그럼에도 마음의 병이 생겼다.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내가 어떤상황인지, 내가 왜 자꾸 이런 우울감을 느끼게 되는건지, 예전이라면 유쾌하게 넘겼을 수없이 사소한일들에 상처받고 고민하고 눈물을 흘리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어느 날 난 섬뜩함이 느껴지는 상황을 경험했다. 그때서야 난 뭔가 잘못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약을 복용해야할만큼 심각했던 상황이 아니었지만 섬뜩한 경험은 나를 다기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해맑게 웃는 아이들을 보며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며 아주 천천히 원래의 나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나의 기분을 가족과 친구와 공유했고, 다정하게 손을 잡아주는 지인들 덕분에 난 아주 빠르게 원래의 내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누구나 원해서 이런게 아니란걸 그제서야 알게 되었고, 이후 난 다른 사람들에게 가벼운 위로가 담긴 말을 쉽게 내뱉지 않았다. 그저 등을 토닥이거나 손을 잡아주었을 뿐..
작가님의 상황은 나와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어린시절의 결핍, 반듯하지 못한 가정, 버려질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자신이 쓸모없다 생각하는 마음 등 작가님의 마음을 잡아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다행히 그녀는 지금 자신의 마음의 병을 극복하는 중이다. 좋은 상담 선생님을 만났고, 엄마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자신보다 먼저 죽을 결심을 했던 어머님의 지인으로부터 위로를 받을 수 있었으며, 작가님을 있는 그대로 받아줄 수 있는 친구들이 늘었다. 좀더 빨리 작가님의 마음을 잡아줄 누군가가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더 늦지 않았음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이젠 그녀의 곁엔 친구같은 엄마가 있다. 누군가에게 집착하던 마음도 훌훌 털어버렸다. 늘 공허했던 마음의 빈자리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으며, 하루하루 변화되기 위해 매일 새로운 것들에 도전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며, 사람이 많은 곳을 찾아가고, 갑작스럽게 공황 발작이 나타나도 괜찮다며 자신을 다독일 수 있는 약간의 여유가 생긴듯 하다. 더군다나 자신과 같은 마음의 병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글도 썼다. 그리고 이렇게 한권의 책이 되어 나에게 왔다. 다른이의 마음을 신경써줄만큼 건강해지고 있는 그녀의 삶이 매일매일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행복한 그녀가 되길 바라며.... 그녀의 다음 책엔 행복이라는 두 단어가 바글바글하게 적혀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