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헤이세이
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 서혜영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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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고양이, 죽으려는 남자, 그들을 사랑하는 여자

죽음은 과연 선택할 수 있을까?


굿바이, 헤이세이

제목만 봤을땐 주인이 키우고 있던 동물을 안락사 하게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런 단순한 내용이 아니었다. 이 소설의 배경은 안락사가 합법화된 일본의 헤이세이(平成) 시대이다. 자신의 죽음을 자신이 결정할 수 있다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남녀간의 만남과 이별을 살벌하게(?) 다루고 있는 연애소설이다.



주인공 아이(愛) 는 연인인 히토나리(平成) 로 부터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자신이 사랑하며 동거중인 연인으로부터 듣게된 말 치고는 무척이나 섬뜩한 말이 아닐 수 없다. 평소처럼 무덤덤하게 대답을 한 아이는 자신이 뭐라 대답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평소처럼 "응, 좋아" 라고 반사적으로 대답해버린 아이는 이후 연인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이 늘어가기 시작한다. 연인인 히토나리가 왜 안락사를 하고 싶다고 말을 하는지 이유를 알고싶은 아이는 히토나리의 학창시절 친구를 찾아간다. 하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이 돌아오게 된다.

[여기서 일왕의 연호로 쓰이는 헤이세이(平成)의 한자와 이름으로 쓰이는 히토나리(平成)의 한자가 같다 : 동음이의어라 한다]


합리적이고 이지적이며 메마른 정서의 소유자인 히토나리는 아이와 섹스 조차 하지 않는다. 반면 본능에 충실하며 히토나리를 좋아하는 아이는 히토나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를 설득하려 노력한다. 이후 함께 안락사 현장을 찾아다니며 죽음의 순간들을 견학하기 시작하고 생각지도 못한 상황들을 접하게 된다면 히토나리가 죽겠다는 마음을 돌릴지도 모른다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날 19년을 함께 살아온 가족이자 친구인 고양이 미라이가 이상증세를 보이게되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하는 상황에 닥치게 된다. 하지만 중요한 일이 있었던 아이는 히토나리에게 미라이의 간호를 맡긴 후 집을 나서고, 정신없이 일을 끝내고 돌아온집엔 고양이도 히토나리도 보이지 않는다. 급한 상황에 닥쳐 병원을 간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신없어 하는 아이가 집을 나서려는 순간 히토나리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다. 하지만 그의 품에 미라이는 없었다. 병원에 입원한건지 묻는 아이의 대답에 흰 봉투를 내미는 히토나리.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미라이가 너무 고통스러워해 안락사 시키고 돌아왔다 이야기한다.


눈물을 흘리며 히토나리를 원망하는 아이, 그런 아이를 보며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히토나리. 둘 사이에 안락사라는 두터운 벽이 자리잡고 있는 듯 했다. 이후 아이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히토나리는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그런 히토나리를 이해하기 위해 아이또한 노력한다. 둘은 이전보다 더 친해진 듯 보이지만 히토나리의 머릿속에 항상 자리잡고 있는 안락사에 대한 생각만큼은 바뀌지 않는다. 도대체 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걸까....


이내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생각지도 못했던 이유에 다소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몹시 안타깝기도 하다. 그리고 이전의 히토나리의 모든 행동들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아~~ 그랬구나... 과연 나에게도 나의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순간이 온다면? 나에게 생을 마감해야할 이유가 있다면 난 정말 내 삶에 마침표를 스스로 찍을 수 있을까? 여전히 대답을 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나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나 스스로 버튼을 눌러 나의 삶을 마감하는 모습은 생각보다 쉽게 머릿속에 그려볼 수 없었다. 하지만 한번쯤 깊이있게 생각해봐야하는 주제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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