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남의 집 귀한 딸인데요
악아 지음 / 봄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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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잃지 않는 슬기로운 결혼생활


저도 남의 집 귀한 딸인데요..

명절을 앞둔 시점 이 책의 제목이 한눈에 들어왔다. 결혼을 한 내가 마치 한번도 떠올려 보지 못했던 말인듯 고개를 끄덕이며 책을 손에 들었다. 순식간에 읽어버린 책을 덮으며 악아 작가의 사이다 같은 한마디 한마디를 떠올리며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이제서야 나역시 시월드에서 버티고 있는 누군가의 귀한 딸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이들보다 어린시절 사랑에 눈이 멀어 결혼을 했고, 17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하고싶은 말을 수 없이 삼켜야 했다. 어린마음에 시어머니의 딸처럼 잘 해야겠다 다짐하며 함께 살 생각도 했었다. 그렇게 십여년을 노력한 끝에 난 시어머니의 딸이 될 수 없다는 걸 이해했다. 며느리는 그저 며느리일 뿐이라는 걸 이해한 후 나의 노력들은 조금씩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난 다른 사람들 보다는 나은 시월드의 삶을 살았다. 까탈스러운 시누이가 있었던것도 아니고,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매년 몇번씩 제사음식들을 만들어 내야 하는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십여년을 넘게 살아온 내 집안의 환경과는 다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야했고, 때론 할말이 있어도 꾹꾹 참아내며 썩은 미소를 날려야 했다. 그리고 내가 그저 며느리일 뿐이란걸 이해한 후 시간이 지나 나를 보니 난 할말 다 하는 그런 못된 며느리가 되어 있었다. 내가 못된 며느리가 되면 될수록 결혼생활이 불행해졌다면 난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느끼겠지만 난 그보단 홀가분함과 자유로움을 느꼈기에 나의 선택에 후회는 느끼지 않는다. 당연히 해야할 도리(?) 는 하고 사는 조금은 덜 못된 며느리라 자부하며!!!!!


며느리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사랑받으려 굳이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 않더라도 충분히 행복한 결혼생활을 그려갈 수 있다.

며느리 역할에 충실하기 전에 나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 먼저다. (본문중)

이 책에 공감하지 않을 며느리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싶다. 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시원한 사이다 한잔 마시듯 순식간에 끝나버린 책이 아쉽기만 하다. 그녀의 말 하나하나 알고있음에도 꺼내지 못했던 생각들이었기에 못된 며느리가 된 지금은 살짝 후회가 된다. 조금더 빨리 못된 며느리가 됐어도 나의 결혼생활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을텐데... 라는 아쉬움에.


평생을 물과 기름처럼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시부모님과 며느리의 삶. 그 삶이 모두 고된건 아니겠지만 무임금 노동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누군가의 귀한 딸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어둠속에서 광명을 찾듯! 그녀의 삶 속에도 밝은 햇살처럼 따뜻한 햇살이 가득해지기를 기도한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자신이 귀한 딸 이었음을 다시 떠올려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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