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당신들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시는 나를 위해서 싸우지 마! 그냥 나를 믿어주기만 하면 돼."


우리와 당신들

베어타운. 하키에 살고 하키에 죽는 사람들로 똘똘뭉친 마을. 마을에 오직 아이스링크 하나 달랑 있을 뿐 이지만 그들은 뭐가 더 있어야 하냐 말할만큼 하키로 똘똘뭉친 사람들이다. 아니 그런 사람들이었다. 마을사람들의 스타였던 남학생이 한 여학생을 성폭행 하는 사건이 벌어졌고, 사람들은 당연한듯 여학생의 말이 거짓말이라 믿었다. 서로의 엇갈린 진술 속 진실은 마을의 스타인 남학생이어야만 했고, 여학생의 말은 거짓말이어야만 했다. 그래야만 마을사람들이 평소처럼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었기에...하지만 진실이 밝혀졌고, 마을은 그렇게 무너졌다. 하지만 케빈의 범죄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고, 오히려 피해자인 마야는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아야만 했다.


트렁크를 닫으며 눈물을 삼키는 어머니, 아무말도 못하는 아들. 부모는 이혼을 했고 아들과 어머니는 마을을 떠난다. 그렇게 케빈은 마을을 떠나고 두 소녀가 이를 언덕 꼭대기에서 지켜본다. 곧 열여섯 살이 될 두명의 소녀는 한명은 기타를, 한명은 소총을 들고 있다. 케빈이 마을을 떠나고 아이스하키단은 지원이 끊겨 해체된다. 그순간 마을 사람들에게 이 소식이 전해지고 마을 사람들은 동시에 하던일을 멈춘다. 마치 세상이 멈춰버린듯.


책을 읽으며 이리도 답답했던 기억이 있나 싶을만큼 그 답답함이 컸다. 가해자는 처벌을 받지 않은 채 유유히 마을을 떠났지만, 남겨진 피해자는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과 험한말들을 듣게된다. 더이상 물러날곳이 없음에도 사람들은 피해자인 마야와 그의 가족들을 끊임없이 몰아 새운다. 마야가 케빈에게 한 복수는 마야가 당한거에 비한다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도 안되는 것이었고, 케빈이 떠난 마을에서 여전히 나쁜년 이라 욕을 먹는건 마야였다. 마야의 편에섰던 아맛은 배신자로 낙인찍히고, 성정체성이 다른 벤이는 그 사실이 드러나 고통을 당하게 된다.


진실이 드러났음에도 사람들은 이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진실을 인정하게되면 마치 큰 일이라도 생긴다는 듯 문제를 덮으려고만 했다. 현실에서도 이같은 일은 수없이 일어나고 있기에 책을 읽는 내내 씁쓸하기만 하다. 딸이 하키팀 선수로 인해 성폭행을 당했음에도 단장인 마야의 아빠는 베어타운 하키팀을 살리고 싶어한다. 한 선수로 인한 일이었기에 애착이 있던 하키팀에서 내민 손을 뿌리치지 못하는 마야의 아빠. 그리고 조금씩 성장하는 아이들과 변화되는 마을 사람들...


TV를 통해 접하게 되는 수많은 성폭행 사건들 속에서도 힘없는 여자는 늘 피해자였고,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카메라를 대하는 가해자들과는 달리 늘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잘못인냥 행동을 하곤 한다. TV가 아닌 책을 통해 접한 소설속 피해자의 모습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안타까웠다. 이전작품과 연결되는 이야기라는 걸 알게되니 전작품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내용일지 살짝 예상은 해볼 수 있지만 생각을 벗어난 작가의 이야기 진행도 궁금하고, 베어타운의 이전 모습들도 무척 궁금해졌다.


책이 무척 두꺼운 편이지만 이내 책에 빠져든다. 그리고 훌쩍 600여 페이지를 넘겨 마지막 장을 덮었다. 한구절이 머릿속을 멤돈다. "나는 피해자가 아니에요. 생존자예요." 이 한문장에 담긴 수 많은 의미들을 생각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