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시집 특서 청소년문학 6
박상률 지음 / 특별한서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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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 국어, 문학 교과서 수록 작품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시집

시집을 즐겨읽지 않는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책의 표지에 적힌 '고등 국어, 문학 교과서 수록 작품' 이라는 한줄의 글귀. 그렇다. 난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딸 아이의 엄마이자 학부형이었고, 내가 일고 싶다는 생각보다 딸 아이가 먼저 읽어봤으면 하는 바램에 이 책을 선택한거였다. 하지만 내가 보지 못한 또 하나의 글귀는 책 표지 오른쪽에 자리잡고 있었고, 이 책을 펼친 후에야 이 책이 시집이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박상률 소설' 이 글귀는 책을 덮은 후 다시 표지를 봤을때 눈에 뗬고, 시집이라 생각했던건 단지 나의 착각일 뿐 이었다.


'이제 됐어',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시집', 가장의 자격', '눈을 감는다', 너는 깊다', '국민건강영양보급업자가 낚지 못한 것' 이렇게 여섯편의 단편 소설이 수록된 청소년 문학집이었으며, 얇은 책에 비해 소설의 무게감은 엄청나게 느껴졌다. 특히 첫번째 단편은 고등학생중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낼 고3 학생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중학생 시절 외고만 들어가면 모든게 일사천리로 진행될거라 말한 엄마의 말과는 달리 외고에 입학 후 그녀에겐 또 다른 목표가 설정되었다. 그것도 자신의 의지가 아닌 엄마의 강압에 의해. 내노라 하는 대단한 대학교에 입학해야한다는 또 다른 목표가 생긴 정은은 중학생때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강압적이고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며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보낸다. 점수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학원과 수영장, 피아노 등 엄청난 과외를 소화시키며 엄마가 원하는 점수를 얻기위해 무던히 노력한다. 하지만 엄마가 원하는 점수를 얻어온 정은에게 보여진 엄마의 모습은 만족감이 아닌 더 높아진 욕심이었다. 고학하며 야간대학에 나와 스스로 삶을 일궈낸 아빠를 무시하며 험한 말들을 내뱉는 엄마의 학력은 다름아닌 고졸이었다. 그래서 자신이 아빠같은 사람을 만난거라며 아이에게 하는 말들은 내가보기에도 민망하기 그지없는 욕심 덩어리같은 말들이었다. 하지만 정은은 자신의 아빠를 좋아한다. 자신이 점수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 화살이 아빠에게로 쏟아진다는 걸 알기에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엄마의 욕심은 끝도 없다. 결국 정은은 숨막힘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삶에 마침표를 찍는 선택을 내린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나이기에 남의 일 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딸 아이에게 수고했다, 잘 하고 있다 한마디만 해줬어도 충분히 빛을 바랬을 아이였는데, 정은이 엄마의 욕심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고졸인 자신의 학력 때문인건지 욕심에 끝이 없는 엄마는 이 이야기가 끝난 후 아마 피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그저 건강하기만 바라며 아이를 낳았던 시절을 떠올린다면 정은이의 삶은 이토록 힘겹지만은 않았을 텐데 라는 생각에 더욱 가슴이 아파왔다.


이 외에도 이야기들 하나하나 가볍게 느껴지는 이야기가 없었다. 단편의 글자수보다 그 무게가 더 크게 느껴질만큼 이야기 하나하나 읽어보며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보고 생각해볼 것들이 엄청난 책이었다. 아이들의 교과서를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던 나로썬 교과서에 이런 글들이 수록되기도 하는구나 라는 생각에 답답함이 느껴졌다. 이젠 그저 쉬쉬하며 넘어가는 일들이 아닌 아이들 스스로 생각해봐야 할만큼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라 생각하니 더욱 가슴이 조여오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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