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위대한 일들
조디 피코 지음, 노진선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12월
평점 :
품절


"아프리카계 미국인 간호사는 이 환자를 돌보지 말 것"


작지만 위대한 일들

그녀는 그저 열심히 일했을 뿐 이었다. 새하얀 백인 아이가 태어났고 아이의 몸 이곳 저곳을 체크하며 아이의 건강상태를 부모들에게 알렸을 뿐 이었다. 아이를 부르며 엄마에게 아이를 안겼고, 그 역시 최선을 다한 하루였으며, 일상적인 하루였다. 그 새하얀 아이의 부모들의 항의가 있기 전까지! 부모들은 흑인인 루스가 아이를 만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결국 병원에 항의가 받아들여지고 새하얀 아이의 차트엔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아이를 만지지 말 것." 이란 메모가 붙게 되었다. 이 메모에 해당하는 사람은 병원에서 오직 루스 뿐 이었다.


화가났지만 그녀는 결국 참았다. 자신의 손으로 만질 수 없는 아이는 다른 간호사에게 넘겨졌고, 그녀는 언니를 찾아가 신세한탄을 할 뿐 이었다. 그녀가 느끼는 무기력함이 느껴지는 듯 해 안타까웠다. 언니와 대화를 하던 중 걸려온 한통의 전화를 받은 후 다른 간호사를 대신해 당직을 섰고 그날! 일이 끝나갈 즈음 새하얀 아이와 루스 둘만 남게되고 그사이 아이의 이상증세가 눈에 띤다. 순간 루스는 차트에 붙어있던 메모를 떠올리며 잠시 고민하게 되고, 결국 아이는 다른이들의 긴급조치를 받게 되지만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된다. 루스때문인지, 진즉부터 루스가 말했던 아이의 심장소리의 이상 때문인지, 아니면 짧은 수술이 잘못되서인지 이유를 알 순 없었지만, 아이의 아버지는 루스가 아이에게 심폐소생술 당시 심장 압박을 하는 모습을 보았고, 이를 계기로 루스가 아이를 죽이는 원인이 되었다며 병원을 상대로 이를 고소하기로 마음 먹는다.


그런데, 루스를 보호해줘야 할 병원의 전담 변호사는 루스에게 계속 같은 질문을 하며 그녀를 유도심문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아이의 아버지와의 만남 당시 왠지모르게 그를 돕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병원을 살리기 위한 한사람의 희생? 아니면 변호사도 백인 우월주의인가? 라는 생각이 들만큼 루스에게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아이의 아빠인 더크에게있어 피부색이 왜그렇게 중요했는지 책을 읽으면서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은 그런 사람이라며 위협하듯 보여주는 문신들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반응역시 은근히 그를 무서워 하면서도 그에게 힘을 보태주는듯한 느낌이 들어 모든상황들이 껄끄럽게 느껴졌다.


무척 두꺼운 책이지만 책을 덮을 수 없었다. 억울한 루스가 그 상황에서 벗어나길 간절히 기도했고, 피부색은 운운하는 부부의 생각이 조금이라도 이성적으로 바뀌길 간절히 바랬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들의 생각은 견고했고, 그런 생각들로 인한 반전은 기괴하면서도 너무 안타까웠다. 이런 책이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다는 건 여전히 이런 일들이 어디에선가 알게 모르게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한국이라는 나라에서도 역시나 인종차별은 현장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저 자신의 기준에 자기보다 못사는 나라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의 노동을 착취하고, 그들을 무시하며,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기에 벌어지는 언어폭력들 역시 이와 다를게 없다 느껴졌다. 다행히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는게 그나마 위안이 될 뿐이다.


그냥 소설이라며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지루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엄청나게 두꺼운 책 이지만 그보다 더 많은 생각들로 머릿속을 채우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책이기에 꼭 한번 읽어보라 권해주고 싶다. 편견, 차별 이런 단어들이 사라지길 간절히 바라며....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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