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빠는 피터 팬 ㅣ 소녀성장백과 9
오유경 지음, 클로이 그림 / 풀빛미디어 / 2018년 12월
평점 :
소녀성장백과 09
「오빠는 피터 팬」
평생 아이로 살아야 하는 마법에 걸린 승우 오빠. 이보다 적절한 표현은 없어 보였다. 네버랜드에 사는 피터 팬 처럼 영원히 어른이 될 수 없는 승우 오빠는 승아가 커갈수록 승아에게 약간의 짐처럼 느껴지는 듯 보였다. 하루 한시간 춤 연습을 하기위해 시간을 내달라던 승아의 조름에 단박에 안된다는 부모님은 평소와 다른 승아의 고집스러움에 한시간의 자유를 허락하게된다. 이로인해 승우는 승아가 돌아오기까지 30분동안 혼자 집에 있어야만 했다. 평범한 중학생에겐 하루 30분 자신만의 시간이 짧게 느껴지겠지만 피터팬같은 승우 오빠에게 승아를 기다리는 30분은 너무 길기만하다.
축제 준비를 하며 친구들과 더 친해진 승아는 단 하루 친구들과 축제 준비를 위해 준비물을 사야할 두시간의 자유가 필요해졌다. 동네사람들의 도움을 받아볼까 싶어 만나보지만 모두들 핑계를 댈 뿐 이렇다할 긍정적인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고, 승아는 결국은 오빠와 집에서 춤 연습이나 해야겠다며 친구들과의 약속에 가지 못하겠다 생각한다. 그런데 아빠가 내민 블록 월드 세 시간 이용 상품권을 보는 순간 오빠가 레고를 무척 좋아하며, 레고를 조립하기 시작하면 두시간이고 세시간이고 집중한다는 걸 떠올린다. 그렇게 블록 월드를 찾아가 레고 삼촌께 두시간정도 오빠를 봐줄것을 부탁하지만 부모님의 동의 없이는 안된다는 말을 할 뿐 이었다.
그런데 한켠에서 레고를 조립하던 승우를 본 레고 삼촌은 승우의 엄청난 실력에 두시간을 봐주겠다며 허락하고, 승아는 기쁜마음에 다음날 친구와 만난다. 시골에 내려간 부모님, 두시간동안의 자유! 승아는 친구들과 쇼핑하며 돌아다니는 경험이 많지 않았기에 그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 줄 몰랐다. 세시간이 훌쩍 지났을 때 쯤 레고삼촌으로부터 오빠가 사라졌다는 전화를 받게되고 승아는 정신없이 오빠를 찾아 나선다. 다행히 오빠를 발견한 승아는 오빠의 존재를 알고있던 친구인 희라를 제외한 다른 친구들이 오빠의 존재를 알게될까봐 놀이를 하듯 조심스럽게 오빠가 뒤를 따라오게 하고, 친구들의 눈치를 살피며 오빠와 술래잡기하듯 쇼핑을 한다.
순탄한 듯 보였던 그 순간 뒤쪽에서 사고 소리를 듣게되고, 다행히 오빠가 아닌 다른 언니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런데 그 언니의 모습이 어딘지 낯설지가 않아 보였다. 오빠와 같은 평생 아이로 살아야 하는 존재였던 언니는 화를 내는 아저씨를 향해 "친구를 때리면 안돼." 라며 반복적으로 말을 하게 되고 욕설과 함께 언니를 무시하며 언성을 높이는 아저씨를 본다. 그순간 잠시 사라졌던 오빠가 나타나고 거리낌 없이 언니를 도와준다.
바보라며 놀림받이 일쑤였던 승우 오빠는 그 누구보다 용감한 사람이었다. 아무도 나서지 않는 상황에 거리낌 없이 언니를 도와주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멀쩡해 보이는 비장애인들이 더 못나보였다. 평생 피터팬 처럼 어린이로 살아가야 하기에 승아에게 부담이 되는 순간이 찾아 오겠지만 승아라면 이 과정들을 모두 이겨내고 누구보다 자신의 오빠를 위해줄 것 같다. 물론 그 과정이 많이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아픈손가락인 오빠에게 더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 듯 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승아의 부모님은 승우를 아끼는 만큼 승아를 보듬을 줄 아는 부모들이었다. 그렇기에 더 엇나가지 않고 오빠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승아의 친구들의 역할또한 승아에게 큰 힘이 된 듯 하다.
책을 통해 장애인들의 가족들이 하루하루 어떻게 살아가는지 아주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잘못한것이 없으면서도 늘 미안해 하며 눈치를 보는 그들의 심정이 느껴지는 듯 해 씁쓸하기도 했다. 나와 아이들만큼 이라도 편견없이 그들을 바라볼 수 있도록 그들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성숙한 어른이 되어야 겠다 다짐하며, 아이들과 함께 꼭 한번 읽어보며 이야기 나눠보라 권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