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를 타고 떠난 키다리 아저씨가 짱구를 만나서 해준 말이 나에게는 기쁨이었다
조헌주 지음 / 북오션 / 201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지치고 우울 가득한 내 영혼의 어깨 위에 톡, 톡, 추억 속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이 말을 걸어왔다


은하철도를 타고 떠난 키다리 아저씨가 짱구를 만나서 해준 말이 나에게는 기쁨이었다


이 책이 어른이 되고 싶어 어른이 되어버린,

어른이 되기를 원하지 않았지만 어른이 되어

자신이 선택한 최선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며 위로가 되기를...

( prologue 중 )

내가 즐겨봤던 만화에 이런 말들이 나왔나? 라는 의문이 들게 만든 제목이 엄청나게 긴 책을 만났다. 덕분에 어린시절 모습들이 떠올라 한참을 웃을 수 있었다. 특정시간 방영되는 만화를 보기위해 늦잠도 자지 않았던 그시절 무서운 아빠가 채널을 돌리시면 아무런 말도 못하다 엉엉 울기도 하고, 혹여나 싫은소리 한마디 하면 느닷없이 들려오는 아빠의 무서운 목소리! 어느날 아침 정말 보고싶었던 만화영화를 한다기에 기대하며 광고를 보고있던 그때, 역시나 아빠는 말도없이 채널을 돌리셨다. 억울한 마음에 평소보다 격하게 반응을 한 내게 돌아온건 왜인지 모를 매질뿐이었다. 엄마도 밖에 나가 안계시던 순간 무슨 용기로 그랬던건지 아무도 아빠를 말릴 수 없었고 나의 몸엔 영광의(?) 상처들이 남았다.


당시엔 만화들이 왜그렇게 재미있었는지, 만화를 보지 못하게 되면 억울한 마음이 어찌나 컸던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저 웃음이 나올 뿐이다. 그렇게 즐겨봤던 만화들은 그저 재미있다~ 라는 감상 한마디로 끝나버리는 그런 것들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 보니 만화들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듯 했다. 어린시절 읽었던 어린왕자를 어른이 되어 다시 읽었을 때 느꼈던 감정과는 또 다른 감정들이었다. 만화에 등장하는 대화들 그들의 생각들 그리고 만화의 내용들 모두 다 떠오르는 건 아니지만 유독 좋아했던 만화들의 장면들은 지금도 떠오른다. 그렇기에 더 놀랍기만하다.


어린시절 봤던 장면들을 지금 다시 보게되는 상황, 어릴적 느꼈던 감정과는 사뭇 다른 감정들이 느껴졌다. 감정뿐만 아니라 내가 보는 관점조차 달라졌음을 느꼈다. 예를 들자면, 어린 시절 둘리를 볼때면 둘리의 마법이 부러웠고, 둘리의 일상이 재미있었다. 매일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여행하고 모든게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고길동씨가 먼저보이는 것이다. 매일 둘리에게 당하고, 더부살이를 하는 둘리를 돌봐야 하는 그야말로 피해자(?) 의 모습이 보인다고나 할까? 어린시절엔 못된 고길동 아저씨였던 그 사람이 이젠 내 또래가 되어 가족을 돌봐야 한다는 그의 삶의 무게가 느껴지게 된 것이다. 기가막힌 반전처럼 느껴진다.


힘든순간 모든걸 놔버릴거 같은 그런 순간 만화의 문장들을 떠올리며 위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참 재미나게 느껴진다. 그시절 나와같은 어린 아이들이었을 만화 주인공들이 이렇듯 뜻있는 말들을 했었나 싶어 신기하기도 하고, 이 문장들을 보며 지금이순간 느껴지는 감정들이 생소했다. 그리고 그 문장들에 위로받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당시 봤던 만화영화들을 아이와 함께 본다면 아마도 내 아이들 역시 어린시절 내가 느꼈던 재미만을 느기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의 아이들도 성인이 되어 이 책을 접하게 된다면 아이들에게도 신선함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오랜만에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물론 좋은 글귀들을 보며 기분전환도 할 수 있었기에...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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